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를 위한 맞춤형 교육 교재 나온다
한인 2세를 위한 맞춤형 교육 교재 나온다
  • 박지호
  • 승인 2007.10.18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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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G 크리스천교육연구소, 2세 위한 성경공부 교재 개발

   
 
  ▲ 집필진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성경공부 교재 구성을 위해 정정숙 박사(패밀리인터치 원장)의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했다.  
 
한인 2세(Korean-American Christian)를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이 절실하다. 현재 한인 교회 주일학교(Youth Group)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성경공부 교재는 미국 교재다. 백인 중산층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한인 1.5세와 2세들의 정신적·문화적·사회적 상황에 맞는 신앙 교육 교재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 이학준 교수 (브런스윅신학원 조직신학과 윤리).  
 
이를 두고 이학준 교수(뉴브런스윅신학원 조직신학)는 “마치 좋은 총과 식량은 준비되어 있지만 좋은 교관과 교본이 없는 훈련소와 같아서 훈련생들이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쟁터로 내몰리는 모습과 같다”고 비유했다.

“어느 한인 교회든지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고 교육하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콘텐츠가 없는 교육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도 이중문화적 정황에 맞게 만들어진 커리큘럼과 성경공부 교재가 없다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North hunterdon United Methodist Church에서 목회하고 있는 박길재 목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이민 교회가 쓰고 있는 David Cook 같은 미국 교재들은 한인 2세들에게 필요한 주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교재를 팔기 위해서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인적인 신앙 문제만 다루게 되고, 인종 문제나 부모들과 겪는 문화적·언어적 갈등은 그들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다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 교수는 ‘G2G(Generation to Generation)크리스천교육연구소’를 준비하고 있다. 일회적인 대형 이벤트를 만들어서 2세들을 모으는 대신, 지역 교회가 자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콘텐츠와 노하우를 개발해 제공할 생각이다. 그 첫 번째 과정으로 한인 2세들을 위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 정정숙 원장 (패밀리인터치).  
 
대상은 14세부터 17세까지의 2세 청소년이며, 10주차 과정이다. 집필진이 월 2회 6개월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교재의 틀을 잡아가고, 견본이 만들어지면 교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해석과 적용, 내용과 구성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교육자와 신학자와 목회자를 함께 집필진에 포함시켰다. 큰 그림은 함께 그려나가되 신학적인 틀은 이 교수가 잡아가고, 2세 목회 현장에 있는 박길재 목사와 케빈 박 목사(Bethany Presbyterian church)가 교육 현장의 상황이나 필요를 민감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교재를 구성하기 위해 교육학 전문가인 정정숙 원장(패밀리 인 터치)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이 있다면 그것으로 평가하겠지만, 시작하는 과정이기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들여다봤다.

집필진이 주목하는 부분은 ‘코리안 아메리칸 크리스천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해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5세 목회자인 박길재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했다.

   
 
  ▲ 박길재 목사 (North hunterdon United Methodist Church).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런 문제의식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게 문제다.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미 절반은 해결된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교재의 진정한 존재 의미 역시 정체성에 대한 대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창출해내자는 것이다.”

오랫동안 상담 사역을 해온 정정숙 원장도 박길재 목사의 생각에 공감했다.

“힘들지만 왜 힘든지 모른다는 말이 꼭 맞다. 한인 2세들 중에는 조승희가 토해냈던 말들이 일면 수긍이 간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와 가정에 대한 정체 모를 분노 같은 것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이들에게 왜 힘든지 이유라도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세 목회를 하고 있는 케빈 박 목사는 교재를 만드는 일이 이민 교회에 대한 건강한 자기비판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 교회가 개인 영성에 치우쳐 사회적인 이슈들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케빈 박 목사(Bethany Presbyterian church).  
 
한인 이민자 70% 이상이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는 종교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구심점이다. 이민 교회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긴 힘들다. 그냥 하나님만 잘 믿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여겼지만 신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궁극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해답이지만, 현실에서 복음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회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케빈 박 목사가 언급한 것에 대해 이 교수는 한인 사회와 교회가 ‘공적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하나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이 사회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영적인 공인’으로 사고하고 행동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붙잡는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모순과 아픔을 부여잡고 씨름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웃이 겪는 고통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서 극복할 수 있을까, 또 그 일을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공적인 고통’을 경험할 기회를 2세들에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신앙의 핵심이 되는 정체성 문제를 주로 다루겠지만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공적 개념을 놓치지 않도록 인종차별, 가난, 환경 문제들도 함께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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