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 않는 리만 브러더스, 그 뿌리는 신앙심
깨지지 않는 리만 브러더스, 그 뿌리는 신앙심
  • 백찬홍
  • 승인 2008.12.2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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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일관하는 이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

올 한 해 한국에서 인구에 회자된 유행어 중 하나가 '리만 브러더스'다. 국내외의 신뢰를 잃고 요동치는 경제 시장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는 지난 9월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를 빗댄 조롱이다.

이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이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일국을 책임지는 지도자답지 않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국정 운영과 '오럴 해저드'로 불리는 가벼운 입놀림으로 정치적·경제적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 믿음을 뿌리고 깨지지 않는 공조를 과시하는 '리만 브러더스'.  
 
이 대통령은 굴욕적인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촛불 시위로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국민과 소통을 다짐했으나, 촛불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 검경을 통한 대대적인 탄압을 진행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사실상 접는 듯했으나 자신이 자초한 경제 위기를 역으로 이용해 '4대강 살리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강행을 서두르고 있다.

강만수 장관 역시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 폭등, 주가 폭락 등 IMF 구제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실질적 책임자였음에도, 자신은 한 번도 공식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쓴 적이 없다며 오히려 언론을 비난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다.

두 사람의 좌충우돌이 계속되자 약 530만 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 성향 신문들의 강력한 지원사격에도 20%에 머물고 있고, 강만수 장관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읽어낸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듣고 있다.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한 말을 뒤집고 거짓말에 말 바꾸기까지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나 고위 경제 관료들의 일반적인 속성이지만, 리만 브러더스가 보여준 행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국민들은 이제 리만 형제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을 정도로 불신이 심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정부가 2012년까지 총 14조 원의 예산을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대운하와는 무관한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23.7%인 반면, '사실상의 대운하 추진'이라는 의견은 응답자의 55.0%나 차지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조선일보>조차 17일자 5면 '내년 성장률 5% → 4% → 3% → ?' 기사에서 경제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정부의 내년도 경제 성장 및 고용 목표치가 문제 있다고 비판하는 대열에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3%의 목표치도 한국은행(2%)이나 국제통화기금(IMF), 골드만삭스 등 7개 주요 투자은행(1.2%)의 전망치와 고려하면 여전히 온도 차가 있다"고 보도했다.

취업자 증가수가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한국은행 전망치(4만 명)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를 훨씬 웃돈다. 올해 취업자 증가수를 연초 60만 명대로 제시했다가, 3월 30만 명 대, 7월 20만 명 대, 16일 다시 15만 명으로 낮춘 것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전망치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깨지지 않는 '리만 브러더스' 공조, 그 뿌리엔 믿음

자신의 우호 세력마저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도 '리만 브러더스'가 국민 기만을 공통분모로 찰떡 공조하고 있는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맺어진 떼려야 뗄 수 없는 각별한 인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2008년 10월호는 "이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무수한 비판과 악화된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여전히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공직자의 입을 빌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998년 국회의원직을 잃은 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전까지, IMF 외환위기에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난 강만수 장관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다니는 소망교회에 새벽부터 나가 기도한 후 테니스를 치고 아침 식사하는 식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는데 1981년부터 같은 교회에서 인연을 맺은 강만수 장관도 자주 이 대통령의 새벽 기도, 테니스, 식사 스케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 식사 후에도 종종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구실로 가려는 강 장관을 붙잡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때까지 서울대 법대 출신에 재경부 차관까지 지낸 강 장관은 이 대통령의 경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대통령이 국가 경제 전반을 직접 경영해본 강 장관의 식견을 높이 사 그와의 대화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가 불안정했던 '장년 백수'들이 수년간 신앙생활을 같이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잘 이해하는 사이가 됐으니 강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뢰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신동아>의 해석이다.

   
 
  ▲ 이명박 정권 들어 사회 유력 인사를 배출해 이른바 '고소영'이라는 시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낸 소망교회.  
 
