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새요…어디에?
물이 새요…어디에?
  • 김은정
  • 승인 2008.03.2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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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22

한국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살며 영어 안 해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사시는 분들도 영어를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피치 못할 상황이 대표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애들 선생님한테 따져야 되는 경우와 집주인한테 뭐 고쳐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때입니다. 제가 너무 잘 알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글은 제가 가르쳐드린 적이 있고, 이번에는 집주인이나 누구에게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영어에 도전해봅시다.

아파트 사시는 분들, 하우스 세 들어 사는 분들, 집 주인에게 이것저것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해야 할 때 영어 잘하는 사람한테 부탁할 생각만 하지 마시고 본인이 직접 말해보세요. 생각보다 진짜 쉬운 게 영어라니까 왜 그렇게들 고집을 부리시는지 참….

무조건 남에게 물어보지 마시고 본인이 먼저 노력을 해보세요. 예전에 제가 늘 영어 문제로 도와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까 저만 믿고 이 친구가 영어 공부할 노력을 안 하는 거예요. 솔직히 제 자신도 점점 귀찮은 생각이 들고 이게 친구를 위하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나에게 물어 보지 말고 네가 먼저 노력을 해봐라 노력해서 안 되는 부분을 내가 고쳐 줄께. 그래야 너 실력도 늘지….”

그랬더니 이 친구 삐져가지고 저더러 영어 좀 한다고 잘난 척 한다고 사람들에게 제 욕을 하고 다니는거예요 글쎄. 여러분은 제 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만날 영어 통역해주는 비서를 두고 사실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만날 남한테 부탁만 하고 살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 그 친구는 첨엔 저한테 치사한 생각이 들었다가 결국 자극 받고 저한테 영어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만날 거저 고기 얻을 생각에서 벗어나 고기 잡는 법을 배운 것이죠. 영어, 내가 먹고 사는데 필요하니까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어디 가서 뽐내고 잘난 척 위해 필요한 게 아니고, 내가 남의 나라에서 제대로 대접 받고 내 살길 개척해서 살려면 기본으로 필요한 게 그 나라 말이죠.

자, 그래서 우리 집에서 새는 곳곳의 문제를 영어로 표현해 봅시다. 일단 새는 물부터 막아 볼까요? 서두르지 마시고 욕심내지 마시고 천천히 하루에 한 문장만입니다.

우선 ‘물이 샌다’는 영어로 어떻게 할까요? 모두들 water를 먼저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어디서 물이 새나요? 가장 흔한 게 화장실이죠. 근데 여기서 생각하셔야 할 것은 밖으로 물이 새느냐 안으로 새느냐를 생각하셔야 되요.

다 아시는 중1 수준의 단어로 다 되는 거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고 들어보세요. “화장실 변기에서 물이 끊임없이 나온다”면 바깥으로 흘러넘치진 않지만 그 안에서 계속 물이 흐른다는 얘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영어로, “Water is consistently running in the toilet.”

이번엔 바깥으로 새는 물 얘기입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김애련’ 씨 사정처럼, “집 앞에 있는 맨홀 뚜껑에서 물이 샌다”고 시당국에 얘길 할라치면 “Water is coming up through the manhole in front of my house”라고 하셔야죠. 이 경우 물이 밑에서 위로 솟아 올라오니까요. 우리말에서는 두 가지 경우 다 ‘물이 샌다’로 되지만 영어에서는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단어를 바꾸셔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됩니다.

아무튼 물이 새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은 며칠째 몇 달째 지속된다는 것이죠. 자, 바로 이때가 우리가 현재완료를 써야 하는 경우입니다. 옛날 그 시절에는 시험 치느라 골치 아팠던 현재완료지만, 영어로 말할 때 참 많이 쓰이는 구문이에요.

얼렁뚱땅 영어를 배운 분들이 영어로 말할 때 흔히 현재완료를 빼먹고 말하시면, 미국 사람들이 대충 알아듣기는 해도 뭔가 말이 안 되는 영어가 되는 거죠. 일단 현재 완료의 기본형은 have(혹은 주어에 따라 has) pp(동사의 과거분사형)이구요, 그전부터 지금까지의 이어진 상황이나 상태를 얘기할 때 쓰이는 거죠.

근데 이 have와  has를 거의 줄임말로 써서 말할 때는 잘 안 들리는 것에 주의하세요. 이런 문법적 사실을 기억 하시는 거보다, 현재완료가 들어가 있는, 나한테 필요한 문장을 외우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이를테면 “You’ve been very helpful. 네가 지금까지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말해 보세요. 감동의 물결이 들어 있는 말이잖아요.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 그래왔단 뜻을 전할 때 쓰는 쓸모가 많은 현재완료입니다.

자, 우리의 물 새는 얘기로 돌아가서, “며칠째 그래왔다.”하면 현재 완료를 써서 “It’s been like this for days.” 원래 It has been인데 줄임말로 쓰인 거 이해되시죠? 이해 안 되도 괴로워하지 마시고 그냥 외우세요. 때가 되면 다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답니다.

“몇 달째 이렇다” 하면 “It’s been doing this for months.” “It’s been like this”나 “It’s been doing this”나 그 말이 그 말이죠. 그래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하면, “I can’t stand it anymore.” 그러니, “하루빨리 고쳐 달라”는 “Can you fix this as soon as possible please?” 여러분 내가 아무리 급해도 나이스하게 말해야 안 해줄 것도 해주지, 요구하듯이 말하면 해줄 것도 느리게 해줍니다. 참고 나이스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말해보세요.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물이 끊임없이 나온다. (Water is consistently running in the toilet.)

집 앞에 있는 맨홀에서 물이 샌다. (Water is coming up through the manhole in front of my house.)

며칠째 그래왔다. (It’s been like this for days.)

몇 달째다. (It’s been doing this for months.)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I can’t stand it anymore.)

하루빨리 고쳐 달라. (Can you fix this as soon as possible please?)

네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You’ve been very helpful.)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하고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이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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