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에는 시내산이 없다? (5)
시나이 반도에는 시내산이 없다? (5)
  • 성기문
  • 승인 2007.12.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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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까지의 밤낮 없는 강행군

들어가는 말

우리는 지금까지 4회에 걸쳐서 시내산과 미디안의 위치에 대한 고대의 증거와 성경상의 증거, 이집트의 국경과 시나이 반도, 출애굽의 의미와 제사를 위한 3일 길,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 위한 방출(?)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출애굽이 미리 준비되고 신속하게 행해진 것이었다는 점과 언제 바로가 자신의 군대를 보내서 이스라엘을 추적하게 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히브리 노예들의 초능력?

일반적으로 가정하듯이, 바로의 노예들이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출애굽'에 있어서 '오합지졸'이었을 것이란 가정은 잘못일 수 있다. 노예로서의 노역(勞役)은 단체생활과 일사분란과 조직적인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야웨 신앙에 대한 자유와 그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없었던 것이지, 그들이 전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건강하고, 이집트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물건들로 풍부한 물질적 자원을 소유할 수 있었고, 이들은 큰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서도 필요했던 노예생활 당시에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집트 왕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다(출 14:5). 여기서 말하는 도망쳤다는 히브리어(바라크)는 구약에서 68번 사용되었는데, 전형적으로 “목숨을 얻기 위해서 도망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예, 창 16:6, 8, 27:43, 31:21, 출 2:15, 삼상 19:12 등). 성경에서 말하는 정황과 이들이 갖게 되었을 심리적 정황과는 달리 우리의 마음속에 묘사된, 그리고 영화 등을 통해서 묘사된 출애굽의 속도는 '느리고 무질서하고 무방비적'인 것이었다. 물론 '도망치다'는 의미의 히브리어가 또 있는데, 이 '누스'(nws)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아무런 계획이나 방향 없이 절망 가운데 도망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출애굽의 행렬이 누스라는 히브리어로 묘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다.

어쨋거나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서둘러'라는 표현(이 표현은 나중에 사 52:12에서 제2의 출애굽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언급할 때 다시 사용된다)과 함께 7일간의 무교병(고통의 떡)은 출애굽의 여정의 기간과 여정의 성격을 잘 규정해준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준비된 상태로 서둘러서 도망쳤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 자체를 미리 대비하고 신속하게 애굽을 떠났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백성을 홍해로 가는 광야 길로 돌아가게 하셨다. 이스라엘 자손은 대열을 지어 이집트 땅에서 올라왔다”(출 13:18).

흥미로운 사실은 출애굽 자체가 군대적인 용어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출 6:26, 7:4, 12:17, 41, 51, 14:4. 게다가 이스라엘은 시내산을 떠나 가나안 땅의 정복에 나서면서도 군대로 묘사된다(참조 민 1:3 이하).

“이스라엘 자손을 부대별로 편성하여 이집트 땅에서 인도하여 내라는 주님의 분부를 받은 이들이, 바로 이들 아론과 모세이고, 이집트의 왕 바로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을 내보내 달라고 말한 이들도, 바로 이들 모세와 아론이다”(출 6:26, 27).

'부대별'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행렬 구조였는지, 혹은 더 나아가 신속한 출애굽을 위한 군사작전이었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출애굽하는 이스라엘이 오합지졸에, 무방비에, 무기력한 사람들이 아니었음은 명확해진다. 이것에 대해서는 세 가지 해석적 가능성이 있다. 즉 첫째는 부족별로, 둘째로는 무장을 하고, 그리고 셋째로는 출애굽이라는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기동성과 효율성과 목적성을 갖춘” 군사적 조직과 형태를 갖춤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문맥상 세 번째 입장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스라엘은 출애굽을 위하여 '군대'(비록 전면전을 위한 군대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지라도)가 되었던 것이다. 모든 군대의 특징인 기동력과 조직력 그리고 목적지향성을 출애굽하는 히브리인들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길고 무질서하고 무방비 상태의 피난 행렬을 가정해서는 안 된다.

