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세계선교협의회, 새 부대에 담아야 하나
한인세계선교협의회, 새 부대에 담아야 하나
  • 박지호
  • 승인 2007.11.19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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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복음화' 긴박성보다 '세대교체' 긴박성 제기된 KWMC 연차 총회

   
 
  ▲ KWMC 전국 연차 총회가 메릴랜드에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내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KWMC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복음화의 미완성 과업을 위한 위대한 비전과 긴박성을 재확인하고 3,500여 북미주 한인 교회의 선교적 대각성과 총동원을 촉진하기 위한…한국 교회 사상 최대 규모의 세계선교대회” (2008 세계한인선교대회 포스터 문구 중에서)

KWMC(Korea World Mission Council for Christ, 사무총장 고석희) 전국 연차 총회가 메릴랜드 큰무리교회에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2008년 세계한인선교대회 포스터 문구처럼 “세계 복음화의 미완성 과업을 위한 비전과 긴박성”을 재확인한 자리라기보다 KWMC 지도부의 ‘세대교체 필요성과 긴박성’이 제기된 자리였다.

총회에는 사무총장인 고석희 목사를 비롯해 공동의장 8명(김만우·나광삼·류효명·박희민·서삼정·이상진·이승제·장영춘)과 부의장 30명, 중앙위원 8명, 선교사 6명 등 총 70여 명이 참석했다. 총회의 공식적인 안건은 내년에 열리는 6차 세계한인선교대회에 관한 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표면적인 안건 외에 세대교체에 대한 이슈가 자주 불거졌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젊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입에서 “썩어가는 고목나무”, “변화를 두려워하는 바보들”, “내년 총회 때는 젊은 세대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이라는 말이 중간 중간 나왔다.

KWMC를 세웠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고석희 목사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하며 총회를 이끌었다. 대표의장인 류효명 장로가 사회를 맡았지만 본인의 말처럼 “핫바지 의장”에 불과했다. 참석자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안건마다 고 목사가 나서서 정리했고, 각 부 보고나 안건에 대해서도 일일이 코멘트를 했다.

   
 
  ▲ KWMC를 세웠고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고석희 목사는 시종일관 분위기를 주도하며 총회를 이끌었다.  
 
고 목사는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시키기보다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한 일도 없으면서”라는 등의 농담을 던지면서 흐름을 끊었다. 모두 막역한 사이라 그런지 웃고 넘어갔지만, 안건마다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 참석자는 “자기도 일 못하면서 남도 못하게 하는 짓”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차세대 선교 활성화 운동 본부장인 이승종 목사는 올해 있었던 선교사자녀대회 사역 보고를 하면서 차세대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두와 말미에 “보고하는 사람이 차세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내년에는 내가 보고하지 않고, 다음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도록”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목사의 보고가 끝나고 난 뒤 고 목사는 “젊은 사람이 새로 들어오면 한 자리 할까 싶어서 그러는데 그건 안 되지”라며,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겼다. 고 목사의 발언이 농담인지 아닌지는 인터뷰를 통해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세대교체라는 말 자체가 싸가지 없는 말”이라며, 젊은 사역자들의 버릇없는 행동쯤으로 여겼다.

선교 방향보다 대회 자체에 더 관심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 선교 동향에 대한 분석과, 이를 근거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 논의가 벅차다면 올해 교계와 선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아프간 사태에 대한 자성과 반성이라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프간 사태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었다.

구제선교운동본부의 양국주 대표가 “분쟁 지역에 대한 전략을 토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모든 선교 단체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선교 단체 내부에 자성이나 움직임이 없었다. 미주 지역 선교 전략을 점검하는 차원에서라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냥 지나갔다.

대회 주제 선정도 세계의 영적·정치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마음에 드는 문구를 나열하는 식이었다. 고 목사가 ‘종말론적 긴박성’과 ‘성령의 강한 역사’, ‘선교적 총동원’이라는 등의 몇 가지 키워드를 던져주고, 참석자들이 총회 자료집에 나와 있는 백 수십 가지의 견본 주제 중에 맘에 드는 것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사실 고 목사가 제시한 키워드는 2004년 대회 인사말에서도 나왔던 문구다.

“재림을 대망하는 종말론적 시대감각과 지상 명령의 긴박성을 절감하는 현시점에서 우리 시대 한민족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선교적 대각성과 총동원을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비전 성명이라고 확신합니다. (2004년 5차 세계한인선교대회 인사말 중에서)” 

   
 
  ▲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 선교 동향에 대한 분석과, 이를 근거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선교 현장에 대한 보고 시간도 다른 순서에 비해 적었다. 총회 기간 동안 개회예배(1시간), 세계복음화대각성대회 2회(5시간), 경건회 2회(2시간), 폐회예배(1시간)로 배정되었고, 순서마다 기도, 설교, 축도까지 참석하는 목사들의 순서가 빈틈없이 할당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선교 보고 시간은 저녁 집회 시간 중 선교사 4명에게 15분씩이 전부였다. 그나마 총 3시간 30분 동안 3명의 선교사와 5명의 목사에게 25분씩 주어지는 특강 시간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의장단 소속 목사 한 명이 선교 현장과 거리가 먼 주제를 가지고 1시간 넘게 강의하는 바람에 나머지 선교사 4명은 남은 40분을 쪼개서 강의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자가 30분 연장한 덕분에 각각 20분씩 보고할 수 있었다.

총회를 시작할 때는 70여 명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변화를 원하며 세대교체를 요구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회 순서에 임원 교체가 있었지만, 고 목사가 “대회 구성에 대해서 KWMC가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조직 그대로 가면 된다. 총무단, 준비위원단 정도만 조금씩 추가될 것”이라고 말해 세대교체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묻혀버렸다.

사회자는 “마지막으로 조직에 대한 바람이라든가 방향에 대해서 말할 사람이 있으면 발언하라”고 했지만 모두 침묵했다. 기타 의결 사항은 의장단에서 결정하도록 넘겼다. 125만 불을 들여 치를 6차 한인세계선교대회를 앞두고 연차 총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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