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윤동윤 씨, "하나님,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가족 잃은 윤동윤 씨, "하나님,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 박지호
  • 승인 2008.12.11 13: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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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추락 참사 겪은 윤 씨 가정 위한 추모 기도회

   
 
  ▲ 윤동윤 씨는 허공을 바라보다 눈물 흘리기를 반복했다. 힘 없이 앉아 있던 윤 씨도 찬양은 힘차게 따라불렀다.  
 
아내와 장모, 사랑스런 두 딸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윤동윤 씨에겐 너무도 힘겨워 보였다. 이틀 전 전투기 추락 사고로 온 가족을 잃은 윤 씨는 푸석푸석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으로 추모 기도회에 참석했다. '윤동윤 성도 가정을 위한 추모 기도회'는 12월 10일 윤 씨 부부가 3년 동안 출석했던 샌디에고한인연합감리교회(신영각 목사)에서 열렸다.

지난 8일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해병대의 전투기 한 대가 기지로 귀환하던 중 주변 주택가에 추락했다. 얄궂게도 비행기는 이제 막 태어난 새 생명을 바라보며 행복을 누리던 윤 씨의 집에 그대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윤 씨의 아내 이영미 씨를 비롯해 생후 6주된 둘째 딸 하영이(하나님께 영광), 이제 막 엄마, 아빠를 웅얼거리는 첫째 딸 하은이(하나님의 은혜), 산후 조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장모님까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 윤 씨 가족이 새로 태어난 하영이(하나님께 영광)를 보며 기뻐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샌디에고한인연합감리교회)  
 
추모 기도회가 열린 샌디에이고한인감리교회 예배당은 기도회 1시간 전부터 추모객들로 붐볐다.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당에 보조의자까지 놓았지만, 자리가 모자라 예배당 옆 친교실까지 가득 채웠다. 참석자들 중 2/3가량은 뉴스를 보고 찾아온 방문객들이었다.

윤 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함께 울었다는 데비 씨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에 나왔다. 윤 씨가 처한 고통에 압도되어 30분 동안 차를 몰고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왓슨 씨는 "윤 씨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용서'를 말했던 그가 한없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 추모 기도회가 열린 샌디에이고한인감리교회 예배당은 기도회 1시간 전부터 추모객들로 붐볐다.  
 
"더 이상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기도회가 진행되는 내내 참석자들은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두 자녀를 잃은 윤 씨 앞에서 어린이 성가대가 나와 찬양을 할 때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는 사람들도 있었다. 휴지가 헌금 바구니처럼 이리저리 사람들의 손을 오갔다.

설교를 한 신영각 목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간의 합리적인 대답이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4명의 생명이 잿더미 속에 묻혔습니다. 그들은 떠나가고 빈자리에 동윤 씨만 홀로 남았습니다. 어제 오후 동윤 씨와 참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더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하고 동윤 씨가 말했습니다. 불과 10피트 거리였지만, 마치 10마일처럼 멀게 느껴졌습니다. 우린 멈춰서 한참 동안 침묵했고, 그 자리에서 함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런 아픔을 주시냐고."

   
 
  ▲ 기도회가 진행되는 내내 참석자들은 눈에 눈물을 머금었다.  
 
간신히 사고 현장을 둘러본 윤 씨는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 앞에서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사전 연습도, 준비한 메모도 없었다. 기자회견 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윤 씨는 다른 사람이 전해준 말을 듣고서야 다시 기억해낼 정도로 경황이 없었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두 딸과 장모님은 하나님 곁에 있을 것입니다. …… 조종사는 무사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를 위해서 기도해주십시오. 이번 일로 고통 받지 않도록. …… 지금 감정이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 사랑스런 아내이자 어머니였던 아내가 지금 너무 보고 싶습니다."

   
 
  ▲ 사고 현장을 둘러보며 흐느끼는 윤동윤 씨. (사진 제공 : 샌디에고한인연합감리교회)  
 
윤 씨의 인터뷰가 방송된 이후 전국 각지에서 교회로 연락이 쇄도했다. 오늘(10일) 하루에만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이메일이 왔다. 윤 씨를 돕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어려움을 당한 사람은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윤 씨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묘지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사람, 장례 절차를 무료로 진행해주겠다는 사람, 자신이 가진 집을 윤 씨가 쓰도록 내놓겠다는 사람, 무료로 정신과 상담을 해주겠다는 사람까지, 수없이 연락이 왔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한 사람은 윤 씨 가족을 추모하는 웹사이트까지 만들기도 했다.

신영각 목사는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언급하며, "동윤 씨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가, 미국 국민이 동윤 씨와 함께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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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車 2008-12-12 07:15:06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아내랑 아이들이 눈에 많이 밟힐텐데... 우리 주님의 위로가...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