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잃은 한국 교회, 인간성부터 회복해야
매력 잃은 한국 교회, 인간성부터 회복해야
  • 김종희
  • 승인 2008.03.2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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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싱턴침례대학교 신석태 총장

   
 
  ▲ 워싱턴침례대학교 총장 신석태 목사.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아난데일에 있는 워싱턴침례대학교(Washington Baptist University)는 미국에 있는 한인 신학교 중에서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ATS(북미 신학대학 및 대학원 협의회·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에 가입되어 있다. 지금은 정회원 후보이며, 내년 6월경 정회원으로 최종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학교 총장 신석태 목사를 만나서 한국 교회의 현실과 신학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다.

신석태 목사는 1984년부터 89년까지 이 학교에서 선교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11년간 선교했다.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에 파송됐다. 2000년에 돌아온 그는 메릴랜드에서 남침례교단의 소수 인종 교회 코디네이터로 봉사하다가, 2006년 7월부터 워싱턴침례대학교에서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사람 되고 종 되지, 종 되고 사람 되나

“사역자에는 소명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러나 어쩌면 인간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인간성이 안 되는데도 소명 받았다고 하면서 사역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사람 되고 주의 종 되어야지, 주의 종이니 소명이니 하는 걸 자꾸 내세우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도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영적인 지도자로서 인성을 기르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교수님들에게 그 부분을 강조합니다.

왜 인간성 또는 인격이 중요할까요. 근래 한국의 크리스천 사회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대형 교회는 교인들을 대량으로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대형 교단들은 목회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양은 늘어났는데 질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아닙니까? 자기 교회 교인들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로부터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춘 사역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90년대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의 큰 부자 교회 목사가 가난한 전도사를 대상으로 면접하면서 “교통비와 사례비는 준비했냐”고 묻는 걸 봤습니다. 그 목사의 방은 장관실 같고, 회의실은 화려하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비서가 챙겨주는 갖가지 접대를 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침신대 채플에서 설교할 때 얘기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너무 부패했다,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목사가 누구보다 예수를 닮아가야 할 텐데, 주머니가 넉넉하고 풍족하니 예수님이 안타깝게 여기셨던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갇힌 사람, 소외된 사람 들의 형편을 알 까닭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 학교 실천신학 교수에게 학생들에게 이런 걸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는데, 졸업하고 목회 현장만 나가면 어느새 못된 것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풍토가 그 지경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전부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중에는 교회 예산의 상당한 부분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쓰고, 선교를 위해 바치는 교회들이 적지 않습니다. 겸손하게 교인들을 섬기는 목회자들도 있고요. 그런 교회와 그런 사역자가 희망이지요. 언론에서 그런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면 좋겠습니다.

교회 혜택이랑 목사 혜택은 전혀 다른 문제

목회자가 세금을 내야 하느냐 내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슈인 것 같습니다. 납세 문제에 대해서 목회자들의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 공연한 논란이 벌어진다고 봅니다.

교회 활동을 하는 데 면세 혜택을 받는 것은 옳다고 봅니다. 교회가 공익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그에 대한 면세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해야 하는 일을 다 못하고 교회가 대신 해주는 면이 작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인 소득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합니다. 목사의 사례비는 어디까지나 개인 소득에 해당합니다. 미국에서 세금 안 내는 목사는 없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따져서 정확하게 세금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회 혜택과 목사 혜택을 구별해야 합니다.

옛날에 법제처에 계신 어느 집사님에게 “성직자도 과세를 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그렇게 하면 당장 종교 탄압이라고 들고 일어날 겁니다” 하는 겁니다. 결국 정부에서는 건드리지 못 하고 지금까지 온 것인데, 이제는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성직자 납세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요구가 일어나는 면도 있지만, 교회가 신뢰와 사랑을 못 받기 때문에 그런 요구가 일어나는 면이 더 큰 것 같아서,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교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몸부림을 쳐야 합니다.”

* 워싱턴침례대학교 홈페이지 http://www.wbcs.edu/

 워싱턴침례대학교, 더 작고 연약한 교회 섬기자

   
 
  ▲ 워싱턴침례대학교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한인 교회뿐만 아니라 더 작고 연약한 소수 인종 교회를 섬기라는 하나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워싱턴침례대학교는 워싱턴DC에서 82년 시작됐다. 당시 워싱턴에는 한인 신학교가 전무했다. 처음에는 미국 남침례교단에서 사역하는 기존의 목회자들을 재교육하고 평신도 사역자들을 길러내기 위해서 세워졌다. 미국 교회를 빌려서 시작했고,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어느덧 26년의 역사가 쌓였다.

84년 준학사(A.D), 종교학사(Th.B), 기독교교육석사(M.R.E), 목회학석사(M.Div), 목회학박사(D.Min) 학위를 줄 수 있도록 버지니아 고등교육국으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지금은 경영대학, 종교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두었고, 목회학과 선교학 박사 과정을 두고 있다.

2002년 버지니아 아난데일에 건물을 구입하고 독자적인 캠퍼스를 확보했다. 2003년부터 ATS 회원 학교가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이듬해 ATS 준회원 학교가 되었다. 작년 1월에는 이 학교의 Divinity School이 ATS 정규 회원 후보 학교로 인정을 받았다. 현재 ATS에는 265개의 신학교가 등록되어 있는데, 한인 신학교로서는 워싱턴침례대학교가 최초이자 유일하게 가입되어 있다.

ATS 회원이 되는 과정이 쉽지 않다. ATS에서 파견한 심사팀이 교수진, 커리큘럼, 소장 도서, 시설 등 모든 것을 일일이 직접 체크한다. 재정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는지, 학교 운영을 1인 중심으로 하고 있는지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지금 최종 심사 단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6월이면 정회원이 될 것이다.

이 학교의 교수와 학생 비율은 1대 17로, ATS 회원교의 중간 수준이다. 풀타임 교직원은 16명이며, 39개 강의에서 대부분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39명의 교수들이 강의하고 있다. 학생 수는 400명 정도 되고, 신대원은 100명이다. 소장 도서도 3만 2,000권가량 된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여느 한인 신학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장했기에, 이 학교에는 다른 책임이 하나 더 있다. 메릴랜드에 소수 인종 교회가 50개가 되지만, 신학교를 갖고 있는 곳은 한인 교회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소수 인종 교회는 ‘목회자 공급 부족’이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목회자 과잉 배출’이라는 한인 교회의 문제와 정반대 모습이다. 워싱턴침례대학교에 12명의 소수 인종 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워싱턴침례대학교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더 작고 연약한 교회들을 섬기는 쪽으로 힘을 모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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