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교회다워야 교회지!'
'교회가 교회다워야 교회지!'
  • 김종희
  • 승인 2007.11.3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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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 정숙희 기자가 쓴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사무실에 소포가 와서 열어 보니, 잘 알고 지내는 분이 보낸 책 한 권과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책은 <미주한국일보>에서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는 정숙희 기자가 쓴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홍성사)였다.

기독교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눈길이 끌릴 수밖에 없는 책 제목이다. 하지만 책 속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약간의 망설임이 앞섰다. 이 책의 제목과 똑같은 내용으로 했던 설문조사 결과들, 비슷한 제목으로 쓰인 교회 비판서들, 한국에서 만날 본 것이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제목만 보고도 짐작하고 남았다.

책장을 얼른 펴지 않은 더 큰 이유가 있다. ‘미국에 있는 기자’, 그것도 ‘일간지 종교 담당 기자’가 썼다는 것 때문이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지내면서, 미국의 한인 일간지 기자가 교회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면서 만족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었다. 대개의 경우 목회는 신통치 않게 하면서 시간은 많이 남으니까 자기들끼리 조직 만들고 돌아가면서 감투 쓰는 목사들(안티 기독교인들은 이런 부류를 ‘먹사’라고 부른다)의 대문짝만한 사진이 아까운 지면을 지라시로 만든다. 교인이랑 바람피우다 들통 나서 교회를 사임한 목사 이야기는 교회를 안 다닌다 해도 뉴욕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일간지에서는 ‘A 교회 B 목사’, 이러고 있다.

기자 개인만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한국과 비교할 때 이민 사회에서 교회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게다가 현금이 많다. 다른 비즈니스 광고는 할인을 해도 교회는 할인을 해줄 필요가 없단다. 교회처럼 물 좋은 광고 시장이 한인 사회에는 별로 없다. 이런 점은 한국 사회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언론사 입장에서 교회와 관계가 소원해지면 좋을 것이 없다. 백해무익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 현실을 뻔히 아는데, ‘미국에 있는 일간지 종교 담당 기자’가 쓴 교회 비판서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왜 예상을 못하겠는가. 하지만 책을 보내주신 분의 성의, 그보다는 ‘홍성사’에서 나온 책이라는 신뢰 때문에 책장을 열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온 시간을 빼고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일간지 기자로 20년 넘도록 글을 써왔기 때문에 글을 쉽게 쓰는 법을 알고 있다. A4 사이즈(미국에서는 Letter 사이즈)로 한 장을 넘길까 말까 해 보이는 짧은 칼럼이니, 글 한 꼭지당 4페이지가 안 된다. 총 46꼭지로 된 이 책의 전체 분량은 200쪽을 살짝 넘는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또 다른 이유는, 교회에 대해서 웬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다섯 개로 나뉜 큰 제목만 보자. ‘교회가 너무 많다’, ‘목사가 상전이다’, ‘교회를 돈으로 움직인다’, ‘말씀과 삶이 다르다’, ‘주일엔 쉬고 싶다’. 이 정도 내용 모르는 사람, 동의 못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모르겠다, 나도 10년 넘게 주로 이런 문제만 다뤄왔기 때문에 내 눈에만 익숙한 것일 뿐 일반 교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거나 생소하거나 충격적인 것인지도.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실명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목사’라고 아리송하게 쓴 곳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교회와 목사의 실명을 밝혔다. 이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취재 경험, 정면으로 맞서려는 용기가 없으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숙희 기자도 이런 실명 비판 때문에 무수히 욕도 얻어먹고, 자신을 비난하는 광고도 접했고, 해고의 압력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도 교회 비판, 목사 비판의 대가가 이 정도면 그리 비싼 건 아니다. 저자가 태어난 해가 58년이니까 가정에서 아내이고 엄마일 텐데, 남편의 사업이 졸지에 망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갑자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본인도 취재하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정숙희 기자를 빼닮은 헝겊인형을 만들어서 골방에서 바늘로 인형의 심장을 콕콕 찌르면서 저주의 기도를 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실명 비판을 한다는 것은 이런 저주도 감사히 받아들일 작정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용기만으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다.

교회와 목사에 대해 실명 비판 기사를 쓸 수 있는 것은 ‘주님의 몸’인 교회에 대한 사랑 때문에 내 심장이 아프기 때문이다. 아픈 심장을 감싸 안고 쓴 글은 독자들의 마음에도 똑같은 사랑과 아픔을 전달해준다. 그런 글을 읽고도 심장이 아프지 않다면 영적인 심장마비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너무 많다. 그런데 교회가 없다!’는 책 뒤표지의 카피처럼, 숨만 간신히 쉬는 산송장들이 즐비하다. 처음 칼럼을 쓰기 시작한 10년 전과 비교할 때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진 교회의 현실을 고통스러워 하지만, 교인들에게, 세상에, 주님에게 고통을 안겨준 많은 목사들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들의 고통 불감증이야말로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이 책의 목차


