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나이 반도에는 시내산이 없다?
[연재] 시나이 반도에는 시내산이 없다?
  • 성기문
  • 승인 2007.10.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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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라비아의 로렌스? 아라비아의 파울루스(갈 4:25)

들어가면서

국내외에서 12년간 구약과 관련된 수업을 받았고 9년 정도 구약을 가르쳐왔던 필자에게도 김승학 집사의 <떨기나무>를 통해서 최근에 제기된, 시내산의 정체에 대한 논쟁은 참신하고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김승학 집사의 주장, 즉 출애굽 루트와 성경상의 시내산의 위치의 진위 여부와 그리고 그의 저술 방식과 표현에 대한 '과장 왜곡' 논란이 점차로 거세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저자가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에게 모세의 발자취 탐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상당히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미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소위 '성지'순례했거나 구상 중에 있는데, 특별히 그들에게는 '충격과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건전하고 건설적인 논의와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그러한 우리의 특성상, 무지->충격->혼란->무관심의 바람직하지 않는 악순환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http://www.sinaimount.com).

그래서, 앞서 말한 대로 김승학 집사의 논의에 대한 평가에 앞서서, 필자는 여기서 우리의 논란의 가운데 하나인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논란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시내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면, 오히려 <떨기나무>에 대한 더 객관적이고 차분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제시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는 그래도 가장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그래서 설득적인 이론을 내고 있는 밥 코루눅 박사와 그의 연구소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에 있는 베이스 연구소(The Base Institute)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시내산 가설(소위 라오즈 산[아몬드 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논증의 일부를 나름대로 요약해서 3-4회 정도로 나눠서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그 후에 다른 학자들과 고고학적 증거들과 비교해서 필자의 견해를 3-4회 정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필자가 이번 논쟁의 [요약적] 토대로 삼고 있는 이 일련의 주장들의 영어 원문은 http://www.baseinstitute.org/features/mtsinai%20research.htm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논쟁과 관련해서 출애굽 루트를 재점검해보는 고고학 원정대를 꾸며서 이번 겨울에 이집트-시나이 반도-요르단(-시리아) 등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http://www.cyworld.com/moses_torah).

쟁점 1. 바울이 말한 '아라비아에 있는 시내산'

바울은 자신의 서신에서 두 차례 아라비아를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이 회심 이후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아라비아로 갔다가 다메섹으로 돌아갔다고 말하고 있고(갈 1:16-17), 두 번째로는 사라와 하갈을 알레고리적으로 비교하면서 아라비아를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시나이 반도에 있는 시내산이 옳다면, 바울이 말한 이 아라비아에 있는 시내산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바울 당시의 로마시대의 아라비아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구약시대의 아라비아 개념을 포함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을 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구약시대와 바울시대의 지리적 명칭인 아라비아는 현대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쪽 지역(지금의 라오즈산[Jabal al Lawz]이 있는 지역)을 항상 포함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내산의 위치를 지지하려는 사람들은 사도 바울의 말이 로마시대에 아라비아라는 지명이 시나이 반도 지역도 포함하는 것으로 여겨야 했다. 그러나 고대의 증거들은 시나이 반도 전체가 당시에 아라비아라는 지역에 포함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구약에서의 아라비아

아라비아라는 말은 당연히 모세의 책들에서는 언급되지 않지만, 구약의 후대 책들에는 등장한다(왕상 10:15; 대하 9:14; 사 21:13; 렘 25:24; 겔 27:21). 구약에서 묘사되는 아라비아 지역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수많은 왕들이나 통치자들이 존재하던 땅(대하 9:14; 렘 25:24)
2) 솔로몬에게 상당한 금전적 조공을 바치던 지역(대하 9:14)
3) 은과 금이 풍부한 지질학적 특성(대하 9:14-15)
4) 작은 일부 숲이 포함된 지역(사 21:13)
5) 드단 족(현재의 남부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의 초기 아랍 부족)이 대상을 이끌고 지나가는 지역(사 21:13)
6) 게달(Kedar)로도 여겨지던 지역(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지역)
7) 두로와 가축을 정기적으로 사고팔던 교역자들(겔 27:21)
8) 잡족과 동일시되는 곳(역사적으로 가나안 동남쪽에 살던 다양한 부족들에 대한 지칭으로 아라비아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신약시대(로마)의 아라비아

다음과 같은 아라비아에 대한 다양한 문헌적 증거들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언급되는 모든 고대 증거들을 동일선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정확성의 여부에 따라 차등하여 평가해야 할 것이다.

1) 헤로도투스(Herodotus)-이집트와 홍해의 두 만(현재의 수에즈 만과 아카바 만)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사실에 대한 혼동이 보인다.
2) 스트라보(Strabo)-리비아와 마찬가지로 아라비아에 대한 지리적 혼동이 보인다.
3) 요세푸스(Josephus)-이 지역에 방대한 여행을 한 그는 이집트와 아라비아에 대한 지리적 구분을 명확하게 한다. 요세푸스는 이두매의 남쪽 지역(즉 시나이 반도)까지를 이집트로 보았고 이두매의 동쪽 지역을 아라비아로 보았던 것 같다. 그에 견해에 따르면 아라비아는 (1) 서쪽으로 홍해에 이른다(상고사, 15:1), (2) 이스마엘의 후손(상고사, 2:9), (3) 요세푸스 시대에 페트라(Petra)라고 불리는 수도[요르단 골짜기 동쪽 지역]에 도달하기까지 모세가 히브리 사람들과 함께 통하여 행진하였던 지역(상고사 4:4), (4)아르논의 상류가 있던 장소(현대 남쪽 요르단의 에돔 언덕[상고사 4:5]), (5) 그리스 사람들이 페트라라고 불렀던 도시의 관할을 받던 전체 지역(현대 요르단의 일부인, 고대의 에돔 지역[상고사 4:7]), (6) 아마샤가 패배한 에돔 사람들을 사해 계곡에서 던져 버렸던 바위의 위치(상고사 9:9, 비교. 대하 25:12), (7) 헤스본 지역 근처(현대 이스라엘의 동쪽 모압 지역[상고사 12:6]), (8) 요단 동편의 모압과 길르앗 지역의 통치하던 왕의 나라(상고사 13:14), (9) 말쿠스가 왕으로 있던 유대 땅 동쪽의 나라(상고사 14:14), (10) 모압이 남쪽으로 베레아와 연접하고 베레아가 동쪽으로 연접한 나라(유대전쟁사, 3:3), (11) 예루살렘 동쪽의 나라(유대전쟁사, 5:4), (12) 사해 동쪽에 있었던, 마케루스에 연접한 지역(유대전쟁사, 7:6).
4) 트라얀(Trajan)-요즘 생각하듯이 현재의 시나이 반도 지역이 로마의 '아라비아'라는 지리적 정치적 영역 속에 편입되게 된 것은 주후 106년에 트라얀에 의한 것이며,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쓴 지 40년 이상이 흐른 후에 일이다.

결론

지금까지 시내산의 위치에 대한 논란을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베이스 인스티튜트가 제공하는 첫 번째 견해를 살펴보았다. 즉 우리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이 오히려 시내산의 정확한 위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도 바울이 말했던 아라비아의 시내산과 관련한 고대의 증거들의 일부를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이와 관련된 고대적 증거들과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 가설이 나오게 된 상황까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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