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기독교, 어느 날 갑자기?
무례한 기독교, 어느 날 갑자기?
  • 박지호
  • 승인 2008.07.02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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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TA USA 2008 2] 손희영 목사, 기독교의 배타성 극복해야

   
 
  ▲ 손 목사는 기독교의 배타성이 한국 교회가 무례함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의 '당당한 무례함'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코스타 둘째 날 선택식 강의에서 '무례한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강의한 손희영 목사(게인스빌한인교회 담임)는 강의를 통해 한국 교회와 기독교 역사의 치부를 여지없이 들췄다. 손 목사는 한국 교회가 보여준 무례하고 호전적인 행태를 소개하면서, 지난 2000년 기독교의 역사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기독교의 배타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KOSTA 선택식 특강은 25명까지만 접수받지만 손 교수의 강의에는 강의실에 있는 50개가량의 좌석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 20여 명이 바닥에 앉아서 손 목사의 강의를 들었다. 손 목사가 2007년 KOSTA 주강사였던 영향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반기독교적 정서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손 목사는 한국 교회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한국의 경제 부흥과 맞물려 교회도 함께 물량적으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10대 교회 중 6개가 한국에 몰려 있음에도 교회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은커녕 악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외적인 성장은 했지만…

2007년 샘물교회 봉사단이 아프간에서 탈레반에게 피랍된 사건이 생긴 이후에는 반기독교국민연합(반기련)이라는 단체까지 생기고, 단체가 생기자마자 1만 명이 넘게 회원으로 가입했다. "우리는 기독교를 반대하는 것이지 기독교인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인본주의 정신 알게 모르게 피해를 당할 선량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는 반기련의 창립 취지가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고 손 목사는 말했다. 

이럴 경우 크리스천들은 보통 '우리는 2000년 전부터 항상 배척을 받아왔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손 목사는 "교회와 기독교 신자들이 보여 온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 특히 다른 종교나 신념 체계에 대한 극도의 무례하고 호전적인 태도가 비기독교인들의 반감을 불렀다"고 해석했다. 

"교회가 나누고 베풀기보다는 교회 자체 건물을 유지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쓴다. 대형 교회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다느니 수십억의 비자금이 담임목사의 사인하나로 처리된다든지 하는 부조리와 비합리적인 모습도 보인다. 다른 종교의 성직자를 언급하면서 '중놈들'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쓰고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아무렇지 않게 외쳐댄다. 사회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빨갱이라는 식의 살벌하고 적대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믿음의 내용들을 교회에서만 통용되는 듯 우리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한다."

손 목사는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 들었다.

사건 1. 최근에는 어느 단기선교팀이 태국에 단기 선교를 갔다가 불상의 목을 베어오는 일이 벌어졌다. 불상에 대한 애착이 말할 수 없이 큰 태국인들의 불상을 훼손하고 자랑스러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사건 2. 수유리에 있는 모 개척교회 목사가 이웃에 있는 사찰 입구에 있는 현판을 발로 차서 부셨다. 하지만 그 절 스님이 조폭 출신이었고, 그 목사는 흠씬 두들겨 맞았다. 발로 찬 쪽이나 폭행을 한 쪽이나 잘못은 똑같이 했지만,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민의 반응은 '고소하다'였다.

사례 3. 지난 2000년에는 축구 국가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의 명칭에 반대하는 주장이 기독교계에 번졌다. '붉은 악마'라는 호칭이 포악성과 사악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일반 시민 입장에선 이런 기독교계의 반응이 비사회적인 행동들로 보인다. '붉은 악마'는 전의를 솟구치게 하는 정열의 상징 정도로 이해해야 하는데 마치 붉은악마란 이름을 허용하면 신앙의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난리를 쳤다.

사례 4. 하나님의 나라가 지역적으로, 영역적으로 임할까. 부산시에서 수만 명의 교인들이 부산시 성시화운동을 벌이면서 부산시 인근에 있는 사찰이 무너져야 한다며 불교 사찰이 무너지게 해달라고 기도해 물의를 빚었다.

사례 5. 개신교 감리교단의 한 목사가 "쓰나미는 하나님을 안 믿은 결과" "카트리나는 동성연애자에 대한 심판"이라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교회

   
 
  ▲ 선택식 강의는 25명이 정원이지만, 손 목사의 강의에는 5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기독교인들이 보여준 바람직하지 못한 일련의 사건을 언급한 손 목사는 "저급하고 수준 낮은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보이니 상식적인 사람이 교회에 가고 싶겠나.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낯이 뜨겁고 비참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기독인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기독교 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질까. 손 목사는 "기독교가 시대적으로 계속 상처를 주면서 이어져왔기 때문"이라며 지난 2000년 동안 이어진 기독교 역사와도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손 목사는 그 대표적인 예로 십자군전쟁을 꼽았다. "십자군전쟁은 11~13세기까지 중세 서유럽의 로마 가톨릭 국가들이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대항해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행해진 대규모의 군사 원정을 가리킨다. 인류 역사상 가장 더럽고 명분 없고 치사한 전쟁이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씻기 힘든 역사적 오점을 남겼다. 이슬람과는 돌이킬 수 없는 적대적인 관계가 됐다.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골이 패어 있다."

손 목사는 또 스페인과 포르투갈 같은 유럽 국가들이 남미를 식민지화 하는 과정에서도 그 해악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유럽이 중남미를 식민지화할 때 선교사가 먼저 들어갔다. 교회를 통해서 원주민을 교화하고, 그들을 노예로 삼았다. 서구 문명의 이기와 혜택을 나눠주고 자본과 자원을 착취하는 수법으로 발전했다. 북미도 마찬가지다. 줄잡아 6,000만 명의 인디언을 죽였다는 통계가 있다.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 묻은 담요 수천 장을 인디언에게 배포해 인디언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손 목사는 "더 경악할 것은 당시 청교도 목사가 쓴 글"이라면서 천연두를 사용한 대량 학살을 하나님의 역사라고 찬양하는 어느 청교도 목사의 글을 소개했다.   

"우리 주가 서구 세계에 살고 있는 당신의 백성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준비하신 놀라운 일을 보라. 그것은(천연두) 하나님이 보내신 사자다. 주로 젊은 청년과 어린이를 싹 쓸어갔다. 인디언의 씨를 말리기 위해서다. 사랑의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와 사랑이 (천연두를 통해) 나타났다."

손 목사는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으로 서구화와 복음화와 혼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화론이 19세기에 나오면서 문명도 진화한다고 봤다. 서구 문명을 세계 다른 문명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위 문명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복주의, 승리주의 기독교와 서구 문명이 기독교와 다른 문명을 깔보고 지배하고 무시하는 것이 마땅하고, 한 가지 방법론으로 남아버렸다. 마치 우리 신앙을 수호화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공격하고 말살하는 것이 정당화된 것이다."

손 목사는 마지막으로 리처드 마우가 쓴 <무례한 기독교>라는 책에 실린 글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존중하는 여유와 성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는 문화 전쟁이라고 할 만큼 각종 문화와 사조가 공존하면서 때론 충돌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신념과 문화를 지닌 사람들에게 그 진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다른 신앙, 신념, 가치들에 귀를 기울여주어야 한다. 이 일을 위해 무엇보다도 친절, 정중함, 인내와 같은 덕목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 사람들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겸손하게 그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그들 자신이 갖고 있는 잘못된 신념과 사상 체계가 조장하는 희망과 불안 속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진리를 향하여 발을 옮기도록 해야 한다."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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