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대의 소망'
'어려운 시대의 소망'
  • 최용준
  • 승인 2008.12.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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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시민이 가져야 할 종말론적 긴장감

최근 제가 읽은 책은 <Hope in Troubled Times: A New Vision for Confronting Global Crises>(어려운 시대의 소망: 글로벌 위기를 직면하는 새로운 비전)라는 제목으로 밥 하웃즈바르트(Bob Goudzwaard), 마크 반데어 베넌 (Mark Vander Vennen) 그리고 데이빗 반 헤임스트(David Van Heemst) 이렇게 세 분이 쓰신 책입니다.

하웃즈바르트 교수님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있다가 은퇴했으며, 네덜란드 국회의원도 지낸 분입니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기독교적 관점에서 경제 전반에 대해 많은 글들을 써온 분입니다. 반데어 베넌은 캐나다 온타리오에 살고 있는 사회복지사이고 반 헤임스트 교수는 미국의 올리벳나사렛대학교(Olivet Nazarene University)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 겸 서문은 남아공의 유명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Desmond M. Tutu) 주교가 썼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근에 출판된 책들 가운데 ‘종말(end, last, final)’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은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가령 1993년에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라는 일본계 미국인 정치학자가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 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유 민주주의가 인간이 진화해온 정치 제도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1997년에는 미국의 환경주의자인 빌 멕키번(Bill McKibben)이라는 분이 <The End of Nature>(자연의 최후)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기후 변화에 대해 가장 먼저 경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음 해인 1998년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존 호르간(John Horgan)이라는 분이 <The End of Science : Facing The Limits Of Knowledge In The Twilight Of The Scientific Age> (학문의 종말 : 과학 시대의 황혼에서 지식의 한계)이라는 책을 썼는데 여기서 그는 자연 과학과 인간의 지식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합니다.

2000년에 들어와 다니엘 벨(Daniel Bell)이라는 하버드대학 교수는 <The End of Ideology: On the Exhaustion of Political Ideas in the Fifties, with "The Resumption of History in the New Century">(이데올로기의 종언 : 50년대 정치사상의 규명 및 새로운 세기 역사의 속개)라는 책을 냈습니다. 원래 이 책은 1960년에 나왔지만 2000년에 수정판이 나온 것입니다.

이 책에서 벨 교수는 19세기 및 20세기 초반에 나타난 인본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이제 종말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단지 국지적인 이데올로기들만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05년에는 샘 해리스(Sam Harris)라는 미국의 철학자가 <The End of Faith : religion, terror and the future of reason>(신앙의 종말 : 종교, 테러 그리고 이성의 미래)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에서 Sam은 전통적인 기독교와 이슬람을 비판하면서 신앙의 시대는 끝이 났고 오히려 이성을 더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더욱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2004년에는 영국의 천문학자인 마틴 레이스 경(Sir Martin Rees)이  케임브릿지에서 출판한 <Our Final Century: Will Civilization Survive the Twenty-first Century?>(우리의 마지막 세기 : 인류 문명이 과연 21세기에 생존할까?)라는 책입니다. 마틴은 이보다 한 해 전 그러니까 2003년에는 뉴욕에서 <Our Final Hour: A Scientist's Warning: How Terror, Error, and Environmental Disaster Threaten Humankind's Future In This Century - On Earth and Beyond> (우리의 마지막 시간: 한 과학자의 경고: 테러, 실수 그리고 환경 재앙이 어떻게 이 세기에 이 지구와 지구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가?)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두 책의 요점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이 현대 기술의 영향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마도 21세기야말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 증거들을 근거로 이분은 인류가 2100년까지 생존하거나 멸망할 확률을 50대 50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책들은 무엇을 말합니까?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종말의 징조를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그리스도인들이 아닌 일반 학자들까지 주장한다는 사실이 그 신빙성을 더욱 증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앞에 다가올 미래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안전을 통해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피상적으로 보면 지구촌 전체가 계속 진보하여 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적인 빈곤, 환경오염의 악화 그리고 날로 확산되는 테러리즘 때문에 지구촌은 계속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보르도대학 교수였던 쟈끄 엘룰은 현대의 과학 기술이 오히려 인류를 배신했다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대안이 없다 (There is no alternative.)”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더 큰 절망을 줄 뿐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류는 진정한 소망을 갈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에서 언급한 3명의 저자들은 인류의 궁극적인 소망의 근거로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합니다. 그분의 말씀을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가 모두 함께 정직하게 일하고 노력하면서 좀더 청지기답게 지혜롭고도 희생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현대 문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올바로 따를 때 현대의 우상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과학 기술을 우상으로 숭배하지 말고 하나님을 온전히 하나님으로 인정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면서 환경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나라에 속해 있으나 아직도 이 땅의 나라에 잠시 머물고 있는 나그네요 순례자들입니다. 하나님나라는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징조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늘나라의 시민으로 더욱 분명한 종말론적 긴장감을 가지고 성령의 도우심을 따라 ‘두렵고 떨림’으로 우리의 남은 구원을 이루어가야 하겠습니다(빌 2:12).

최용준 목사 / 브뤼셀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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