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계 지도자들, "마땅한 공화당 후보 없다"
보수 교계 지도자들, "마땅한 공화당 후보 없다"
  • 김명곤
  • 승인 2007.11.0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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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주자들 기독교 표심에 호소하나 반응은 '싸늘'

지난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연달아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표층이 바로 보수 기독교인들이었다.

이번 2008년 대선에서도 이들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로 쏠릴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주요 지지 정당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최근 앞 다투어 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현 공화당 대선 후보들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마이크 헉카비 전 아칸소 주지사, 존 멕케인 상원의원,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그리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난 몇 달간 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자신들이 부시를 이어 진정한 기독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 남침례교단의 수장인 프랭크 페이지 목사를 만나 자신들의 신앙, 그리고 정책들을 설명하며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간청했다.

또한 이들은 최근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기독교 보수 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의 주최로 열린 전미 보수 기독교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지지 세력인 보수 기독교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해 왔던 미국의 보수 교계 지도자들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할 마땅한 공화당 후보를 고르지 못하고 있다. 시계 방향 쪽으로 존 맥케인, 루디 줄리아니, 미트 롬니, 론 폴, 프레드 톰슨, 마이크 허카비.  
 
"기독교 입장 대변할 후보 없다면 제3의 후보 지지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계 지도자들을 위시한 보수 기독교인들은 이번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대변해 줄 수 있는 후보가 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교도소 선교를 주로 하고 있는 전미 기독교 선교단체 책임자 척 콜슨 목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복음주의 기독교는 물론 보수 가톨릭 교회가 하나로 뭉쳐 지지 의사를 표명할 후보가 없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지 목사는 '후보들과의 연이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아직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결정하진 못했다'며 최근 다른 교계 지도자들로부터 분명하게 지지 의사를 표명할 인물이 전혀 없다는 내용의 낙담 섞인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

더 나아가 페이지 목사는 최근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the Family)'라는 선교단체의 창립자로 유명한 제임스 돕슨 목사가 현재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줄리아니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만약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뽑힐 경우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최근 보수 교계 지도자 중 한 명인 밥존스대학의 밥 존스 3세로부터 공개적 지지를 받은 롬니 후보의 경우에도 그가 이전에 낙태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 그리고 몰몬교 신자라는 점 때문에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로부터 강한 반감을 사고 있다.

또한 현재 보수 기독교 층 지지 후보로 점차 부상하고 있는 톰슨 후보의 경우에도 그가 동성애자 결혼을 금지하는 연방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점과 '죽을 수 있는 권리 (rights-to-die)'라는 측면에서 한동안 수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테리 시아보 사태에 대해서도 자신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함으로써 많은 기독교인들로부터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줄리아니 후보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 그의 낙태 찬성, 줄기세포 연구 지지, 그리고 동성애자 권리 옹호 측면 때문에 보수 기독교인들로부터 유력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전혀 차별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두 명이 낙태 찬성 후보라니, 이건 정말 큰 재앙"

기독교 활동가이자 롬니 후보의 지지자인 듀류 맥키식은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복음주의 교계 지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만약 줄리아니와 힐러리가 대선 후보로 뽑힐 경우 결국 우린 두 명의 낙태 찬성 후보들을 얻게 되는 것으로, 이건 정말 큰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줄리아니 후보는 이런 몇 가지 이견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의 중요 사안들, 예를 들어 국가 안정, 테러 방지, 강력한 지도자, 그리고 경제 안정을 위해선 자신이 최적임자임을 주장하며 결국 자신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얻어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줄리아니 후보가 톰슨 후보와 함께 보수 기독교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은 현재 줄리아니 후보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 응답자들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아직까지 어떤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진 못했다고 답변했다.

플로리다기독교연합 책임자인 빌 스테픈 목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완전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면 굳이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빵 한 덩어리 전부를 원한다. 만약 그것을 얻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다음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명곤 /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간하는 <코리아위클리> 대표이며, 미국의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중량감 있는 글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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