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새해 결심'
  • 김은정
  • 승인 2007.12.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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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18

2008년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온 지 11년이 되는 뜻 깊은 해죠. 저는 1991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6년을 영어 강사로 밥 잘 벌어먹고 살다, 말이 안 되는 죽은 영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죄스러워, 10년 전 미국 땅을 찾았습니다.

그때 한국 돈으로 2,000만 원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기내 안에서 영어로 ‘솰라솰라’ 하는 방송을 한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내가 2,000만 원 다 주고 저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 돈 하나도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영어라면 징그러웠죠.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데다, 회화 학원도 열나게 다녔고, 문법도  쫙 꿰는데, 영어가 왜 안 되느냐 말이죠. 한국에서 저한테 영어 배운 그 숱한 제자들, 수능 시험의 영어 점수는 끝내주게 올라가는데, 왜 내 입으로 영어 하면 ‘찐따’처럼 들리고, 팝송 가사는 한 구절도 들리지 않느냐는 겁니다. 아무튼 영어라면 이가 갈려서, 저는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그 후 11년이 지난 오늘 저는 영어가 잘 됩니다. 미국 사람처럼 발음할 수 있냐고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서른 살 넘어 말문이 트였으니, native처럼 발음하는 건 포기해야지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미국으로, 텍사스로, 제가 있는 학교에도 몰려듭니다. 제가 첫 수업 시간에 늘 학생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발음이 목표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목표로 삼으라고요. 미국 사람이 아닌데 당연히 미국 사람처럼 발음이 안 되죠.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 않은 이상 말입니다.

우리의 ‘악센트’ 있는 영어가 얼마나 ‘섹시’하게 들리는지, 두 가지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cool한 건지, 학생들이 느끼는 영어에 대한 열등감 대신 자부심을 부추겨주려고 노력하죠. 미국까지 왔는데 미국 선생이 아닌 저를 보고 반감을 가지는 학생들도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답니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선생이 영어를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 제가 정말 잘 가르쳐드릴게요.

믿고 한번 해보세요. 새해 365일 하루에 한 문장씩 익히고 써 보세요. 제 경우에는 미국 와서  딱 2년쯤 지나니까 ‘음…나 이제 영어 다 되는군’ 하고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제가 많은 시간을 들여서 배운 노하우를 1년 안에 배우실 수 있습니다.

만날 한다고 하는데도 영어가 잘 안 되시죠? 안 쓸 말 배우셔서 그래요. 너무 한꺼번에 노력하셔서 지쳐 나가떨어지는 거예요. 영어, 너무 애쓰지 마세요. 하루에 한 문장만 외우세요. 정말 잘하는 방법을 제가 아는데, 아직도 너무 많은 분들이 시간과 돈만 쓰시고 좋은 결과를 누리지  못하고 계셔서 참 안타깝습니다.

제가 가르쳐드리는 영어는 무슨 학위를 따러 학교 가려는 영어는 아니고요, 일상에서 미국인 이웃과 더불어 살면서 애들 키우면서, 슈퍼에 가면서 하는 말들이에요. 진짜 쓸 말들이죠.

새해 결심 세우셨어요? 살을 뺀다거나 담배를 끊는다거나, 다 좋지만 하나 더 붙여서 징그럽게 안 되는 영어 정복은 어떨까요? ‘새해 결심’은 영어로 ‘new year’s resolution’이구요. 영어와 우리말이 크게 다른 것 중 하나가 명사 앞에 소유격을 꼬박꼬박 붙어준다는 것이죠.

“새해 결심 세우셨어요?”라는 우리말에는 ‘너’ ‘당신’이라는 말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영어로 그 말을 빼면 전혀 다른 말이 되는 거죠.

다음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죠.

1. What is a new year’s resolution?
2. What’s your new year’s resolution?

1번은 “‘new year’s resolution’이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묻는 것이고, 2번은 “새해 결심 세우셨어요?” 하고 묻는 겁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영어 문장 분석을 피해서 문장을 한 덩어리로 가르쳐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문법책 10번씩 떼고 영어 교과서 빨간 줄 그어가면서 달달 외웠어도, 미국에 왔더니 영어가 안 되더라고요. 단어 한마디 한마디에 무슨 뜻인가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문장으로 뜻을 기억하시는 게 비법입니다.

우리말로 흔히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하죠. 영어는 ‘Happy New Year’로 말하는 게 가장 적당합니다. 새해 대화와 관련된 이번 주 영어입니다.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hat is a new year’s resolution? (‘new year’s resolution’이 무슨 뜻이에요?)

What’s your new year’s resolution? (새해 결심 세우셨어요?)

My new year’s resolution is to lose weight. (내 새해 결심은 살을 빼는 거야.)

I’ll quit smoking this year. (올해는 담배를 끊고야말겠어.)

I’m determined to learn English this year. (올해는 영어 공부를 꼭 할 거야.)

I keep trying, but it’s really hard. (만날 한다고 하는데도 잘 안 되지 뭐.)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하고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이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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