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美 쇠고기, 비싸게 사먹게 되는 이유
싸구려 美 쇠고기, 비싸게 사먹게 되는 이유
  • 변상욱
  • 승인 2008.05.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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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한 저급 쇠고기 가격 공세에 손으로 작업한 고급 쇠고기 밀릴 것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결과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메이저 쇠고기 수출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수작업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한 쇠고기를 먼저 들여보내 시장의 신뢰를 쌓은 뒤 이후 대량 생산 방식의 저급품을 내미는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 쇠고기 시장의 벽을 뚫고 가장 먼저 수출에 성공한 미국의 '크릭스톤 팜스'는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 고급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작업장이다. '크릭스톤 팜스'는 쇠고기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수출 물량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이행하려 했고, 이를 말리는 미 정부와 소송을 벌일 정도로 나름 자신감을 보이는 업체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크릭스톤 팜스'는 경쟁력이 없어 밀려나고 저급품을 대량 생산하는 미국 '카길사'의 제품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카길사'는 지난 2006년 7월 우리 수입 규정에 없는 등뼈가 발견돼 검역이 중단됐고, 지난달에도 미 농무부 식품안전국에 의해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 것 등이 적발돼 도축 지침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성공회대 우석훈 교수는 시장 독점 능력이 뛰어난 '카길사'가 한국 시장을 지배하고 나면 한국의 소비자는 싸구려 제품도 비싸게 사먹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특히 OECD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인 한국이 이를 끝까지 내세우며 강력한 규제를 할 수 있었음에도,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시장을 연 것에 대해, 국제 교역 전문가들은 FTA에 집착한 졸속 협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변상욱 /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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