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보다 이해를, 체념보다 애통함을'
'분노보다 이해를, 체념보다 애통함을'
  • 이승규
  • 승인 2008.03.28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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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에 새롭게 합류한 이승규 기자 인사말

1.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한국 교회. 제가 꿈꾸는 교회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2003년 5월 26일 교회 개혁이라는 거창한 꿈을 안고 한국 <뉴스앤조이>에 입사했습니다. 위의 문장은 당시 기자로서 밝혔던 포부입니다. 5년 동안 상식이 통하는 한국 교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칭찬보다는 질타를, 애정 어린 말보다는 저주를 포함한 욕을 많이 먹었지만 말입니다. 저는 <뉴스앤조이>가 분명 한국 교회에 기여한 바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한국 교회는 성역입니다. 이제는 아예 드러내놓고 권력을 달라고 안달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조차 지키기 싫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아니, 오히려 안티 기독교인이 드러내놓고 활동을 할 만큼 교회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유독 교회만 진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울타리를 쌓아놓고,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산으로 올라가서 우리끼리 사는 게 더 좋겠습니다. <뉴스앤조이>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
3월 20일 저녁 7시 30분. 뉴욕 JFK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6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본 경험도 없고, 약간의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제가 무려 15시간을 날아 이곳 미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미주뉴스앤조이>로 떠난다니까, 많은 분이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좀 더 넓은 땅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오라고 말입니다. 걱정을 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한인 교회나 한국 교회나 의식은 비슷한데, 괜히 먼 나라까지 가서 고생이나 하지 않을까 말입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제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50%의 기대감과 50%의 불안감.'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함께 일을 할 수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 이런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더구나 생각까지 같은 분이 많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이곳에도 분명 교회의 개혁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같은 마음을 품고 뜻을 모아 운동하는 기분. 안 해 보신 분들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물론 불안감도 있습니다. 교회란 곳이 참 변하기 어려운 습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당한 비판을 해도, 변화를 기대하기란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이런 모습에 실망하고, 하나님을 떠난 분도 여럿 있습니다.

3.
저는 개혁을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꼭 무언가를 바꿔야만 개혁이라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교회, 정의와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지 사회가 교회의 변화를 주도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사회를 변화하기는커녕 그들로부터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5년 전 한국 <뉴스앤조이>에 입사할 당시 지녔던 초심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노보다는 이해를, 체념보다는 애통함을 더 앞세우겠습니다. 상처 난 곳만 정확하게 도려낼 수 있는 예리함도 더욱 키우겠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비판하기보다는, 진실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팩트(Fact)'도 중요하지만, '진실(True)'을 찾는 데 더 힘을 쏟겠습니다. 물론 대안을 찾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미주에 있는 한인 교회도 상식이 통하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건강한 교회 공동체가 이곳저곳에 세워지길 기도합니다. 이런 일은 경쟁해도 되는데 말이죠. 저도 이 흐름에 동참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쓰겠습니다. 무너트리려고 하기보다는 세우기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기사를 쓰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격려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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