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하나님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돈과 하나님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 박지호
  • 승인 2007.11.06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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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 임마누엘교회서 열린 [깨끗한 부자] 독서 토론회

수년 전 김동호 목사의 <깨끗한 부자>가 출판되어 한국 교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나님(십일조)과 이웃(구제 헌금)의 몫을 제대로 나눈다면 나머지는 마음껏 누려도 된다는 김 목사의 주장은 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며 양자택일을 강요받던 기독인들에게 그야말로 희소식이었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과 부자가 되는 것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 <깨끗한 부자> / 김동호 목사 / 규장 펴냄.  
 
한편 김 목사의 이런 주장은 부와 돈에 대한 뜨거운 논란도 불렀다. 하나님과 이웃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마음껏 누리라는 것은 부가 영적 생활에 얼마나 위험한지 간과하는 것이고, 청지기로서의 본분을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임마누엘교회에서는 도서부 교인들을 중심으로 김동호 목사의 <깨끗한 부자>를 읽고 돈과 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지난 10월 19일 있었다. 토론장에는 백발의 노(老)집사님부터 젊은 청년에 이르기까지 교인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4명의 발제자가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눴고, 참석한 다른 교우들과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학적이고 전문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돈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자체로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었지만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내 수입에 이웃의 몫 있는 줄 몰랐다

김동호 목사가 쓴 <깨끗한 부자>에 대해 토론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한 참석자는 “돈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한 번 나눔의 삶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돈을 유산으로 물려주기보다 신앙과 삶을 물려주라는 김 목사의 말에 공감했다”는 이도 있었다.

또 “물질의 소유가 행복의 척도는 아니다”며, “부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잘사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은 다른 개념이며, 부자도 행복하지 못하면 못사는 삶이고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게 살면 잘사는 삶이라는 것이다.

어떤 교인은 “자신의 수입에서 나의 몫과 하나님의 몫은 나눌 줄 알았지만 이웃의 몫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며, “깨끗하게 열심히 벌어서 하나님과 이웃의 몫을 철저히 나누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하나님 보시기에 옳지 않는 돈을 벌면서도 형통케 해달라고 기도했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돈을 올바로 버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 임마누엘교회 도서 토론회 참석자들은 <깨끗한 부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깨끗한 부자가 되고 싶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깨끗한 부자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부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찾기 힘들어

하지만 <깨끗한 부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다. “축복에 관한 구약의 본문들은 많이 이야기하는데 부에 대해 수많은 비판과 경고가 등장하는 신약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또 “정직한 십일조와 구제를 하고 나면 나머지는 하나님의 복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라는 대목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었다.

“십일조나 구제 헌금을 비율로만 구분해 수입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많이 버는 사람은 이웃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복권에 당첨되고 나서 90% 이상이 불행해졌다는 통계를 볼 때 부와 삶, 혹은 영성과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깨끗한 부자>를 읽으면서 “부유한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참석자도 있었다. 책에서 많은 부분 신앙을 내세우지만 내용에서 주님을 빼고 나면 일반적인 경제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 토론이 진행되는 내내 첨예한 논쟁보다는 서로의 생각과 경험담을 진솔하게 나누는 나눔의 시간에 가까웠다. 웃고 떠드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깨끗한 부자요? 될 수 있지만 힘들죠”

<깨끗한 부자>에서 말하는 것처럼 깨끗한 부자가 되고 싶고,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깨끗한 부자가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김 목사의 설명이 맞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할 때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목사의 주장과는 별개로 깨끗한 부자라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참석자들은 부자가 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인은 깨끗한 부자로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위해 거룩한 삶을 살도록 부름 받았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했다.

한 참석자는 의지만으로 돈을 통제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며,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자녀가 고급 브랜드의 옷을 사달라고 하기에 “뭐 그렇게 비싼 것을 사냐”며, 싼 것을 사 입혀 학교를 보냈는데, 나중에 학교 아이들 중 거의 모두가 그 상표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날 당장 아이에게 옷을 사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깨끗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부자들에게 해야 할 말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라고 하는 것보다 현재 부자들이 깨끗한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 이날 토론장에는 백발의 노(老)집사님부터 젊은 청년에 이르기까지 교인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해 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다.  
 
그럼 얼마나 나눠야 할까?

이웃을 위해 수입의 얼마를 나눠야 하느냐는 실제적인 물음에는 논의가 다소 겉돌았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나누어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대신 깨닫고 배운 것을 실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 목사가 제시한 나눔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소득을 나누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서 얼마를 나누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쓸 만큼을 제외한 모두를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나누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나눔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려면 치열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며, 고용주로서 노동자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는가, 세금을 정확하게 납부하는가 하는 문제들부터 점검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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