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내는 사회봉사는 '이제 그만'
생색만 내는 사회봉사는 '이제 그만'
  • 박지호
  • 승인 2007.10.26 1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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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 한인연합교회, 20년 넘게 10여 개 사역 평신도 중심

내년이면 불혹(不惑)을 맞는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김재성 목사) 자선 사역의 규모와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연합교회에는 자선부라는 사역 조직이 있다. 복음은 입으로만 전하는 게 아니라 몸을 통해서 삶으로도 나눠야 한다. 영적인 회복뿐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어려움도 채워주었던 예수님의 공생애를 교회가 반영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모 한인 식당에서 연합교회 자선 사역 담당자인 한경숙 전도사를 만나는 동안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분들이 수시로 한 전도사를 찾아와 수다를 떨었다.

   
 
  ▲ 홈리스 사역 단체인 'Helping Hand'와 노숙자들을 섬기고 있는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자선부. (사진 제공 :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연합교회 자선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만 10여 개에 이른다. 비정기적인 프로그램은 제외한 숫자다. 교회 및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개인 또는 가족을 위한 불우 이웃돕기 사역, 장애우와 그 가족들을 돕는 사랑부, 무주택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집짓기 사역(HABITAT),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을 돕는 싱글맘 사역, 노숙자들에게 음식과 의류를 제공하는 홈리스 사역, 약물 중독자들의 쉼터를 지원하는 ‘형제 돕기’ 사역, 노인들에게 차편을 제공하고, 장보기와 같은 심부름을 해주는 노인 사역, 추수감사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칠면조를 제공하는 터키 바스켓 사역,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를 섬기는 조선족 사역 등이 있다. 이름만 나열해도 숨이 차다. 

프로그램의 종류에 못잖게 규모도 수준급이다. 추수감사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칠면조를 전달하는 ‘터키 바스켓’ 행사를 통해 작년에만 1,900여 개의 터키 바스켓을 제공했고, 지난 10년 동안 14,000개가 넘는 터키 바스켓을 만들었다. 이 행사에는 연합교회 교인을 중심으로 지역 단체 회원과 타 교회 교인들까지 수백 명이 참여한다. 또 지금까지 6,500명이 넘는 노숙자들에게 4,500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가 투입되어 식사를 제공했다. 집짓기 사역을 통해 지금까지 3채의 집을 만들어 무주택자에게 제공했다.

   
 
  ▲ 교인들이 모여 터키 바스켓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 제공 :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연합교회 자선부가 남다른 이유

하지만 연합교회 자선부에 주목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나 규모에 있지 않다. 탁월한 사역자가 만든 설계도를 따라 교회가 쫒아간 것이 아닌 철저히 평신도들에 의해 생긴 자발적인 사역모델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그러기에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20년 넘게 일관성 있는 사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 덕에 연합교회의 자선부가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다양한 사업을 조직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그간 몇 번이나 담임목사가 바뀌었지만 자선 사역은 자기 동력을 가지고 20년 넘게 꾸준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이 교회 문화로 자리 잡아 교인들도 이런 사역을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 체질화되었다는 점도 일반 한인 교회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또 대형교회 혼자서 지역 단체가 할 사역까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단체들과 연계해나가면서 지역사회를 섬기는 모습도 보기 좋다.  

   
 
  ▲ 연합교회는 매년 4월 둘째 토요일에는 필라델피아 시내를 행진하며 빈곤 퇴치를 다짐하는 'walk against hunger' 행사에 참여한다. (사진 제공 :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평신도 중심의, 그래서 체질화된 자선 사역 

연합교회 자선부가 10년이 넘게 진행한 프로그램만 3개가 넘었다. 터키 바스켓 사역은 18년, 집짓기 사역은 16년, 노숙자 사역도 13년째다. 이렇게 사역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면서 교회 내에 봉사와 섬김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출석 교인 1,000여 명 중에서 교회가 주관하는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원 봉사자만 200여 명이 넘는다. 교인 1/5이 이런저런 모양으로 사역에 참여한다는 통계다. 그리고 자원 봉사자 당 연간 50시간 정도를 자선 사역에 투자한다고 조사됐다. Urban Ministry(도시 선교)의 롤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뉴욕 맨하탄에 있는 리디머교회(팀 켈러 목사)의 봉사자들이 연평균 40시간을 할애한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수준이다. 

연합교회는 매년 4월 둘째 토요일에는 필라델피아 시내를 행진하며 빈곤 퇴치를 다짐하는 ‘walk against hunger' 행사에도 참여한다. 아이들도 부모님 손을 잡고 따라나선다. 중고등부 때부터 집짓기 사역에 자원 봉사자로 나서기도 하고, 장애우를 위한 프로그램을 섬기면서 봉사 정신을 기른다. 빈곤에 대한 문제를 교실이 아닌 길거리에서 배우고, 경험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습득하는 것이다.

