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선교, 정녕 돈 허비 시간 낭비인가?"
"단기선교, 정녕 돈 허비 시간 낭비인가?"
  • 김영봉
  • 승인 2008.07.18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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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분당샘물교회 선교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혀 두 명이 희생되고 두 명이 석방되고 19명이 억류된 상황에서 김영봉 목사가 쓴 칼럼이다(편집자 주).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교회의 선교 행태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일회성 행사처럼 한국 교회에 퍼져 있는 단기선교 여행에 대해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일 년에 다섯 개의 단기선교팀을 파송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임목사로 부임하자마자 단기선교팀을 따라 다니며 깊이 관찰해 왔습니다. 한국 교회의 단기선교가 과시적이고, 일회성의 행사로 흐르고 있으며, 대결적이며, 시혜적이고, 문화 침탈적이며, 물량주의적인 잘못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선교팀을 따라 다니며 챙기는 이유는 이런 잘못에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어느 교우께서 제게 모든 단기선교에 대한 전면 중단(moratorium)을 선언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우리의 선교를 바르게 다잡는 계기가 되어야지 선교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면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장작이 타고 있는 한 불이 꺼지지 않는 것처럼 선교가 지속되는 한 교회의 영성은 죽지 않습니다.

선교는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교회가 살아 있다면 선교는 자연히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선교를 하지 말자는 말은 식사를 마치고 일하려고 일어나는 사람을 다시 붙들어 앉히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는 것이 대안입니다. 마찬가지로 선교를 하지 않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 바르게 선교하는 것이 대안입니다.

이번 기회에 선교, 특히 단기선교 여행에 대해 자주 받는 질문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프간 인질 사태로 인해 인터넷 공간에서 이 질문들이 수없이 반복되어 제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이 같은 질문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다 일리가 있는 질문이지만, 달리 생각해 볼 여지도 많습니다. 자주 제기되는 질문 중 세 개만 추려보았습니다.

첫째, “가까운 이웃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왜 굳이 멀리까지 가느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멀리 있는 이웃을 도울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면 안 됩니다. 가까운 이웃을 돕는 일과 멀리 있는 이웃을 돕는 일에 균형을 잡자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 질문 앞에서, 가까운 이웃을 돕는 일에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반성합니다. 단기간 해외에 나가 봉사 활동을 하고 오는 것보다 가까운 이웃에게 지속적으로 봉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 같은 논리로 해외 선교를 반대하려면 그 사람 자신이 가까이 있는 이웃을 어느 정도 돕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의 반대가 윤리적 근거를 가진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같은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매우 인색합니다. 어찌 보면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다른 사람도 하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논리는 거창한데 숨겨진 의도는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반대로 가까운 이웃을 돕는 일에 너그러운 사람들이 멀리 있는 이웃을 돕는 일에도 너그럽습니다. 그러니 들을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 맞습니다.

둘째, “며칠 동안 가서 봉사하는 것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경비를 돈으로 보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 효율성’(cost-efficiency)을 따지자면 지당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돈만으로 혹은 빵만으로 만족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방글라데시개발협회(KBAD)에서 봉사하고 계신 선교사께서 저희 교회를 방문하여 하신 말씀이 아직도 제 뇌리 속에 메아리 치고 있습니다. “여러분, 돈 보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돈은 한국 정부에서도 얼마든지 보내줍니다.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그곳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단 하루라도, 그 땅을 밟고 그 사람들을 만나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봅니다. 제 삶의 궤도에 영향을 미쳤던 가장 큰 요인은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어떤 만남은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어떤 만남은 단 몇 분 동안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혼과 영혼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 만남이 얼마나 밀도 있는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단 몇 초 동안 스쳐 지나가는 만남에 의해서도 한 사람의 인생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영혼과 영혼의 만남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아까울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한 영혼이 온 우주보다도 귀하다는데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게다가 우리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드러난다면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셋째, “그 지역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를 통해 구원받을 텐데, 왜 우리의 종교를 선전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은 현장에 방문하여 그들이 믿는 종교가 어떤 것이며, 그 종교 생활로 인해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종교가 다 같다는 생각은 포용력 있어 보이기는 하나 매우 낭만적인 생각입니다.

저희 교회가 선교하고 있는 멕시코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곳은 가톨릭 국가이며, 주민의 대부분이 가톨릭 교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교회에서 10년째 선교팀을 보내고 있는 카칼첸 주민들의 생활을 관찰해보면, 그들 대부분은 가톨릭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미신화된 가톨릭을 믿고 있습니다. 잘못된 종교는 인간을 구원하고 해방시키기는커녕 속박하고 파멸시킵니다.

실상 선교의 목적은 ‘개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인디아 선교사로서 일생을 살며 오직 ‘복음 전도자’로 불리기만을 원했던 위대한 선교사 스탠리 존스(Stanley Jones)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선교의 목적이 회심에 있어야지 개종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개종은 회심한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일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한 영혼과 살아 계신 하나님이 만나는 사건입니다. 이것이 회심입니다. 회심이 일어나게 하려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들을 찾아가 그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하실지 그것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것입니다. 바로 이 일을 하자고 단기선교를 나가는 겁니다.

선교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아니 교회가 살아 있는 한, 선교는 지속될 것입니다. 다만 때때로 우리가 빚어낸 오류와 실수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선교’를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한국 교회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단기선교 마지막 날 마을 주민들의 발을 씻겨주던 청년은 급기야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쏟아냈다. 옆에서 안정시켜주고 있는 김영봉 목사.  
 
김영봉 / 와싱톤한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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