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얼마?
기름 값이 얼마?
  • 제이 브라운
  • 승인 2008.09.03 0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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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 미국 사람들 24

   
 
  ▲ 미국은 너무 거대해서 국가 차원에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얘길 하는데 한 명이 "알링턴이야말로 대중교통 없이 다닐 수 없는 가장 큰 미국의 대도시야"라는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포트워스는 알링턴보다 더 큰데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포트워스에 버스가 있긴 하지만 제가 사는 곳 근처, 도시 근교 지역에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을 다니지 않는 대중교통이 무슨 소용인가요.

저는 할 수만 있다면 분명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것입니다. 펜실베니아주의 피츠버그에 살 때도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 버스가 실제로 운영이 되고 있었고, 더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저는 버스가 다니는 도시 내에 거주 하고 있었으니까요.

기름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진짜 많이 올랐죠. 계속해서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아무리 인플레에 맞춘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텍사스의 기름 값이 그래도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는 대부분 낮다는 것입니다. 제가 매달 기름 값으로 돈을 얼마나 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내와 제가 둘 다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곳도 다니다보면 많이 씁니다. 미국 대통령은 좀 아껴 쓰라고 하는데 솔직히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까. 우리 가정의 자동차 사용량을 줄인다는 것은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제게 있는 차선책이라곤 좀 더 중간 지대로 이주하는 것인데 부동산 업자만 좋아할 일이지요. 이렇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여러 미국 지역의 현실입니다. 가족을 데리고 살기에 안전하기도 하면서, 일하는 곳이 가깝기도 하면서, 형편에 맞는 집은 없다는 얘기죠. 중산층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교외 지역에 살 수밖에 없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너무 거대해서 국가 차원에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대중교통 체계 잘 잡혀 있는 서울

   
 
  ▲ 한국, 특히 서울의 대중교통은 우수합니다.  
 
서울의 기름 값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하게 올랐습니다. 1갤런에 7달러에 가깝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편에 속하지요. 가격의 60%는 정부에 내는 세금인데 이에 화가 난 자동차 운전자들은 세금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는데, 한국은 에너지를 아낄 필요가 있으며 세금이 차량 이용을 억제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입니다.

한국의 성난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동정이 별로 안 가는 게, 그들에게는 선택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 특히 서울의 대중교통은 우수합니다. 저는 뉴욕, 시카고, 피츠버그, 런던, 서울 등 여러 대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았습니다. 런던이 조금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서울의 대중교통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10분, 15분만 걸으면 전철역이 있고, 일단 전철역에 가면 비교적 빠르고 싼 가격에 어디든지 갈 수가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러한 선택을 환영할 것입니다. 뉴욕시가 자동차로 맨해튼에 들어오는 운전자들에게 '교통체증세'를 부과하자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제가 맨해튼에 여러 번 가 보았는데, 서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사는데 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차가 절대 필수품입니다. 차 없이는 살 수가 없지요. 차 없이는 장을 보러 갈 수도 없고 일을 하러 갈 수도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차가 다른 면으로 필수품인데, 사회 계급의 상징, 신분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운전하는 차가 그 사람이 속한 사회 계급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의 차는 그 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사회 계층을 꼭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자만이 특정 차종(페라리 같은 차)을 몰 수 있기는 하지만, 대출이 가능하고 차를 빌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사회 계급 이상의 것을 몰고 다닙니다.

미국에서 우리는 독립 정신을 주입 받으며 컸습니다.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이 독립심을 줍니다. 누가 봐도 너무 늙어서 운전을 그만 해야 할 것 같은데 고집을 부리는 노인네한테 물어보세요. 제 차가 며칠이라도 정비소에 가 있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만 있다면 저는 기꺼이 차를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아마 서울로 이사를 가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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