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이랜드와 박성수 장로
2007년의 이랜드와 박성수 장로
  • 김종희
  • 승인 2007.12.29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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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25일 이랜드 노동자와 함께하는 예배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국 교회의 이웃입니다", "아기 예수는 가난한 자의 친구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담은 박을 터뜨렸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성탄절 예배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가 12월 25일 오후 3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홈에버 매장 앞에서 열렸다. 이날 예배에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 300여 명의 기독인들이 함께했다.

설교를 한 권오성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이랜드 사태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성탄을 맞이해서 마음이 무겁다”며 “내년에는 여기 있는 모든 노조원들이 일터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권오성 목사는 “이랜드가 기독교적인 가치로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이제 세금을 한 푼도 속이지 않고 잘 내는 것만으로, 또 이익을 사회에 내놓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탄을 맞이하는 사람은 비정규직보호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법을 만든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성장과 기업의 자유가 강조되고 있는 이 땅의 현실에서 그 성장과 기업의 자유만큼 양산되는 이 사회의 무수한 피해자들이 보호받고 그들의 삶과 복지가 성실히 존중되는 새로운 질서가 하루 속히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간구한다”며 공동 기도문을 발표했다.

박성수 회장, 사랑의교회 장로 사임

이랜드 그룹 회장인 박성수 장로가 사랑의교회 장로직을 사임했다. 이랜드 직원 일동은 12월 25일 사랑의교회 앞에서 성탄절 예배를 끝내고 나오는 교인들에게 돌린 유인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유인물에서 "(노조가 이랜드의) 대주주가 기독교의 장로님이시니 기독교의 이름에 먹칠을 하기 싫으면 노조에 무조건 양보하라는 막가파식 주장도 하고 있다"며 "기독교계가 정치적 이슈인 비정규직법 철폐 주장에 휘말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랑의교회 장로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랜드는 여러 계열사가 책임 경영제로 운영되는 회사다"며, "대주주는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고, 교섭의 당사자도 아니다"고 말해 이번 사태와 박성수 회장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뉴코아·이랜드일반노동조합은 12월 21일 사랑의교회 앞에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직접 나서 장기 파업 사태를 해결하고 노조 간부에 대한 대량 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이랜드 노조, 사랑의교회 앞에서 천막 농성

뉴코아·이랜드일반노동조합이 12월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앞에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직접 나서 장기 파업 사태를 해결하고 노조 간부에 대한 대량 해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연내 타결을 위한 집중 교섭이 예정되어 있던 하루 전날, 50여 명에 이르는 노조 간부들을 징계하고 그 중 33명을 해고했다”며 “이랜드 사측의 목표가 비정규직을 통한 비용 절감을 넘어 노조를 최대한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이랜드 사태가 교회와 무관한 것이 아니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제 박성수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사랑의교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사랑의교회에 박성수 회장이 직접 노조 대표와의 면담 및 교섭에 나서도록 주선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오정현 목사가 12월 23일 주일 설교에서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노조 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과 관련, “정치적 문제 이전에 사회적 약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12일 16일 주일예배에서 옥한흠 목사가 대선과 관련된 발언을 한 예를 들며 “지금까지 교회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교회를 활용해놓고, 부담이 되는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사랑의교회는 박성수 회장의 신앙의 근거지이자 상징”이라며 “사랑의교회가 이랜드 사태에 개입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는 "교회가 비정치적 단체이고, 이랜드 사태와 같은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혀, 그동안 그가 숱하게 보여온 정치적인 행태와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사랑의교회는 개입 안 한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12월 23일 주일예배에서 이랜드 노조의 농성과 관련, 입장을 밝혔다. 오 목사는 "교회는 비정치적인 단체이며,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이번 사태에 간섭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또 "세상의 가치관이나 방법이 교회로 들어와서 (교회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노조와 기업의 입장이 다르다고 들었다"며 "교회의 입장은 이 사회에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도록 선도하는 것이다"며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오 목사는 그러나 "교회 앞에서 농성하는 분들을 사랑하겠다"며 "교회 옆 자리에 천막을 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고, 따뜻한 물과 화장실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 쪽이 문을 닫은 모습을 보고 많은 누리꾼이 '교회가 문을 닫았다' '왜 사랑이 없느냐'는 글을 보고 "밤이 늦어서 닫은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12월 26일 오후 2시 30분 이랜드 신촌 본사 미팅룸에서 이랜드 협상 실무자들과 비공개로 면담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기독교대책위, 이랜드 측 강경 입장 재확인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기독교대책위)’가 12월 26일 이랜드 신촌 본사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을 만났으나 회사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기독교대책위 신승원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최재봉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 사무국장) 등 9명의 목사들은 이날 오전 11시 이랜드 본사를 방문, 박성수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로비에서 기다렸으나 박 회장을 만나는 데는 실패했다. 이들은 오후 2시 30분 회사 측 인사·노무·법률 관련 협상 실무자 4명과 1시간 20분 간 비공개로 면담한 끝에 “박성수 회장과 면담할 수 없으며, 노조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사측의 입장을 들었다.

기독교대책위는 12월 21일 “12월 26일까지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답변을 듣기를 바란다”며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 서한’을 사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들은 이번 면담에서 사 측에 같은 요구를 '12월 31일까지'로 바꿔서 다시 전달했다.

최재봉 목사는 “사 측의 입장이 변함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 측의 입장은 노조 지도부의 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대책위는 이랜드 그룹의 총책임자인 박성수 회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사 측은 “박성수 회장은 대주주일 뿐이므로,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사 측이 입장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장을 만나려는 것도 회사의 입장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원 목사는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조속한 시일 안에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기독교대책위가 어느 쪽 입장을 대변하진 않는다”면서 “회사와 노동자들의 아픔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 간에 화합하는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희망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앤조이> 기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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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inia 2011-07-18 09:04:18
Hey, that post laeves me feeling foolish. Kudos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