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피자 먹고 '노둣돌' 됩시다
김치피자 먹고 '노둣돌' 됩시다
  • 김종희
  • 승인 2007.11.19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세, 2세로 구성된 청년 단체 '노둣돌' 주최 KIMCHEE BOWL

   
 
  ▲ 김치로 만든 피자를 먹는 외국인의 표정이 재미있다.  
 
김치만두, 김치볶음밥, 김치핫도그, 김치피자…. 겉은 외국 재료인데 속은 한국 김치로만 채워져 있다. 뉴욕에 있는 한인 청년 단체 ‘노둣돌’의 정기 후원 행사인 KIMCHEE BOWL가 11월 17일 주말 저녁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North Star Fund에서 열렸다. 작은 공간에 10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가득 모여서 김치로 만든 음식 외에 음료·음악·비디오 작품 들을 즐겼다.

   
 
  ▲ 좁은 공간에 100명 정도의 인원이 꽉 차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서서 참여해야 했다.  
 
시작하는 영상에서는, 돈의 도시 맨해튼에 안 어울리게 한미 FTA 반대 집회와 반전 집회에 참여해서 시위하는 장면이 ‘민주노총가’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어 대중적인 노래는 아니지만 영감 있는 시와 멜로디로 분위기를 사로잡은 여류 시인이자 음악가의 연주가 있었는가 하면, 풍물패의 꽹과리와 장구의 경쾌한 리듬도 분위기를 띄어주었다.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안치환의 ‘광야에서’를 부른 여성 듀엣의 발랄함도 좋았고, 노래방에서 만나 팀을 결성해서 플러싱에서 열린 추석대잔치에서 상도 탔다는 십대 그룹 ‘3박자’의 엇박자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어차피 우리끼리 맘 편하게 즐기면서 돈을 모아보자는 것이니까 너무 수준 높아야 할 필요도 없다(그래도 나중에 결산하니 목표액을 넉넉히 달성했다고 한다).

   
 
  ▲ 어설픈 발음으로 부르는 안치환의 '광야에서'는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준다.  
 
   
 
  ▲ 고등학생들은 동성애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카메라에 담아서 보여주었다.  
 
고등학생들은 동성애를 주제로 들고는 한인 사회와 교회를 파고 들어가서, 동성애자를 대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한인 사회에서는 동성애자가 왜 안 보이는 걸까? 한인 사회에는 동성애자가 한 명도 없어서 그럴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보수적인 한인 가정, 그보다 더 보수적인 교회들, ‘동성애자를 대할 때 장애인처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는 목회자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참가자들 가슴에서는 한숨과 탄식이 동시에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숨도 못 쉬고 기도 못 펴고 있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고민이, 거친 화면과 맞춤법 틀린 글자 투성이지만 그 안에 가득하다.

노둣돌 회원들이 50명 정도 된다고 했는데, 이날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회원들의 친구와 가족, 노둣돌이 하는 일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고 한다. 반면 한인들, 특히 중년 이상은 두 명 정도 있을 뿐, 대부분은 20대에서 40대 초반까지 비교적 젊은 층이었다.

   
 
  ▲ 그가 부르는 연가와 농민대회 포스터가 왠지 어울릴 듯 말 듯하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포스터 안에 갇힌 소의 눈에서도 피눈물이 흘렀다.  
 
   
 
  ▲ 북, 장구, 꽹과리의 신명에는 막걸리가 제 맛이지만, 오늘은 맥주 한 잔으로 대신하는 수밖에.  
 
‘노둣돌’이라는 단어는 원래 말에 오를 때나 내릴 때 발돋움하기 위해서 대문 앞에 놓은 큰 돌을 뜻한다. 하지만 음력 7월 초이렛날 밤 견우와 직녀의 상봉을 위해 까마귀와 까치들이 모여서 은하에 놓은 오작교를 받쳐주는 돌을 뜻하기도 한다. 견우와 직녀처럼 갈라져 있는 남과 북 사이에서, 한인 1·5세, 2세 청년들이 이음매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99년 창립되었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 이민자 교육 문제, 보건 문제 등을 세 가지 축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진보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 미주의 한인 언론으로부터 ‘친북 좌파 단체’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지금까지 활발하게 돌아가던 프로그램이 일순 휘청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조용하지만 꾸준히, 미국 내 진보적인 한인 청년 단체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노둣돌의 모습은 홈페이지 www.nodutdol.org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