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예수!
당신들의 천국? 당신들의 예수!
  • 소로몬
  • 승인 2008.10.1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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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씨의 [당신들의 예수]를 읽고

'기독교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예수님, 이제 그만 은퇴해주십시오', '기독교인들이여, 성경을 찢어라', '목사들이여, 종놈이 되라', '교우들이여, 교회로부터 자유하라', '한국 교회는 무너지고 있는가', '강요하는 전도는 이제 그만.' (<당신들의 예수> 중에서)

   
 
  ▲ 류상태 씨가 쓴 <당신들의 예수>. 대광고등학교 교목이었던 류 씨는 '강의석 사건' 이후 목사직을 반납했다.   
 
류상태 씨(전 대광고 교목)가 쓴 <당신들의 예수>는 목차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정은 마치 딱딱하고 무거운 무엇인가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신앙을 흔드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끝마쳤을 때는 신선함과 새로운 희망의 빛줄기를 보았다고 해야 정직한 후기일 것이다. 

우선 자신의 전제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는 개방성에 대해서 나는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며 축적해온 신앙관에 대해 과연 진지하게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물론 그런 무의식적으로 쌓여온 자신의 신앙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나 또한 모태신앙으로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삶의 어느 한 순간에 그런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 책의 문제는 그런 우리의 신앙관을 돌아보느냐 안 돌아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읽는 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관에 대해 돌아볼 것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과연 어디까지 돌아봐야 하느냐의 문제다.

최근의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욕을 먹고 있고, 이런저런 큰 이슈들이 많이 터졌었다. 기독교 개혁단체들에서는 이러한 교회들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여러 가지 제도들에 대해 제안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 류상태 씨는 그런 윤리적, 제도적 문제들에는 관심이 없다. 그곳에 머물지 않고 더 근본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기독교의 근본 교리까지 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가 갖는 근본 문제는 윤리나 제도 이전에 교리 자체가 갖고 있는 폭력성과 정복성에 있기 때문이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현상을 치료할 수 있는가. 원인 해결에 나서지 않고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문제를 더욱 곪게 만들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열려 있는 온유함이 있고, 진지하게 오늘날의 기독교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나는 강력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후기를 쓰고 있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누고 싶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하나의 신앙관(사실 신앙관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에 대한 태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을 고집하게 되는 우리에게 참신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오직 하나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관철시킨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어린아이였을 때 남들의 주장이나 생각을 들으면서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다 수용할 줄 알았던 그 순수한 모습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오만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세상살이 끝에 가지게 된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과거 선배들로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형이 나이가 몇인데…너한테 그런 얘기 들어야겠냐?" 부끄럽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 스스로도 이런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무슨 말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내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 책은 그런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잠시나마 또는 영원히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수용성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저자의 주장이 단순히 비논리적인 불평과 불만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저자가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만인사제장설부터 시작해서 이슬람교에 대한 이해까지 근본주의 진영에서 성장해온 기독교인이라면 알 수 없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타종교에 대한 이해가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종교다원주의자도 근본주의적인 극보수주의자도 아니다. 가끔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타종교를 사단의 무리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에게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들 종교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져 보았느냐 하는 질문이다.

앞에서 나는 '아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나도 타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내가 그들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단지 나는 기독교를 믿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고, 그 신앙을 가지고 자랐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공부와 나아가서 특정 종교의 특정 문화에 대한 체험과 이해 없이 타종교를 비하하고 우상숭배라고 생각 없이 비판하는 것은 맹신일 것이다.

과거 선교단체에 있을 당시 종교학과에 계시던 한 선배가 자신이 타종교를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종교학의 창시자인 막스 뮐러의 말을 빌린 적이 있다. "오직 하나의 종교만을 아는 이는, 실상 어떤 종교도 알지 못하는 자다." 우리가 믿고 있는 신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타종교를 공부한다고 이 선배는 말하고 있다. 

후기를 써내려가면서 이 책의 장점들만을 너무 강조한 듯싶다. 사실 이 책에 대해 나 또한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100% 동의할 수는 없었다. 저자 또한 자신의 전제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는 개방적인 마음에 대해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책 내용 부분마다 저자의 분노도 가끔씩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마지막 이유는 '노점일지' 라는 부분 때문이다. '노점일지' 부분에는 대광고의 '강의석 사건'(편집자 주 : 교내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시위를 벌인 사건) 이후 목사직을 반납하고, 혼자서 독립적으로 먹고살기 위해 노점을 시작해 살아간 생활이 적혀있다.

행동 없는 비판, 비판만을 위한 비판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자신의 밥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목사직을 즉시 내려놓고, 그 힘든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저자의 정신을 오늘날 입으로만 비판하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지는 않나 내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상태 씨의 주장이 옳은 주장일수도, 틀린 주장일수도 있다. 비록 자신을 안티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삶을 따르고자 한다는 책에서의 고백은 나로 하여금 많은 고민을 하게 해주었다. '구교형vs류상태 공개 논쟁을 다녀와서'의 칼럼을 쓴 정강길 위원의 말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가 믿어왔던 그 전제마저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그것이 지속적으로 삶의 유용성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굳이 전제를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 예수 믿고 교회 다니는 것이 이 땅에서의 삶의 향기를 발하는 아름다운 삶이라면 굳이 예수를 죽일 필요가 뭐 있겠는가."

저자 류상태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가 맺는 열매에 의해 평가받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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