특히 ‘터키 바스켓’ 행사는 교회 행사로 자리 잡았다. 수개월 전부터 수십 개의 지역 단체나 교회들이 터키 바스켓을 신청하면, 교회에서는 신청한 수만큼 칠면조를 준비한다. 추수감사절 이틀 전에 교인들을 비롯해 지역에 있는 다른 교회 교인들과 단체 회원들이 함께 모여 터키 바스켓을 만들고 이웃에게 나눈다. 흑인과 백인, 동양인들이 섞여 이웃을 위해 함께 바스켓을 만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것이 자선부 회원의 말이다. 

   
 
  ▲ 장애우를 위한 '호프 앤 조이' 프로그램은 8월 한 달간 풀타임으로 장애우들을 섬기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제공 :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자선부 팀원들, 스스로 전문성 쌓아

‘호프 앤 조이’라는 장애우 여름학교도 눈길을 끈다. 장애우를 위한 특수교육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 일터로 나가야 하는 장애우를 둔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8월 한 달 동안 장애우들을 위한 여름학교를 5년째 해오고 있다. 매년 한 달간 풀타임으로 장애우를 돌봐주는 프로그램은 미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사역 담당자가 귀띔했다.

인적·물적 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12~14명 정도 참석하는 데 5명의 교사와 5명의 보조교사가 투입된다. 교육 과목도 7가지가 넘고 점심식사까지 제공된다. 식사는 교인들의 헌금과 자원봉사로 충당한다. 한 달 동안 고작 10명 남짓 참여하는 여름학교를 운영하는 데 13,000불이 넘게 투입된다. 거룩한 성전에 흠 있는 장애인들이 들어오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한인 교회가 아직도 존재하는 현실에서 연합교회의 이런 모습은 이민 사회서 흔한 장면은 아니다.

연합교회는 벌써 6년 전부터 자선 사역을 위한 전임 사역자를 뒀다는 것에서 자선 사역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교회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직까지 한인 교회에는 다소 생소한 Mercy Minister라는 전임 사역자를 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작업을 자선부에 소속된 평신도 사역자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89년부터 이 분야의 전문가인 팀 켈러 목사를 초청해 자선 사역에 대한 교육을 받고, 책 나눔을 하면서 이론을 다졌다. 한 전도사를 초빙하기 수년 전부터 신학과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것도 이런 과정에서 비롯됐다. 날로 커지는 사역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고, 전문성을 축적해가기 위해서는 전문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대형교회가 가진 자본과 힘으로 자선 사역을 독점하지 않고, 지역 사회 단체들과 연대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다. 노숙자 사역은 Helping Hand라는 홈리스 봉사단체와 함께 해왔고, 흑인 목사를 청빙해 전임 사역자를 세워 자립토록 도왔다. 약물 중독자들이 재활하도록 쉼터를 제공하는 사역과 ‘Walk Against Hunger'는 Brotherhood Mission이라는 단체와 손을 잡았다. 무주택자 사역은 North Central Charter(NCP)와, 터키 바스켓 사역은 Skilton House Ministry와 협력한다. 이 외에도 여성봉사회나 밀알선교단 같은 한인 봉사 단체 6곳을 지원한다.

   
 
  ▲ 아이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walk against hunger' 행사에 동참한다. (사진 제공 : 필라델피아 한인연합교회)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로  

그렇다고 연합교회 자선부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선 사역에 소극적인 교인들을 독려하며 보조를 맞춰서 걷는 지혜도 필요하다.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지만 일터에서 흑인들을 대상으로 티격태격하며 살아가는 교인들에겐 흑인들은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미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을 교회가 돕는다는 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당연할 수 있기에 그런 교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함께 사역하도록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또 중·고등부(유스 그룹)나 청장년층이 자원 봉사자로 많이 섬기지만 영어권 예배에 소속된 2세나 1.5세들도 창의적으로 사역을 이어갔으면 하는 맘도 있다. 

또 리디머교회가 자선 사역(Mercy Ministry)를 위한 별도의 비영리기구를 만들어 폭넓고 조직적으로 도시 선교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연합교회도 그런 모델을 지향하며 비영리기구를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연합교회가 하는 자선 사역에 다른 교인들이 문을 두드리기엔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영리단체를 별도로 만드는 작업이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이런 과정 역시 앞으로 연합교회와 자선부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연합교회 자선부는 그간 쌓아온 사역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을 다른 한인 교회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른 교회들에게 함께 사역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연합교회 사역에 들러리 서고 싶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미국 교회들은 인적 자원이나 사역 노하우들을 공유하면서 상생의 효과를 얻지만 아직 한인 교회들은 개 교회 사역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작업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자선 사역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지역 교회들과는 연대하고 있는 사역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섬기는 재미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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