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무엇으로 푸지?
국을 무엇으로 푸지?
  • 김은정
  • 승인 2009.01.14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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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32

   
 
  ▲ 국자는 'ladle', 뒤집개는 'spatula'입니다. 기억하세요.  
 
제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공부해서 학위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 비싼 영어 강사로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보겠다고 미국에 왔는데, 임자를 만났습니다. 밥 한번 지어 본 적 없는 '날라리'였는데, 결혼해서 요리 채널 보며 미국 요리 실력을 늘렸지요.

여러분, 한국 비디오만 보지 마시고 텔레비전에서 하는 요리 채널을 많이 보세요. 영어가 많이 늘어요. 왜냐? 첫째, 화면으로 말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지요. 둘째, 문장이 간단하지요. 셋째 미국 문화를 많이 알게 됩니다. 문화에 있어서, 사람 사는데 있어서 먹는 게 얼마나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데요. 미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고 다 먹어야 살잖아요. 언어라는 게 뭡니까. 우리 살면서 하는 얘기들이죠. 그 사람들 먹으면서 하는 얘기 잘 들어보세요.

부엌에서 쓰는 그런 '집게'나 '뒤집개'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신혼 초 부엌에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워낙 서툰지라 프라이팬에서 요리는 타지요, 부엌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지요, 뒤집개로 이걸 뒤집어야겠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Honey(자기야)" "I need… you know(거, 왜 있잖아)"… "what do you call it?(그걸 뭐라고 하니?)" "Where is it?(그거 어디 있어?)" 파란 눈의 제 신랑은 도대체 제가 뭘 찾고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눈만 껌뻑껌뻑 거리며 두려움에 떨더군요.

중 1때 알파벳부터 시작해 대학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그걸로 석사 학위도 받고, 미국 남자 친구를 사귀어서 결혼하고 한참이 지난 다음까지도, 계란 프라이를 뒤집는 ‘뒤집개’를 영어로 몰라서 얼굴이 시뻘개졌었습니다.

부엌에서 부침개 뒤집는 '뒤집개', 바비큐 할 때 햄버거 뒤집는 '뒤집개', 어느 영어 교과서에도 없었고 전공서에도 없었던,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대하는 그 물건을 영어로 말하지 못했을 때 저는 '아, 내가 정말 헛공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습니다. 뒤집개는 영어로 spatula(스패출라)입니다. 단어만 덜렁 알면 뭐합니까? 문장으로 쓸 줄 알아야지요. "부엌에서 뒤집개 좀 찾아 줄래?(Can you find me a spatula in the kitchen?)." 그 말이 제가 필요했던 말이었습니다.

제가 영어 전공자로서 또 몰랐던 말이 부엌에서 쓰이는 집게입니다. 고기를 집어 올릴 때 쓰는 그거 있잖아요. 영어로는 tongs(텅즈)라고 합니다. "집게 필요해요? (Do you need tongs?)." 집게는 두 다리가 있어야 집어 올릴 수 있으니까 복수로 끝에 s를 붙여 써야 합니다.

그럼 '국자'는 영어로 뭔지 아세요? 저는 신혼 초에 국을 풀 국자가 없어서 미국인 신랑한테 그걸 사러 가자고 해야 하는데 '국자'를 영어로 뭐라 하는지 몰라 또 그걸 설명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국자라는 말을 쓸 일이 생길 때까지는 그 말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죠. 여러분,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내가 쓸 말을 배워야 합니다. 국자는 영어로 ladle(레들)입니다. "국 풀 국자가 필요해 (I need a ladle to serve the soup)."

간을 보면서 "음, 아무 맛이 없이 밍밍하네" 하는 말 하실 때가 있죠. 영어로도 해보세요. "It's bland"가 딱 그 말입니다. bland(블렌드)하면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극 없이, 매력 없이 맹맹한 그런 뜻이에요. "싱겁다"라는 말도 잘 하시죠? 영어로는 그걸 "It needs some salt"하면 되죠. 흔히 생각하시듯이 '싱거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가 있는 게 아니고요, 아는 쉬운 단어로 말을 바꿔 쓰시면 돼요.

반대로 "짜다"라는 말을 하고 싶으시면 "It's too salty." 말이 나온 김에, 음식만 짠 게 아니라 우리말 중에 "저 사람, 진짜 짜"라고 할 때는 그 사람이 자린고비처럼 돈을 잘 안 쓴다는 얘기잖아요. 그걸 영어로는 "He is stingy"라고 합니다. 절대 "He is too salty" 하시면 안 돼요.

여러분, 영어 학원 열심히 다니고 책 열심히 외운다고 장땡이 아닙니다. 언어를 배우려면 그 언어가 쓰이는 문화 속으로 들어가 그 문화의 이것저것을 경험해야 된다니까요. 교실에 앉아서만은 영어가 안 됩니다. 미국 사람과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1시간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것으로도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이 주말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서 보고, 그 사람들이 고기 구워 먹는 날이면 무슨 고기를 어떻게 구워 먹는지, 음료수는 뭘 마시는지 실제로 가서 구경도 하고 나도 그걸 맛봐야지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반 이상이 그 언어가 쓰이는 문화를 배우는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날씨 얘기, 자기소개도 한두 번이죠. 그 다음은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네들이 먹고 사는 것을 경험해보고, 그걸 알아야 할 말도 생기고 말도 늡니다.

부엌에서 뒤집개 좀 찾아 줄래?
Can you find me a spatula in the kitchen?

집게 필요해요?
Do you need tongs?

국 풀 국자가 필요해.
I need a ladle to serve the soup.

아무런 맛이 없네.
It is bland.

싱겁다.
It needs some salt.

짜다.
It’s too salty.

저 사람, 진짜 짜.
He is stingy.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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