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손에 들린 인형처럼"
"하나님 손에 들린 인형처럼"
  • 김종희
  • 승인 2007.12.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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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귐의 기도] 저자 김영봉 목사, '무의식 세계에서도 하나님과 조율되고파'

   
 
  ▲ 2002년 초판이 발간된 이해 지금까지 올바른 기도 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영적 지침서가 되어주고 있는 <사귐의 기도>.  
 
김영봉 목사가 쓴 <사귐의 기도>는 IVP에서 2002년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기도의 교과서처럼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책을 쓸 당시는 한국의 협성대학교에서 신약 신학을 가르쳤고, 뉴저지에 있는 미국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썼다. 지금은 버지니아에 있는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목회를 ‘영성 목회’라고 했다.

2007년의 달이 기울고 2008년의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새해 첫날을 기도하면서 맞이하려고 한다. 그중에는 기도 가운데서 하나님과 함께 새해를 맞으려고 순수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 마치 이른 새벽 정화수 떠놓고 빌듯이 새해가 되자마자 복을 빌어야 약발이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지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그 책이 그 사람의 다음 걸음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한다. <사귐의 기도>가 저자의 그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사귐의 기도>를 읽은 사람들 중에 '김 목사가 기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도 전문가, 기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을 때가 가끔 있었다. 여기서 오는 부담이 작지 않다. 책을 쓰면서 ‘그렇게 기도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은 현실의 내 모습에 대한 부담감과 아울러 그렇게 되고 싶다는 소망을 주었다. 늘 그 간격을 메우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바랐던 것은 무엇인가.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조율하면서 살고 싶다, 하나님 손에 들린 인형처럼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도 하나님과 조율하고 싶다는 것이다.

스탠리 존스가 쓴 <순례자의 노래>를 읽고 감명 받은 대목이 있다. 관상 기도, 침묵 기도가 말로 하는 기도보다 중요한 것은, 말로 하는 기도는 나의 의식과 하나님이 조율하는 것이라면 관상 기도나 침묵 기도는 무의식까지 하나님의 임재에 잠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의식이 5%를 차지하고 무의식이 95%를 차지한다는 학자들의 말이 맞는다면, 우리의 의식보다 무의식이 하나님의 임재에 젖어서 그분과 조율되어서, 꿈속에서조차도 하나님과 조율될 수 있다면, 성경에서 보듯이 꿈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일상의 삶에서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영성 생활이니 영성 훈련이니 기도 생활이니 하는 것들이 자칫하면 인간의 공로를 강조하는 것으로 변질되기 쉽다. 수도 생활을 통해서 뭔가를 이루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 김영봉 목사는 '기도의 대가'이고 '기도의 사람'인가. 하나님의 손에서 자유자재로 놀려지는 인형처럼 무의식의 세계에서도 하나님과 만나 조율되는 기도의 사람이고 싶은 소망의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다.  
 
현대 영성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영성 생활의 목적은 내가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서 그분이 나를 변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침 첫 시간, 새벽기도가 끝나고 혼자 남아서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급하고 바쁜 일이 있더라도 10분이라도 더 하나님의 임재 속에 젖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에 대한 예민함이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렇지 않고 막 행동하다 보면 다 잊어버릴 수가 있다. 그럴 때마다 모든 것을 중단하고, 잠시라도 하나님께 나의 초점을 맞추려고 애쓴다. 지금도 꾸준히 기도 일기를 쓰고 있다.

목회를 하면서 동역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100가지 활동을 하느라 자신을 들볶는 것보다 하나님의 임재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착각이다, 바쁜 것은 보이는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는 사람들이다, 교인들이 우리의 영을 통해 하나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자주 한다.

어렸을 적에 목회자들을 보면 가끔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어서 기도원에 가서 금식 기도를 했다. 여기 와서 2년 반이 지나면서 그런 필요를 못 느꼈다. 뭔가 급하게 풀어야 할 정도로 영적 고갈 상태에 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무엇이었나. 책을 통해 변화된 자신(독자)의 모습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지.

그나마 지금까지 하던 기도도 못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를 꽤 많이 들었다. 그러면 혼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대답하곤 했다. 지금까지의 기도가 너무 잘못되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하나님께 구하는 기도만 해왔다면 이제는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기도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기도에 대해 나와 비슷한 논조로 쓴 책이 많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교회 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투를 이 사람도 똑같이 겪고 있구나, 그런 싸움에 공감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들 했다.

하지만 책만 갖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맞아’, ‘참 좋다’, ‘나에게 문제가 있구나’, 이렇게 자각은 하지만 막상 기도 생활을 바꾸려고 하면 쉽지 않다. 안내자가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봄과 가을에 2박 3일간 교인들을 대상으로 영성 수련회를 하려고 한다. 기도 생활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것이다. 2년 전 특별기도학교를 열었을 때 반응이 참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실천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질적인 훈련이 따라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책을 통해 기도에 대한 대중들의 의식을 흔들어 깨웠다면, 이제는 교인들에게 실제 기도 훈련을 시킬 때가 되었다. 와싱톤한인교회는 내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영성 수련회를 열어 기도 훈련을 시킬 예정이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원에 가든지 골방에 가든지, 기도 속에서 송구영신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까.

<사귐의 기도>에서 얘기했듯이, 하나님과 나와 조율되는 것이 중요하다. 작정 기도를 하고 결단 기도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기도 제목을 정해서 새해에는 이것을 달라고 하는 기도 말고, 나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고, 내 속에 있는 것들을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 내놓고, 하나님과의 관계에만 집중하면 좋겠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살아나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면 좋겠다.

물론 침묵 기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김 목사는 통성 기도를 부정하거나 거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벽기도를 할 때 50%는 소리 내서 기도한다. 침묵 기도, 묵상 기도만 하다 보면 의식이 둔감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말만 계속 하면 피상적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때로는 말하고 찬송하다가 때로는 침묵하다가, 이러면서 질적으로 충분히 하나님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방법이나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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