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챙기려다가 2세 선교사 다 놓친다
밥그릇 챙기려다가 2세 선교사 다 놓친다
  • 박지호
  • 승인 2007.11.19 03: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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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 백운영 선교사, "세대교체 없인 KWMC 미래 없다" 일갈

“바보가 있다. 밥 먹고 얼굴에 묻은 밥풀 떼어 먹는 재미에 산다. 늘 오른쪽 볼에 붙은 밥풀을 왼손으로 떼어 먹었다. 그런데 하루는 밥풀이 왼쪽에 붙어서 당황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밥풀을 떼어다가 오른쪽에 붙여 왼손으로 떼어 먹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KWMC 연차 총회 특강을 맡은 백운영 선교사(GP USA 대표)는 ‘어떤 바보 이야기’로 말문을 열더니, “하나님이 우리를 보면서 바보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며 변화를 거부하는 KWMC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1·5세에 해당하는 백 선교사는 11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한 뒤 작년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총회에 참석했는데, KWMC가 지난 20년 동안 전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 선교사는 20여 분 동안 울분을 토해내듯 KWMC의 변화를 촉구했다. 

백 선교사는 강의 도중 영어로 말을 이어가기도 했다. 영어권 2세들에게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KWMC의 폐쇄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청중을 향해 “2세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함께 고민하도록 만들어 본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또 KWMC에 변화하지 못하는 것은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미주 차세대 선교 자원들을 거의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1세 목회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선교사의 말이 끝난 뒤 고 목사는 “아이가 몇이냐, (자네도) 벌써 노년층이네. 그렇게 열 낼 것 없어. 싸움하려고 그렇게 달려들면 어떡하나. 인생이 그런 것 아니다”고 말했다. 

백 선교사는 왜 변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어떤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일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백 선교사를 만나 자세히 들었다. 

   
 
  ▲ 백운영 선교사는 KWMC가 지난 20년 동안 전혀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20여 분 동안 울분을 토해내듯 KWMC의 변화를 촉구했다.  
 
대회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선교 현장에 있다가 와서 총회에 참석했는데, 앞날의 희망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을 보니까…내년 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지역적으로 어떻게 기도 운동을 일으킬 것이며, 어떻게 선교에 대한 열기를 내년 대회까지 확산시켜 나갈 것인가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얘기보다는…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회장단, 중앙위원들 명단을 보니까. 2세는커녕 1·5세들도 끼어들 자리가 없다. 연령층도 평균 60이 넘었다. 북미에서 목회를 오래하면 KWMC 중앙위원 자리 하나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들 정도다. 정말 그런 의식이 있다면 위기다.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KWMC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것 같다. 비판도 애정이 있기에 하는 것 아닌가.

KWMC가 세계 선교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90년대 중반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면은 인정해야 한다. 또 KWMC가 선교라는 화두로 묶지 않았다면 북미에 있는 한인 교회가 교단을 초월해 이렇게 모였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몇 분들이 자기 목적을 위해서 (KWMC가) 이용하는 모습을 볼 때는 안타깝다. 동료 목사나 선교사 중에 (KWMC에) 등을 돌린 사람이 많다. 그 친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하나님이 일하시고 계시는 것이 분명한데 사람이 잘못한다고 해서 손을 놓아서 되겠나. 비판하려면 뛰어들어 함께 고민하면서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나.

북미 선교 자원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으로는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아무 것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총회에서도 매번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열매가 없다. 미주 한인 교회들마다 학연·지연을 중심으로 선교사들과 연결되어 있다. 교회들이 1세 목사 위주다 보니 한국 출신 선교사들을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한국 출신 선교사들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북미 출신 선교사들(특히 영어권 2세 선교사들)은 누가 지원해주나. 미국 교회가 지원하겠나. 한국 교회 지원을 바라겠나. 20년 동안 차세대 선교 동원해야 한다고 목청 높였지만 대안이 없다. 대안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라도 구해야지 않겠나. 영어권 선교 초년생들이 풀이 죽은 채 선교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이 변화를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나.

