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정직 통해 한국 교회 진정성 드러내야
[반론] 정직 통해 한국 교회 진정성 드러내야
  • 양국주
  • 승인 2008.02.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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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조 목사의 아프간 기도 모임 미주 투어를 보면서

아프간 인질 사태를 통해 세간의 질타를 받았던 박은조 목사께서 미주 한인 교회를 돌며 당시 상황에 대한 해명과 감사 투어를 가졌다. 원래 정체불명의 소문이라는 것이 확대재생산 기능마저 갖춘 터라, 진실보다는 이를 옮기는 사람의 개인적인 편견까지 덧붙여지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왜곡된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박 목사께서 해명하고자 했던 부분들은 아프간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아프간 사태가 원점으로 되돌려질 수도,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올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피살된 심성민 씨의 부모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신선해 보이는 대목이지만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터라, 미주 투어의 명분도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카불에서 빌린 전세버스가 고물 벤츠였다느니, 일상적인 단기 선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서를 썼다지만 실제로 유서를 쓴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였다는 것은 굳이 해명되어져야 할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근 MBC가 보도한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분수없는 처신, 세습과 탈법, 목회자가 세금을 떼어먹는 파렴치범으로 치부되면서 거명된 교회나 지도자 몇몇의 문제로 여길 기독교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2006년 인터콥이라는 선교단체가 아프간 평화축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드러낸 편집 증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공격적이거나 타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선교의 오만함을 드러낸 극치로 몰아세웠다. 인질 사태는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었고, 결국 한국 교회는 공범으로 몰렸다. 샘물교회만 매를 맞은 것이 아니라 이 땅의 기독교인 모두가 공범으로 함께 몰매를 맞았다. 이를 두고 동일성의 원리라고 한다.

아프간 사태의 진실 가운데 해명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 남았을까? 그리고 샘물교회가 덤터기를 썼다면 무엇 때문일까? 샘물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목회자 입장에서 억울한 오해가 있다면 마땅히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변명이나 책임회피가 아닌 정직과 진실로 문제를 정정당당하게 풀어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외신에서는 인질 석방의 대가로 400만 불이 건네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다른 정보로는 지난 7월말, 탈레반이 요구한 대금을 건네는 과정에서 결코 적지 않은 돈이 증발해 본의 아닌 배달사고도 불거져나왔다. 그런 이유로 8명이 석방되리라던 낭보도 배형규 목사의 절망적인 비보로 뒤바뀌었다.

샘물교회는 한민족복지재단의 칸다하르 백재현 지부장으로부터 초청장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교회가 지겠다는 각서를 썼다. 이 부분은 지금 진실공방의 차원을 넘어 샘물교회의 도덕적인 책임으로 남아 있다.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인질 석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샘물교회가 인질 석방의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돌팔매를 던진 사람들의 표면적인 이유가 국민들의 혈세를 특정 종교의 무분별한 선교 행위로 인한 대가로 낭비할 수 없다고 여긴 까닭이다. 샘물교회가 석방 대가를 지불하거나 약조했다면 샘물교회나 한국 교회는 그야말로 뭐 주고 뺨맞은 꼴이다. 한국 교회와 샘물교회 자신을 위해서라도 박 목사는 정정당당하게 나서서 적극적인 해명을 해야만 한다.

인질 문제가 해결된 이후 박은조 목사는 인질 사태와 관련해 본인이 세 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자복하였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미주 한인 교회를 돌며 아프간 사태의 진실공방을 벌이기보다, 이제라도 석방 대가와 관련한 각서의 진실을 밝히고 아프간 사태로 강제 출국된 80여 명의 선교사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 선의적 해결이 있어야만 한다. 샘물교회가 보여줄 정정당당한 진실과 정직에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진정성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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