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차가 내차를 박았다
뒤차가 내차를 박았다
  • 김은정
  • 승인 2008.07.16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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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26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말도 잘 안 나와요. 작은 사고든 큰 사고든 교통사고가 나면 누구나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바로 그런 순간에 '말이 잘 안 통하는 미국 땅에 내가 있구나'라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지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찰이 적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서, 분명 상대편 잘못인데 다 내 잘못이라 적는 것 같고, 뭐라고 항변을 해야겠는데 놀란 가슴에 영어가 한마디도 안 나옵니다. 영어에 한이 맺히는 순간입니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조금만 공부를 해 보자고요. 매일 한 문장 하는 게 도저히 안 되시면, 그럼 일주일 안에 그  7문장을 어떻게 해서든 외우는 방법이라도 해보세요. 제가 매번 어떤 한 가지 상황에 맞는 7문장을 드리잖아요.

이번 주에 자동차 사고를 내셔서 오늘 가르쳐 드릴 문장을 써보셔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요, 따로 공책을 마련해 제가 가르쳐 드리는 표현들을 상황별로 분류해 보시라는 거죠. 이를테면 제가 언젠가 경찰한테 '티켓' 받을 때 쓰는 표현들을 가르쳐 드렸잖아요.

오늘은 사고 났을 때 경찰한테 하는 말들을 가르쳐 드릴 거 에요. 그럼 여러분 노트에다 '경찰한테 쓰는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묶어 놓으시면 좋죠. 나중에 급하게 쓸 때를 대비해서요. 그 공책은 늘 가지고 다니실 수 있는 작은 것으로 하시면 편리하겠죠.

우선 사고 난 사람들 사연을 들어보면, 특히 영어에 한이 맺힌 분들의 경우, '내 잘못이 아니다'는 말 한번 못해본 것에 대해 가슴을 치십니다. 그 말 한 번 하게 해드리죠.

그걸 영어로 하면 "It’s not my fault." Fault(펄트)가 '잘못'이라는 뜻이고 '펄'에 강세가 있는데 사실은 '펄'도 아니고, '훨'도 아니고 그 중간쯤 되는 소리로 발음하셔야 돼요. 주변에 영어 되는 사람들한테 이거 발음 좀 한 번 해보라고 하셔서 들어 보세요. 근데 문장으로 그 발음도 익히세요.

이제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경찰한테 간추려서 설명을 해야죠. 내가 신호등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차가 와서 가만히 있는 나를 황당하게 박았다든가, 내 순서여서 내 갈 길을 가고 있는데 건너편 차가 달려오더니 내 옆구리를 박았다든가, 사연이야 많지요.

보통 이런 사고들은 신호등이나 '4 way STOP' 사인에서 잘 일어나요. 경찰한테 설명할 때 할 말이야 많지만 요점만 간단히 하고 맙시다.

"나는 우회전 하려고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I was waiting to make a right turn."

"마침내 내 순서여서 내 길을 가고 있었다."
"It was finally my turn, so I was going my way."

사고 난 상황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뒤에서 박았느냐, 옆에서 박았느냐 하는 것이겠죠. 일단 "뒤에서 내차를 들이 받았다"는 "The car behind me rear-ended me." '뒤차'는 영어로 'The car behind me'인 것을 기억하세요.

왜 우리 자동차를 보면 D는 앞으로 갈 때 쓰는 'drive' 기어고, R은 후진할 때 쓰는 'rear'의 준말입니다. 내 차 뒤 범퍼 꽁무니를 들이 받았으니 'rear-ended'라고 쓰는 것이죠. 이거 모르셨죠. 미국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는 학생도 이 말을 영어로 못 하더라고요. 쉬운 건데 생활에서 동떨어진 영어만 써서 그래요.

그럼 옆으로 들이 박은 것은 영어로 어떻게 할까요. '옆구리'는 영어로 'side'에요. '저 여자가 냅다 직진해서 달려오더니 내 차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냅다'라는 시원한 표현은 그냥 영어로 'so fast'라고 할 수밖에요. '직진'이라는 표현은 지난번에 배우셨죠. "She was coming straight so fast and hit me on the side."

이건 제 남편한테 '여러 번' 있었던 일인데, 우회전 하려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뒤차가 남편이 우회전 할 줄 알고 따라 오다가 뒤를 박았어요. 제 남편은 차가 완전히 없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의 설명.

"차가 아직도 많이 있었는데 뒤차는 내가 갈 줄 알았나보다."
" The traffic wasn't clear, but the car behind me assumed I was gonna go."

assume(어쑤움)은 '그럴 거라고 생각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동사에요. 그래서 자주 제 남편 차가 뒤에서 박힌답니다.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It’s not my fault.

나는 우회전 하려고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I was waiting to make a right turn.

마침내 내 순서여서 내 길을 가고 있었다.
It was finally my turn, so I was going my way.

뒤에서 내차를 들이 받았다.
The car behind me rear-ended me.

저 여자가 냅다 직진해서 달려오더니 내차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She was coming straight so fast and hit me on the side.

차가 아직도 많이 있었다.
The traffic wasn’t clear.

뒤차는 내가 갈 줄 알았나보다.
The car behind me assumed I was gonna go.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굿바이 영어 더듬증' 8월 출간 예정.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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