바로는 언제 자기 군대를 보냈을까?

우리가 가정하듯이 바로가 바로 출애굽하는 이스라엘을 추적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이스라엘의 출애굽 여정의 끝에서 바로의 군대가 이스라엘을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믹돌과 바다 사이의 비하히롯 앞 즉 바알-스본 맞은쪽 바닷가에 장막을 치라고 하여라. 그러면 바로는, 이스라엘 자손이 막막한 광야에 갇혀서 아직 이 땅을 헤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바로의 고집을 꺾지 않고 그대로 둘 터이니, 그가 너희를 뒤쫓아 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로와 그 군대를 물리침으로써 나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니, 이집트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서,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은 모세가 시키는 대로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이 도망쳤다는 소식이 이집트의 왕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와 그의 신하들은 이 백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우리에게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렇게 풀어주어 놓아 보내다니, 어쩌자고 이렇게 하였는가?" 하고 후회하였다. 바로는 병거를 갖추고 그의 군대를 이끌고 나섰다. 그는 특수병거 육백 대로 편성된 정예부대와 장교들이 지휘하는 이집트 병거 부대를 모두 이끌고 나섰다(출 14:1-7).

이스라엘은 출애굽을 하여 라암셋을 떠나 숙곳에 이르렀고 그곳을 떠나 광야 끝 에담에 이르렀다. 하나님은 여기서부터 이스라엘을 그들에게서 앞서 행하시며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은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인도를 받으면서 하루종일 행군하게 되었다. 이들은 홍해로 이르는 광야의 길을 따라 행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돌이켜 바다와 믹돌 사이의 비하히롯 앞 곧 바알-스본 맞은 편 바닷가에 장막을 치도록 명령을 하셨다.

이스라엘은 라암셋에서 바닷가까지 오는데 총 한 차례만 장막을 쳤다(존 더햄의 해석에 따르면 숙곳[출 12:37, 39]과 에담[13:20]에서 장막을 쳤다). 중간 기착지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었다고 보지 않는다면, 이러한 표현은 이스라엘이 광야 끝(에담)에서 또 다른 광야 끝(바닷가)으로 오는데 전혀 쉬지 않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들은 바다와 믹돌 사이의 비하히롯 앞에 머물게 되었으며 그곳은 바알-스본 맞은편의 바닷가였다. 여기서 언급되는 지역들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은 있지만, 일치된 의견은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이스라엘이 바다에 도착할 때까지 바로의 군대는 출발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이 바다에 머물러 있을 때 바로의 군대가 그 주둔지를 떠나 이스라엘이 있는 바닷가로 갈 때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흘렀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바로의 정예부대와 비교할 때, 비록 많은 수였을지라도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인도와 밤낮 쉬지 않는 강행군과 비교할 때, 이스라엘의 이동보다도 시간상으로 더 늦었을 것이다(이들은 최소한 밤마다 쉬어야 했다).

이들이 이스라엘의 진영 가까이 오게 되자, 비로소 구름과 흑암이 이집트 군대와 이스라엘을 가로 막아서게 되었다. 이러한 차단의 목적은 모세가 바다를 열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승리는 열가지 재앙과 이스라엘의 출애굽의 행렬뿐만 아니라, 바다를 여시고 이스라엘을 건너게 하시고, 바로의 군대들이 수장(水葬)되는 것에서 종결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서 볼 때도 '출애굽에서 바다에까지 이르는 길'이 전통적인 입장에서처럼 반드시 (극단적으로) 짧아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러한 논의는 그 바다의 정체가 습지인지 호수인지, 혹은 수에즈 운하쪽의 바다인지에 대한 논의와도 연관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출애굽하는 이스라엘이 미리 준비되고 서둘러서 행했다는 점과, 바로의 군대가 출애굽의 여정의 마지막쯤에 이스라엘을 추적하였다는 점을 다루었다. 다음에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광야를 지날 때까지의 고난의 여정이 가능할 수 있었던 초자연적인 그리고 자연적인 요인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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