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달라진다, 'up'
뜻이 달라진다, 'up'
  • 김은정
  • 승인 2008.10.14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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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29

풍성한 우리말을 영어로 옮기는데 한계가 많다는 거 이젠 잘 아시죠. 영어가 딸려도 할 말은 다 하고 살아야죠. 우리의 풍성한 언어를 영어로 그나마 잘 옮겨주는 동사들이 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up'이란 단어가 붙어서 뜻이 전혀 달라진답니다.

이를테면 'bring'(가져오다) 있잖아요. 근데 이 'bring'의 과거형 'brought'에다 'up'을 갖다 붙이면, 'I was brought up in a strict home.'(나는 엄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이런 뜻이 됩니다. 수동태(be pp)의 형식으로 'bring up'을 쓰면 '~에서 성장하다, 자라다'는 뜻이 되는데, 따로 공부하지 않으시면 이런 쉬운 단어를 쓴 표현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요.

여기서 잠깐 'Listening'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봅시다. 'Listening'이 잘 안 된다고 괴로워하는 분이 많이 계세요. 사람마다 학자마다 'Listening' 빨리 되게 하는 방법이 이거다, 저거다 말은 많지만 제가 터득한 경험상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겁니다.

   
 
  ▲ 내 입으로 할 수 있는 말이 느는 만큼 들리는 말도 많아진다는 걸 기억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늘어야 들리는 말도 늘어요. 이를테면 여러분은 익히 'bring'이나 그 과거형 'brought'을 중학교 1학년 때 배워서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 동사를 써서 만드는 이런 식의 문장을 모르시면 이 말을 아무리 미국 사람이 내 앞에서 해도 뭔 말인지 모릅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미국식으로 빨리 말해도, 아무리 텍사스식으로 발음해도 그 문장이 내가 익히 쓰는 말이면 알아듣게 되어 있습니다. 'What's your name?'을 미국 사람이 아무리 빨리 말해도 다 알아들으시잖아요. 왜냐면 여러분이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에요.

'Listening' 안 된다고 고민하면 뭐합니까? 내 입으로 할 수 있는 말이 느는 만큼 들리는 말도 많아진다는 걸 기억하시고, 움직일 수 없는 귀를 움직이려고 하지 마시고 내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입을 더 움직이세요.

이 똑같은 'bring up'을 써서 'I hate to bring this up'이라고 말하면, 얘기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을 시작할 때 쓰는데 '딱'이죠. '이런 얘기 꺼내기는 좀 뭐한데요'라면서 말을 꺼내면 되잖아요. 미국 사람이 여러분한테 이렇게 말을 시작하면 '이 사람이 뭔가 안 좋은 얘기를 하겠구나'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이렇게 'up'이랑 붙어서 또 잘 쓰이는 동사가 'mess up(어지르다)'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걸요. 'Guys, don’t mess up the room.'(얘들아, 방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애들한테 한 번 써보세요. 미국 사람처럼 제법 영어 잘하는 아이들한테 여러분의 영어를 연습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지요.

'up' 얘기가 나왔으니 또 무지 많이 쓰이는 표현 가르쳐 드릴게요. 'set up'하면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뜻이 많은데 우리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표현, 'Can you help me set up the table?'(상 차리는 것 좀 도와줄래?) 이것도 애들한테 당장 써보세요.

아이들한테, 혹은 손님한테 뭔가 실수를 했어요. 손님이 시킨 음식에 뭐가 들어갔다거나, 애매한 아이를 혼냈다거나, 아무튼 뭔가 잘못을 했을 때 인정하는 말도 'I messed it up.'(내가 헷갈렸네요(내가 실수했네요)) 똑같은 표현인데 이렇게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비슷한 뜻으로 'slip up'이라는 말이 있어요. 원래 'slip'하면 '미끄러지다'라는 말인데 'up'이 붙으면 회화체에서 '실수하다'라는 뜻으로 쓰이죠. '오늘 직장에서 죽 쑤었잖아'라는 말로 'I had a slip up at work today'가 '딱'입니다. 잘하다가 삐끗 넘어지듯이 뭔가 실수했다는 뜻이죠.

잘못을 인정했으니 또 이걸 메워야죠. 이럴 때도 'up'이 여러분이 잘 아시는 'make'와 섞여 들어가서, 'Let me make it up to you'(잘 해드릴게요(보상해 드릴게요)) 손님이 뭐가 불만을 표현 했을 때 이런 말을 쓰면 '딱'입니다.

이런 거 모르셨죠? 단어 몰라서 영어 못하지 않습니다. 어디다 쓸 줄 몰라서 못하는 거지요. 제가 어디 어려운 말 써서 영어 문장 가르쳐드리던가요? 거의 다 중학교 1,2 학년 수준 단어로 할 말 다하고 사는 거죠.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엄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I was brought up in a strict home.

이런 얘기 꺼내기는 좀 뭐한데요….
I hate to bring this up.

방 어지럽히지 마라.
Don't mess up the room.

상 차리는 것 좀 도와줄래?
Can you help me set up the table?

제가 헷갈렸어요(잘못했어요).
I messed it up.

오늘 직장에서 죽 쑤었잖아(실수했잖아).
I had a slip-up at work today.

잘해 드릴게요(보상해 드릴게요).
Let me make it up to you.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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