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세우는 목회가 중요하죠'
'사람 세우는 목회가 중요하죠'
  • 이승규
  • 승인 2008.06.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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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로 선교 떠나는 이현호 목사…'선교사는 열정보다, 냉정이 필요한 사람'

   
 
  ▲ 이현호 목사가 몽골로 선교를 떠난다. 이 목사는 평생 몽골에서 선교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다. 미국에 오고, 아내를 만나고, 몽골로 가는 것이 다 주님의 계획하에 이루어졌듯이, 또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자신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흑인 아이 진석이를 입양했다는 기사로 독자들에게 소개된 적이 있는 이현호 목사(39)가 가족과 함께 7월 말 중앙아시아에 있는 몽골로 선교하러 떠난다. 그는 몽골로 가기 전 한 달 동안 시카고에서 선교 훈련을 받는다. 여기에서 이 목사와 같은 시기에 파송 받는 다른 선교사 25명과 함께 자신들이 갈 나라의 문화 등 기초적인 부분을 훈련 받게 된다.

이 목사가 해외 선교를 꿈꾼 것은 1995년 카자흐스탄으로 단기선교를 갔다 오면서부터다.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을 찾아가 그들에게 예수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계획을 놓고 기도를 했다. 선교사의 길을 가는 것이 주님의 뜻에 합당하다면 환경을 열어달라고 했다. 주님의 뜻에 합당했던지 이 목사는 1998년 미국으로 건너오게 됐다. 이 목사는 10년 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선교사로 나갈 준비를 했다.

'예수의 삶, 흉내라도 내고 싶어'

이 목사와 그의 가족은 선교를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 살기 좋은 지역보다는 좀 더 가난하고, 좀 더 어려운 지역을 찾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한 곳이 몽골이었다. 이 목사의 롤 모델(role model)은 슈바이처 박사다. 평생을 아프리카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산 슈바이처 박사처럼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 목사는 중학교 때 다짐한 대로 지금껏 살아왔다. 이 목사는 장신대학교를 다니던 때에도 외국인 노동자 사역을 했다. 한국 땅에서 이방인인 그들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면서 이방인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배웠다. 당시 깨달음이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 갈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미국에 와서는 흑인이 많이 사는 브롱스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했다. 최근까지 캄보디아인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돌보기도 했다. 이 목사는 장애인 선교단체인 뉴저지밀알선교단에서 총무로 일을 했다.

자신의 삶에도 엄격함을 지켰다. 미국 시민권을 딸 자격이 되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선교를 하기 위해 일부러 시민권을 얻지 않았다. 미국 시민권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선교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일이 몽골로 떠나기 위한 준비 단계였던 셈이다.

   
 
  ▲ 이현호 목사의 가족도 함께 떠난다.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흑인,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자랐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은 없다.  
 
이 목사만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아내와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들과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흑인·히스패닉과 어울렸다. 시카고로 떠나기 전 살았던 곳도 뉴저지 티넥이라는 흑인 동네다. 그래서 인종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색함은 없다. 2005년에는 진석이를 입양했다. 흑인 아이를 입양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이 목사는 자연스럽게 진석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이 목사가 이렇게 약자와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이유가 있다. 예수의 삶을 조금이라도 흉내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선교도 약자 구원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예수가 히브리 민족을 택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얘기다. 단순히 예수의 힘을 과시하고 싶으면 노예 생활을 하던 히브리 민족보다는 당시 세계를 제패하고 있던 이집트 민족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하기로 결정한 다음 침묵의 시간을 보내라

이 목사는 선교사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다음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선교사를 나가기보다 머리로 이해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이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사울도 바울이 된 뒤 바로 사역을 한 것이 아니라, 아라비아 광야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예수 역시 마찬가지다.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고 40일 동안 사막에서 침묵하며 하나님의 뜻을 기다렸다. 이 목사는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영성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가능하다면 몽골에서 평생 사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빨리 복음을 전해서 개종을 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들과 오래 함께 살면서 서서히 예수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선교, 머리로 이해될 때까지 기다려라'
'C&MA' 교단의 선교 정책

이현호 목사는 7월 몽골로 떠나지만 바로 사역을 할 수 없다. 교단 정책에 따라 2년 동안은 몽골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그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 선교사는 통역관에 의존하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가 일정 수준이 되기까지 사역은 하지 못한다.

이 목사가 속한 'Christian & Missionary Alliance'(C&MA) 교단은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 선교를 전문으로 하는 교단이다.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교단이라기보다 선교 단체에 가까웠다. 이런 역사가 있는 교단이다 보니 선교와 관련된 정책은 다른 교단보다 좀 더 철저하다. 지난 100년 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어진 결과다.

그래서 파송부터가 쉽지 않다. 이현호 목사는 파송을 받기 위해 8년 동안 인터뷰만 4차례나 했다. 모두 이 목사와 같은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선교사 파송을) 그만큼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일부 선교사 후보생들은 파송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너무 길어 중간에 교단을 탈퇴하기도 한다. 떠나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몽골에서의 생활비는 교단이 준다. 재정을 교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교사 개인이 후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최고 한도액을 정해 그 액수가 넘게 후원금이 모이면 교단으로 돈을 넣어야 한다. 교단으로 들어간 돈은 다른 지역에 있는 선교사한테로 보낸다.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이지만, C&MA는 특히 선교사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선교할 지역을 정하는 데에도 교단과 긴밀하게 협조한다. 또 교단 정책적으로 굳이 선교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지역에서는 선교사를 모두 철수시키기도 한다. 현재 필리핀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는 모두 철수했고, 차차 남미 지역의 선교사를 철수시킬 예정이다.

이 교단은 현재 약 15개국에 80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주로 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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