기득권 내려놓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KWMC도) 하나의 큰 기구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다음 세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궈낼 수 있도록 완전히 뒤로 빠져주어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부족하다. 영어권 목회자들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그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1세 목사님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으니까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 백운영 선교사는 "북미 선교 자원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으로만 이야기하고, 실제로 아무것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인 교회들이 선교 지원을 결정할 때 미주 출신 중에서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선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변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화가 없는 것은 위기의식의 부재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면에서 위기라고 생각하나.

영어권 선교 자원들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 북미의 실질적인 선교 자원은 영어권이라고 본다. 북미에서 1세 위주의 선교 자원은 나오는데, 영어권 1·5세와 2세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인 교회들이 애를 쓰고 노력해도 나올까 말까한데 말만하고 있으니 나오겠나. 영어권 젊은이들을 선교 자원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위한 베이비시터 정도로 여기고 있다. 어른들끼리 예배드리고 대회 치르기 위해 애들을 봐주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2세들의 선교적 역량이나 열정은 어떤가.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더 선교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을 도전하고 사역 현장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채널이 없다. 1세들은 2세들의 선교적인 열정과 역량을 자신들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너희들의 희생과 헌신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해’라고 치부해버린다. 1세들은 희생과 헌신, 고난을 강조한다. 선교사들을 마치 슈퍼맨처럼 여기기도 하고, 선교 사역도 드라마틱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2세들에게 선교란 현실이고,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헌신하는 과정도 합리적이다. 2년 정도 단기 사역자로 현장을 경험하고, 장기 선교사로 남을지 결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1세들은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는 식으로 ‘선교 헌신하려면 화끈하게 하라’고 강요한다. 19세기 20세기 식의 선교 방식을 아직도 들이대고 있다. 굉장히 위험하다. 세대와 상황에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KWMC 틀에서 그런 변화가 가능하겠나. 

하나님은 다수가 아닌 몇 사람을 통해서 변화를 이루어오셨다. 변두리의 소수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면서, 중심을 밀어내고 새롭게 변화하도록 이끌어오셨다. 그러기에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하나님께서 결국은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하나님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실 것이라고 소망한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인 교회들이 선교 지원을 결정할 때 미주 출신 중에서 한국말에 익숙지 않은 선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변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만약 그런 사람을 찾기 힘들면 관련 선교사들에게 의뢰를 해서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한국말에 미숙한 2세 선교사들이 한국말로 선교 보고를 해봐야 얼마나 잘 하겠나, 한국에서 온 사역자들에 미칠 바 아니다. 그러니 그들은 미주에 있는 한인 교회가 아니면 기댈 곳이 없다.

또 기다리지 못하고 실적 요구하고, 열매 요구하면서 재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농부의 땀과 노력을, 열매를 거두는 농부의 그것보다 더욱 값지게 여길 것이다. 후원 교회들이 결과만 요구하니까 선교사들이 모든 과정은 생략하고 건물만 짓게 되고, 사람은 키우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어떤 선교 지역에서는 열매 맺지 못하는 씨만 뿌리다가 한 세대가 끝날 수도 있다.

2세들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나.

디아스포라적인 선교단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 서구 선교 단체에 몸담았던 한인 2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례는 위클리프나 오엠에프서도 다수 확인됐다.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선교 현장에 들어갔는데, 현지에서 아무도 그들을 미국 사람으로 쳐주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우리 같은 얼굴을 가지고 아무리 영어 잘하고, 미국식으로 행동해도 아무도 미국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함께 파송된 백인 선교사에겐 미국 사람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막상 서구 선교 단체에서 그 안에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있고, 어느 선 이상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러니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한국 선교 단체에서 견뎌내느냐, 그것도 아니다. 한국 단체는 수직적이고 행정 위주의 숨 막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더 견뎌내질 못한다. 때문에 이들을 위한 디아스포라적인 선교단체가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가진 장점을 부각시켜주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단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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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5세 2007-12-04 00:06:58
모든 것이 가능하신 하나님이시지만 KWMC 리더쉽의 변화를 요구하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변화에(가능하지 않은) 소용되는 에너지를 오히려 새 비전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북미주 이민교회의 모범적이거나 큰 교회 (크다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들이 다 1세인가요?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