할로윈 제대로 알자
할로윈 제대로 알자
  • 강희정
  • 승인 2007.10.0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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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8-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들여 온 할로윈 풍습

   
 
  ▲ 할로윈 축제를 위해 장식한 가정집의 모습.  
 
미국에서 10월 마지막 날은 할로윈(Halloween) 축제일이다. 여름 시즌이 끝나 10월이 되기도 전에 미국의 상가에는 할로윈을 위한 장식물과 물건들로 가득 찬다. 10월에 들어서면 일반 가정집에서도 호박이나 허수아비 같은 각종 괴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남들보다 더 돋보이도록 집 안팎을 장식하고 있다.

할로윈은 미국에 이민 온 아일랜드인들이 들여 온 풍습이다.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이전 아일랜드·영국·북부 프랑스 등에 살던 켈트족들은 11월 1일에 새해가 시작된다고 믿었으며 그날에 큰 축제를 벌여왔다. 그날은 여름과 추수가 끝나는 날인 동시에 어둠과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켈트족들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월 31일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가 약해져서 죽은 영혼들이 지상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이런 때는 죽은 영혼들이 지상으로 돌아오는 터라, 사제 또는 마녀와 같이 신접하는 사람들이 죽은 영혼들과 접촉을 통해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 쉬이 이루어진다고 믿기도 하였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예언을 통해 듣고, 그것을 따라 지킨 것이다.

그들은 겨울이 찾아오면서 농작물에 피해가 생기고, 가축이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죽는 이유가 새해가 시작되기 전날 밤에 죽은 자들이 이 세상에 찾아와 그런 일들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켈트족들은 새해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월 31일에 모닥불을 피우고 곡식이나 동물들을 제물로 바쳐 저승에서 돌아온 악령들을 달랬던 것이다.

이후 기독교가 유럽에 퍼지면서 9세기 중엽에 교황 그레고리 4세는 11월 1일을 서유럽 전 지역에서 '모든 성자의 날'(All hallows Day)로 지키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 그 전날(Hallows evening)인 10월 31일부터 죽은 사람들이나 악령을 기리는 대신 성인들이나 기독교 순교자들의 삶을 경축하는 날로  지키도록 했다.

그런데 11세기가 되면서 가톨릭은 11월 2일을 죽은 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모든 영혼의 날'(All souls' day)을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날에 성인이나 천사나 악령들을 상징하는 옷들을 입고 모닥불을 피우고 행진을 벌이는 축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풍습은 사실상 성경적 근거가 희박하며 과거 비기독교도 풍습들이 기독교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전통이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 할로윈이다. 즉 켈트족의 전통과 가톨릭의 성인 숭배 사상 그리고 성경으로부터 이탈한 중세 가톨릭의 반성경적 형태 등이 뒤섞여져서 만들어진 풍습이다. 이 풍습은 가톨릭이 강했던 아일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오늘날 미국의 할로윈의 기원인 된 것이다. 

아일랜드인들은 할로윈 때 귀신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웃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달라고 하는 놀이를 계속해왔다. 일종의 '귀신 흉내 내기' 놀이다. 이것이 변형되어 미국 할로윈의 대표적인 풍습이 되었다.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 미국 대부분의 동네가 이 놀이에 참여한다.

   
 
  ▲ 지역 레크리에션 센터에서 열리는 할로윈 행사에 참여하고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때 어린이들은 각기 특이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동네의 집집이 돌아다닌다. 악마나 마녀, 혹은 죽은 영혼 등을 상징하는 섬뜩한 옷을 주로 입지만 일부 어린이들은 공주나 왕자,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상업용 캐릭터를 모방한 귀여운 옷들을 입기도 한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서 이웃집의 벨을 누르고 주인이 나오면 외친다. “혼나지 않으려면 맛있는 것을 다오!”(Trick or treats!)라고 말이다. 그러면 주인들은 집에 미리 준비한 사탕이나 과자들을 주어 아이들을 돌려보낸다.

할로윈 시즌이 되면 집집이 호박을 사람 얼굴 모양으로 파서 그 속에 불을 켜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주로 사용하지만,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이나 가족들이 직접 만들어 보며 할로윈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할로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식물로써 '등불 속의 잭'(Jack-O-Lantern)이라고 불린다. 여기에서 잭이라는 사람은 아일랜드인들의 전설 속에 나오는 인물이다.

옛날 아일랜드에 잭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인색하고 술주정뱅이인데다 많은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를 일삼았다. 잭이 어느 날 저승사자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그를 궁지에 빠뜨린 후 자신을 지옥에 절대로 들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구해주었단다. 후에 죽어서 저승에 간 잭은 평소에 한 악행 때문에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고, 저승사자 또한 약속을 지키느라 그를 지옥에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천국과 지옥 사이의 암흑 속을 배회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는 저승사자에게 부탁하여 얻은 불씨 하나를 무 속에 넣어서 다니며 암흑을 조금씩 밝히며 이승과 저승 사이를 돌아다니는 존재가 되었다. 아일랜드인들은 이 전설 속의 인물을 '등불 속의 잭'(Jack of Lantern)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전설을 믿은 아일랜드인들은 무나 조롱박, 감자 등의 속을 파서 무서운 얼굴 모양을 만들고 거기에 불을 넣어 자기 집 창가에나 문 앞에 놓아두었다. 악령이나 인색하고 심술꾸러기인 잭이 자신들의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에서다. 이것이 미국에 와서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호박으로 바뀐 것이다.

할로윈을 기독교문화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오늘날 일부 미국 교회에서는 할로윈 문화를 반기독교 문화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가을 축제'(Fall Festival)라는 새로운 이름의 축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반기독교적인 할로윈 풍습을 없애고, 기독교 정신에 일치하는 축제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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