소망교회에는 이외에 이 대통령의 형이면서 '영일대군'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이종구 의원, 김광림 의원,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어륀지' 발언으로 유명한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제자논문 표절로 물러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등을 비롯한 전 현직 장관 60여 명, 대학 총장 10여 명, 유명 연예인 150여 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영' 소망교회엔 '설교 달인' 곽선희 목사가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 들어 사회 유력 인사를 배출해 이른바 '고소영'이라는 시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해진 소망교회는 지금은 은퇴한 곽선희 목사가 담임으로 있을 때 크게 성장했다.

곽선희 목사는 '설교의 달인'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설교를 통해 성공한 목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공공연하게 교회가 부흥하려면 설교를 잘해야 한다면서 교회가 안 되는 것은 행정이나 행사 탓이 아니라 설교를 잘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곽 목사의 설교에 대해 "실로 이 시대가 낳은 가장 훌륭한 설교자"(서울 장신대 M 총장),  "한국 교회 사상 이렇게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력을 갖고 설교한 인물이 드물다고 생각한다."(감신대 K 총장), "루터와 칼빈적인 복음 중심의 성경 이해로써 한국 교회의 전통적인 성서주의를 극복하였다."(L 장신대 명예교수)라는 찬사가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는 곽 목사의 설교는 강남의 회개한 부르주아를 양산하는 장점이 있다고 꼬집고 있다. 즉 개인주의적이고 내면화된 주체적 신앙을 강조하면서 낯선 타인의 얼굴을 향해 소통과 연대를 구축하려는 공동체 운동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해서도 다수가 아닌 소수의 영웅적 역할을 강조하고 '하나님나라'를 사후 영생의 희망으로 국한시키는 신학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곽 목사는 2007년 5월 뉴욕의 모 교회 강연에서 설교집을 팔아 수십억을 벌었고 설교에 감동한 성도가 돈을 많이 벌어 자신에게 벤츠보다 3배나 비싼 차를 선물했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는 또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여자 문제에 대해 질문이 많다"면서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 중에 여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여자 문제가 있어도 하나님이 내친 사람은 없다"며 변호하기도 했다.

곽 목사의 이러한 인식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남 졸부들과 고위 관료들 그리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부와 성공을 향해 줄달음치는 미국 유학파 신흥 부르주아들을 신앙적으로 고무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기복적인 모태신앙으로 평생 출세를 향해 줄달음쳤던 이 대통령에게는 가장 알맞은 복음이었다.

더 큰 고통이 와도, 기독교인들의 지지 계속될까

성경적으로 곽 목사의 설교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다윗과 야곱이다. 다윗은 심복의 아내를 탐내 심복을 위험한 전투에 보내 죽게 했던 파렴치한 인물이었고, 야곱은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의 권리를 훔친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그러나 둘은 구약성서에 가장 성공한 인물로 평가된다. 야곱은 신과 씨름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뿐 아니라 12지파의 조상이 되었으며, 다윗은 앙숙인 블레셋(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조상)을 제압하고 이스라엘을 제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야곱과 다윗의 이야기는 죄인들도 회개하면 용서받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종교의 일반적인 구원 시나리오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둘의 사례를 너무 강조하게 되면 신자들은 비록 지금은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도 나중에 회개하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종교적으로 가장 저급한 수준의 자기 최면에 빠지게 된다.

이런 식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국가의 고위직에 이름을 올린다면 국민을 기만하고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고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행동하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 인물이 외환위기를 몰고 온 충현교회 장로 출신의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그 밑에서 재경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 강만수 장관이었다. 현재 이명박 정권의 총리를 비롯한 장관급 인사의 다수가 비슷한 신앙을 가진 개신교 신자임을 감안할 때, 청와대를 중심으로 폭주 기관차 같이 밀어붙이는 현재의 정국에서 이들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앞으로도 이들은 성공과 물질만이 구원의 지름길이라는 한국식 기독교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가난은 게으른 자의 책임이라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은 눈곱만치도 없는 천민자본주의로 무장한 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말한 것처럼 경제 파탄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캘리포니아 별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말 바꾸기와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나 되는 것은 이 대통령을 울게 만든(?) 가락시장 할머니처럼 장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오럴 해저드'가 나올지 궁금하다. 또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왔을 때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백찬홍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및 옴부즈맨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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