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눈치 보는 기독교 언론들
권력 눈치 보는 기독교 언론들
  • 이승규
  • 승인 2008.04.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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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와 [국민일보] 일부 간부들, 내용 수정 요구와 기사 누락

   
 
  ▲ CBS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Q'가 방송한 '종교, 권력을 말하다'의 내용 수정을 일부 간부들이 PD에게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김흡영·박광서·이진구 교수. (사진 제공 크리스천Q)  
 
보도 통제의 재현인가, 일부 언론사 간부들의 '눈치 보기'인가.

최근 CBS와 <국민일보>의 일부 간부들이 PD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일부 수정을 요구하거나 기자들이 취재한 기사를 아예 지면에 싣지 않아 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언론사 모두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이들이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또 간부들의 프로그램 수정 요구나 기사 누락 사태가 처음이 아니어서 이런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CBS 시사 프로그램인 '크리스천Q'는 지난 4월 25일 '종교, 권력을 말하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방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광서 교수(서강대)와 김흡영 교수(강남대), 이진구 교수(호남신학대)가 참석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 박용수 CBS TV본부장이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저널>은 4월 28일 자 인터넷 판에서 박 본부장이 ‘종교, 권력을 말하다’라는 주제를 수정할 것과 불교계 출연자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CBS노동조합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박 본부장이 말하는 불교계 출연자는 박광서 교수다.

박 본부장은 4월 23일 프로그램의 녹화가 끝난 뒤에는 TV편성제작국장과 제작부장 등에게 방송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에 TV편성국장은 네 군데 편집을 하지 않으면 방송을 내보낼 수 없다고 PD에게 통보했다. 박 본부장은 프로그램의 가편집본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에서 일하는 PD들은 이번 사태를 편집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양승관 PD와 나이영 기자(CBS노조위원장)는 "사 쪽의 이런 행동은 사전 검열이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PD에게 심적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CBS 노조, '가편집본 요구는 사전 검열'

CBS가 편집권과 관련해 노사 간의 갈등을 겪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7월에는 이철신 목사(영락교회)가 자신의 주일 설교를 제작진이 마음대로 편집했다며 사 쪽에 항의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 쪽은 교회에 공식 사과를 하고, 재방송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CBS PD협회가 반발했다. CBS PD협회는 △방송 시간보다 설교가 조금 길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철신 목사의 설교는 선거법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설교를 편집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CBS 한용길 당시 편성국장은 "일정 부분 편집이 필요할 때에는 교회 측과 서로 협의하기로 양해된 부분이 있었다"며 "(설교를) 편집하기 전에 서로 협의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한 바 있다.

2006년 11월에는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의 설교를 편집해 방송했다가 교회의 항의를 받았다. 사 쪽은 이 목사를 찾아가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이 목사가 거절해 만나지 못했다.

제작진은 교회의 항의를 받을 때마다 보이는 사 쪽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PD협회와 노동조합 등은 "CBS가 보수화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교회 권력에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일부 대형교회는 마치 방송 설교 시간을 돈으로 산 것처럼 여기며 편집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편성과 편집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갈등을 겪을 때마다 노사는 서로 협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사 쪽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일보>는 아예 기사 누락

   
 
  ▲ <국민일보>의 기사 누락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박미석 수석의 논문 표절을 취재했으나, 보도하지 못한 바 있다. (사진 제공 미디어오늘)  
 
CBS에 이어 <국민일보>의 변재운 편집국장 등 일부 간부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관련한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아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이동관 대변인이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 달라는 말을 했다고 <국민일보>노조는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에 그냥 넘어가주면 반드시 은혜는 갚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이런 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전화를 두세 번 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사실은 <국민일보> 노조의 공개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사회부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절대 농지를 구입한 뒤 직접 경작을 하지 않아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기자들은 춘천까지 직접 내려가 취재를 했지만, 편집국장 등 일부 간부의 반대로 지면에 싣지 못했다. 이 사건이 예정대로 보도됐을 경우에는 <국민일보>의 특종이었다. 노조는 이 대변인이 지난 2004년 공동 매입자 3명과 함께 춘천 근처의 농지 10,000여㎡를 사면서 부인이 외국에 사는 것처럼 위임장을 작성해 농업 경영 계획서를 대리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사회부는 이 위임장까지 입수했다. 기자는 이동관 대변인에게 확인까지 받았다. 

노조는 편집국장에게 기사가 누락된 이유를 물었고, 편집국장은 이에 대해 기사가 안 된다고 판단해서 내보내지 않았다는 답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간부들은 1면 대신 4면에 기사를 싣는 중재안을 내놨고, 이에 취재기자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기사는 결국 실리지 않았다. 사회부장은 이에 대해 "1면이 아닌 4면에 나갈 바에야 싣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해 편집국장에게 내가 건의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명박 정부 인사와 관련된 기사들이 매번 이런 수난을 겪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4월 29일 '기사가 안 된다는 편집국장에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편집국 간부들은 지금 시점에선 기사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본보 사건팀은 4월 28일 춘천 현지 취재를 통해 이 대변인이 배우자가 외국에 있다고 거짓으로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업 경영 계획서를 대리 제출했고 이를 근거로 춘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이명박 정부 인사와 관련해 기사를 누락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내용의 특종 기사도 사 쪽의 지시로 지면에 실리지 않았다. 조민제 사장은 이 기사가 <국민일보>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사 보류를 지시했다. 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조 사장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조 사장의 약속은 불과 2달 만에 공염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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