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기독교
기로에 선 한국 기독교
  • 민종기
  • 승인 2007.10.16 10: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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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소망'이 될 것인가 '절망'이 될 것인가

파스칼은 <팡세>라는 책을 통하여 "참된 기독교인처럼 행복하고 합리적이고 덕 있고 사랑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독교는 정녕 놀라운 것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며, "철학자는 보통 사람을 놀라게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철학자들을 놀라게 한다"고 말한다.

사실 한국 근세사 속에서 한국 교회는 정말로 놀라웠다. 세계 기독교 역사 속에서도 드물게 한국 교회는 120년 만에 민족의 30퍼센트를 회심시키는 유례없는 부흥을 구가하였다. 민족의 독립을 열망하고 꿈꾸는 비전 있는 많은 청년은 교회의 장막을 찾아왔고, 그곳에서 길러졌고, 다시 사회로 파송되었다.

많은 기독교 지도자는 민족 지도자였다. 기독교의 소망은 민족적 열망의 기관차였다. 그러나 현재 이 시점에 이르러 기독교를 민족의 소망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잡음을 내기 시작하였고, 자기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버려져 밟히는 소금처럼'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누가 한국 기독교를 '민족의 소망'이라고 거침없이 말할 것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좋으나 교회는 싫다"는 것이 요즈음의 일반적인 정서가 아닌가? 반(反)기독교의 악의적인 폄론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는 아직도 손상된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성을 도처에서 발견한다.

2007년은 한국 기독교가 성령 충만과 부흥을 체험한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07년의 감격적인 체험을 재현하자는 강력한 정서가 교계 차원의 대규모 집회의 열기로 드러나고 있다.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한국 교회의 부흥과 갱신을 바라는 마음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미주를 비롯한 여러 이민 사회의 교회 속에도 부흥과 갱신이 시작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다. 한국 교계의 강력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1907년의 부흥의 재현'을 위하여 과거 한국 교회가 가졌던 몇 가지의 필연적 계기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현대의 한국 교회는 민족적인 고난과 신음에 같이하는 전통에서 이탈한 것은 아닐까? 교회는 '우리의 천국'이 아니라 '자신만의 천국'을 구하면서 민족사와의 접촉점을 상실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타락한 것은 아닌가?

아울러 초기 한국 개신교회는 당시의 시대상과는 차별적인 윤리와 도덕의 보루가 되었다. 선교사와 교계 지도자들은 상황의 타개를 무력이나 실력 또는 정치적 참여라는 외적인 환경 변화를 택하기보다 오랫동안 피폐한 유교적 성윤리 신분과 위계 도덕의 부재를 과감히 청산하려는 자기 정화와 회개의 방법을 택하였다. 이는 당시의 모든 계층의 담장을 초월하여 전국 교계로 파급되었으며, 도덕적 재무장을 이루는 교회의 깨끗한 인상을 민족적으로 미치게 되었다.

이러한 면에서 교회가 가지는 차별적인 윤리 비상한 매력과 고상함의 유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거대한 영향력을 사회 속에 행사해 온 미국 교회를 바라볼 때 기독교에 강력하게 요청되는 다른 하나의 덕목은 '비상한 겸손'이다. 과거 미국 보수적 기독교인의 괄목할 만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도덕적 사안과 대외 정책에 대한 '승리주의'(triumphalism)는 의회에서의 공화당의 우위를 끝내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힘에 의존하여 무례한 인상을 심어주는 기독교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겸손과 온유함으로 대답하라"는 성경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이다. 현재 이후의 한국 기독교는 이제 정치 이데올로기 후기 산업 사회의 공론의 현장에서 소외된 기독교가 아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선 종교로서, 권위적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선포적이 아니라 담론적인, 독선적이 아니라 온유한, 매도의 대상이 아닌 매력적인 교회의 모습이, 부흥을 꿈꾸는 우리가 먼저 선점하여야 할 비상한 겸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종기 /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 LA 기윤실 자문위원
* 이 글은 LA 기윤실 소식지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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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lynn 2011-11-13 02:12:52
Articles like this make life so much smil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