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컨퍼런스인가?
누구를 위한 컨퍼런스인가?
  • 박지호
  • 승인 2007.11.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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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A 주관 컨퍼런스, 선교사 주축, 현장 중심, 연대 모색 돋보여

지난 8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아프가니스탄 선교 컨퍼런스가 열렸다. 선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현장 중심으로 연대를 모색하도록 장을 열어준 주최 측의 배려가 돋보였다. 컨퍼런스는 CCA(Concerned christians for Afghanistan)라는 미국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문 선교 단체가 주관했다.

샘물교회 단기 선교팀이 탈레반에 납치되어 한창 시끄러울 때라 주최 측은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며, 단체 이름조차 표기를 원치 않았다. 사진 촬영할 때도 대회 참석한 선교사들에게 일일이 협조를 구해야 했다. 현지 선교사들의 사역에 행여 지장을 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규모가 큰 컨퍼런스도 아니었다. 전·현직 선교사와 선교 후보생을 비롯해 관련 선교단체와 교회에서 120여 명이 모였다. 강사를 비롯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주최 측에서 별도로 초청하지 않았다. 아프간 선교에 실질적으로 관계된 사람이거나, 평소에 아프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CA를 중심으로 아프간에서 사역하는 80개 단체 550여 명이 연합되어 있었다. 선교 지역에 중복 투자를 막고, 새로 개척해야 하는 지역을 위해 어떻게 동역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현재 아프간에도 지하 교회가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지하 교회를 이끌었고, <하늘의 속한 사람>이라는 책을 쓴 윈 형제를 초청해 강의를 들었다. 아프간 지하 교회 지도자들도 참석했다.

컨퍼런스 현장에서 대접받는 사람은 대형 교회 목사도, 돈을 많이 내는 목사도 아니었다. 척박한 선교 현장을 평생 일궈온 노(老) 선교사들이었다. 거동도 불편한 나이든 선교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선교 지망생부터 중견 선교사까지 줄서 기다리는 모습도 연출됐다. 현장에 대한 이야기와 사역 노하우를 듣는 동안 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컨퍼런스를 통해 선교사들에게 사례비를 주는 것도, 후원 교회를 찾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의 사역을 나누면서 격려하고 교제하고,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단체끼리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사귀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인격적인 신뢰가 쌓이면, 선교 현장에서 소모적인 경쟁도 사라지는 것이다.

대회 스케줄에는 Networking Blocks라는 시간이 별도로 있었다. 단체 간 개인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브레인스토밍하면서 동역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Training Modules는 아프간과 현지인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순서였다.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왜곡된 두려움과 편견을 제거하고, 긍정적이고, 균형적이고, 성격적인 관점을 갖도록 돕기 위한 자리였다.

컨퍼런스 핸드북에는 강사 목사들에 대한 화려한 약력과 근엄한 사진 대신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경제, 지리, 교육 등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서적이나 자료를 요약해 소개했다. 행사를 주최한 CCA의 핵심가치도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대목이다. “CCA exists not for itself or for any one church or individual.” (우리는 우리 단체를 위해서나 특정 교회나 개인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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