1장 교회가 너무 많다
개신교와 천주교 / 성전 몸집 키우기 / 불편한 교회, 그래서 마음 편한 교회 / K 목사님께 / 네 탓이오, 네 탓이오! / 교단 탈퇴 카드 / 교회 옮기기 / ‘내 맘대로’ 골라 드리는 예배 / 교회가 너무 많다

2장 목사가 상전이다
목사는 교회의 우상? / 담임목사 다음이 부목사 / 성도들이 볼 수 없는 목사의 얼굴 / 좋은 목사, 좋은 교인 / 상전이 된 목사님 / 타이어 갈아 끼우기 / ‘스타 목사’들의 은퇴 / 목사 빼앗아 오기 / 목회 촌지와 부수입 / 개혁의 첫 단계 / 장로 임기제 / 돈 받고 일하는 봉사자들

3장 교회를 돈으로 움직인다
청지기의 의무 / 크리스천과 숫자 / 예수 파는 교회 / 과시용 헌금 / 목사님, 욕심 좀 버리세요 / 교회에 돈이 너무 많다 / 예산과 결산 / 교회 부동산 / 교회와 세금 / 교회에서도 ‘떡값’이 오간다 / ‘번영의 복음’ 그리고 모금

4장 말씀과 삶이 다르다
“스님, 예수 믿으세요” / 햄버거 전도 / ‘우리’들의 교회 / 술 담배와 교회 / 북한 돕기 / 크리스천의 직분 / 하나님의 심판

5장 주일엔 쉬고 싶다
하나님과 나누는 비밀한 대화, 기도 / 본질이 다른 신앙 / 찬송가와 복음성가 / 좋은 설교 / 성경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 / 십일조와 복 / 안식일엔 쉬고 싶어요


출판사와 저자 인터뷰


   
 
  ▲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의 저자 정숙희 <미주한국일보> 기자.  
 
-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10년간 미주 한인 이민 교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책이지만, 지역을 떠나 세계 어디서나 한국인들이 세운 교회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을 담은 기록입니다. 교회의 좋은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또한 모두 실제 사건들이며 교회와 목회자, 관련자들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자로서가 아니라 신문기자로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썼습니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하여 요즘 세상 사람들이 개신교회와 신자들을 향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성찰해 볼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 유력한 일간지에 교회를 향한 쓴소리만을 기사화하여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사를 읽고 항의와 핍박을 많이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주로 근본주의적인 신앙을 가진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입니다. 저에게 직접 전화나 편지, 이메일로 항의하거나 욕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제 앞에서는 잘 썼다고 아부하고는 뒤돌아서 입에 거품을 물고 욕하는 목사님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분들이 신문사 국장, 사장, 회장에게 저를 해고하라는 편지나 팩스를 보낸 일도 여러 번이고, 정숙희를 욕하는 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낸 일도 수차례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항의하는 것은 글의 내용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아니라, 도대체 신문에서 왜 이런 글을 싣는가, 네가 뭔데 이런 글을 쓰냐는 불평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숙희 기자 때문에 도무지 전도가 안 된다”는 소리를 수백 번도 더 들었는데, 이 주장이야말로 참으로 황당합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들 때문에 전도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그 나쁜 일들을 보도했기 때문에 전도가 안 되는 것입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글이 교회에 꼭 필요한 글이라며 박수 쳐 주고 소중하게 여겨 주는 독자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보고 싶어지는 얼굴이 많았습니다. 한때 교회 생활을 너무도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거나 아예 교회를 안 다니고 있는 분들이 있으니까요. 책에서는 여러 가지로 이에 대한 이유를 진단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하는데 교회가 세상과 다른 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보다 더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배타적이며 사람 차별적이지 않은가요? 그런데 교회가 그래서는 안 되니까 그렇지 않은 척, 거룩한 척, 깨끗한 척, 사랑이 많은 척 하느라 가식과 위선에 익숙해진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런 무리들에 대해 집단적으로 실망하고 상처받으면 여간해서 돌이키기 힘들다고 봅니다.

-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다닐 교회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정 기자님은 여전히 기성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그럴 수 있는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너무나 교과서적인 답변인데요, 사람을 보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교회 생활에서 실망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교우들 혹은 목회자로부터 상처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 실망해서 떠난다는 사람은 이제껏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 삶에 직접적으로 간섭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면 절대로 교회를 떠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간섭하시는 손길, 거기에 예민한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제가 좋아하는 찬송 가운데 “예수 예수 믿는 것은 받은 증거 많도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처럼 저는 개인적으로 받은 증거, 저와 주님만이 알고 있는 증거가 많기 때문에 예수 믿는 것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한국 교회,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에 쓰인 내용은 우리 크리스천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를 비난할 것 없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이 변하여 교회의 지킴이가 되도록 애쓸 때 한국 교회는 진정으로 이 시대를 깨우는 신앙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함께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주시길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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