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과 교리 굴레 벗고 신앙 가치로 헤쳐 모여
교단과 교리 굴레 벗고 신앙 가치로 헤쳐 모여
  • 홍성종
  • 승인 2008.02.05 0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미와 전망] 보수 침례교단 노선 이탈 촉발할 듯

   
 
  ▲ '신침례언약축전'을 주창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그는 대회의 기본 정신은 교리와 교단의 장벽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종  
 
왜 이 시점에서 신침례언약인가. 오늘날 신앙의 신념을 걸고 인종차별 타파를 비롯해 인류 공통의 이슈를 들고 전면에 나선 지미 카터 전 대통령(84)은 공교롭게도 남북전쟁 당시 노예 정책을 고수한 남부의 농장주 아들이며, 보수적인 미 남침례회 우물 안에서 자라난 정통 침례교인이다.

침례교와 따로 떼어서 삶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카터에게 고민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이다. 미 남침례회의 보수적인 성경 해석과 일부 신앙 이념이 반성경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데 그의 갈등은 깊어갔다. 이를테면 근본주의적인 신앙적 가치가 인종 간 또는 인류 간에 배타적인 충돌을 낳고, 여성 편견에 관한 균형을 잃은 성경 해석 탓에 여성은 목사나 안수집사로 세우지 않는 치리도 문제가 되었다.

이런 고민 가운데 있던 카터 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하나님 안에서 하나”라는 신앙 양심에 순종하여 남침례회에 반기를 든 것은 부시 정부의 등장과 맞물린다. 남침례교회 등 기독교 보수 세력의 지지를 업고 등장한 부시 정부는 노골적으로 이슬람 정권을 향한 적개심을 조장해 급기야 전쟁을 일으켰으며, 인류 평화를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때문에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부시 대통령을 “외교 관계에서 가장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미 남침례회의 멈출 줄 모르는 우향우도 문제가 되었다. 지난 2000년 미 남침례회는 새로운 신앙 선언을 채택하며 “모든 여성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뿐 아니라 남침례회는 세계침례교연맹(the Baptist World Alliance)이 진보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선택했다.

이때 평소 여성 인권 신장을 비롯한 사회 평등과 가난한 이웃을 돕는 데 실천적인 입장을 보인 카터와 아내 로잘린 여사는 남침례회는 더는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번 신침례언약축전은 새로운 교단을 창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단과 교리의 속박을 넘어 숭고한 신앙의 가치 실현에 헌신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침례교인이 헤쳐 모인 것이다.

이번 축전은 지난 2006년 4월 카터센터에서 남침례회를 제외한 18개 침례교 리더들이 만난 자리에서 잉태한 것이며, 이후 2007년 1월 80명의 리더들이 후속 모임을 갖고 구체화한 것이다.
 
이번 신침례언약축전에 뜻을 같이한 교단은 세계침례연맹 산하 지역 교단이 대부분으로, 흑인 침례교단에서 가장 규모가 큰 750만 교인을 둔 전국침례회(National Baptist Convention USA Inc.) 등 4개 흑인 침례교단 비롯해 약 2,000만 교인을 대표한 그룹이다.

일부에서는 미 보수 교단에 회의를 느끼며 주저하고 있는 침례교회들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이탈을 가속화하거나 적어도 공동의 이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남침례회는 이번 대회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유보하고 있으며, 남침례회 출신 목사인 마이크 허커비(Huckabee)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은 신앙적인 견해 차이를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다.

   
 
  ▲ 대회를 마치며 새로운 신앙 가치의 실천하기를 소원하며, 참석자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홍성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