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위, 한인 사회는 무관한가?
가짜 학위, 한인 사회는 무관한가?
  • 장태환
  • 승인 2007.10.18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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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가 학교에서 편법으로 취득한 학위로 박사·목사·변호사 행세

학위 위조 사건의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예일대학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속여 동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고 최근에는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광주 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임되기도 한 신정아 교수의 거짓말과 대담성이 놀랍다. 동국대 임용은 가짜 학위를 근거로 편법과 비호 세력에 의해 가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2005년 신 교수 학위가 가짜라고 주장한 이사는 파면시키면서까지 교수 임명을 강행하여 더욱 큰 의혹을 사고 있다.

KBS FM의 <굿모닝 팝스>의 인기 영어 진행자인 이지영 씨도 학력을 위조한 것이 드러나 사퇴를 했으며, 인기 만화가 이현세 씨도 자신은 고졸 학력이라고 고백하면서, 학력 부풀리기의 쇠사슬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실토해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가짜 학력 또는 학력 부풀리기가 한국 사회에 만연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이번 가짜 학위 사건을 접하면서, 학력과 학위에 열광하는 사회 편법이 날뛰는 사회, 실력보다 간판이 중요시되는 사회, 가짜 학위가 판치는 사회, 아이비리그 학위를 맹종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 현주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인 '정직'이 실종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슬프다.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쇠사슬로 자신을 포박한 삶을 의미한다. 언제 어떻게 그 거짓말이 탄로 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다. 거짓말로 포장된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반드시 그 실체는 드러나며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학력 위조와 같은 거짓말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실력보다는 간판을 중요시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자기 정당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력보다는 인맥이 더욱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행동은 정당화할 수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잠깐 쓰고 돌려줄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은 자기 최면이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출세를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면 된다는 생각이 한국 사회에는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 그 과정과 방법이 비록 편법 또는 부당하다고 해도 눈감아주는 사회적 관용은 그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특히 학위 위조는 한국과 같이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박사 학위는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의미하며, 그것을 위조한다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정직·정의 그리고 신뢰 등 보편적 가치관이 결여된 사회는 타락하고 만다고 생각된다. 편법과 부정이 관행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용서되는 한국 사회는 보편적 가치관이 결여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관 회복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그런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이곳 재미 동포 사회에도 가짜 학위와 학력 부풀리기가 심각하다고 한다. 제대로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서 편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목사·변호사 등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배반이며 사회적 약속을 파기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마땅히 지탄받아야 한다.

‘가짜’ ‘편법’ ‘사기’ 등의 수식어 대신 ‘정직’ ‘신뢰’ ‘봉사’ ‘희망’ 그리고 ‘용기’로 가득 찬 재미 동포 사회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장태환 / UC 리버사이드 교수
* 이 글은 LA 기윤실 소식지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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