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고향 '나사렛'에서 온 편지
예수의 고향 '나사렛'에서 온 편지
  • 박지호
  • 승인 2009.01.17 0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스라엘서 평화 활동 중인 미국인 교수, 스투쯔만

"바로 이것이 이스라엘이 원하는 대학살을 통한 평화다. 우리의 원수인 시온주의자들은 가자 지구에 있는 여자,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이 모두를 불사르고 있다. 그들은 가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학살을 자행하고 있지만, 가자는 오직 알라에게만 무릎 꿇을 것이다."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걸려 있는 현수막 중에서)

가자 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지역 사망자만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휴전' 소식이 무색하리만치 지금도 가자 지구에선 폭음과 화염이 끊이질 않는다.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 신학부의 린든포드 스투쯔만 교수는 시리아에 내걸린 현수막의 문구를 통해 중동의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평화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당분간 이스라엘에 머무르고 있는 스투쯔만 교수에게 현지 소식을 묻자 "지금 시리아에 머물고 있다. 답변을 하기 힘들다"는 답신만 돌아왔다. 사흘 뒤 스투쯔만 교수는 이스라엘 나사렛에서 다시 메일을 보내왔다. 시리아에서는 이메일이 감시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스투쯔만 교수는 서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불의와 폭력을 지원할 것이냐"며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비판했다.

   
 
  ▲ 스투쯔만 교수가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에 방문했을 때 걸려 있던 현수막.  
 
아래는 LA 이음교회의 허현 목사가 스투쯔만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기독교인으로서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독교 평화주의자로서, 모든 전쟁은 '악'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며 이런 전쟁에 참여하는 것 또한 그 '악'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본다. 무자비하고 장기간 악영향을 끼치는 전쟁이야말로 진정한 '죄악'이다. 가자 지구를 향해 군사적 행동으로 드러난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반응으로 지금까지 수천 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가자 지구 안에 있는 폭력의 악순환을 원천적으로 끊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선택한 불의하고 비생산적인 전쟁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 이번 전쟁에 대한 중동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주에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날,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의 폭격을 비난하는 거대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사망한 아이들의 모습과 유혈이 낭자한 처참한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리아와 요르단을 여행하면서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반응에 분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스라엘에서 아랍 인구가 가장 많다는 나사렛을 가보니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지역에 있는 모스크(사원)에도 걸려 있었다. 여행객들이 스케줄을 줄줄이 취소하는 바람에 내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은 개점휴업 상태다. 이스라엘 친구가 보낸 이메일에서도 걱정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 린드포드 스투쯔만(Linford Stutzman) 교수.  
 
-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가자 지구에 폭력이 재발하고, 휴전 협정을 깨뜨리게 한 장본인으로 하마스를 지목했는데.

사실 하마스는 폭력적인 테러를 저질러왔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그것은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고,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것은 전투기로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나, 자살 폭탄 테러로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 다 테러다. 하지만 하마스는 가자 지역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치 지도자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은 한때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현재 PNO)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들과 대화하고 공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전직 이스라엘 수상 중 적어도 두 명은 폭력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메나힘 베긴은 테러리스트였고, 아리엘 사론은 전범으로 취급받았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에 선출된 정부로 여길 수 없다는 원칙은 위선적이고,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자기 파괴적인(counter-productive) 행위다.

-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 중 상당수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을 완전히 점령할 때 예수가 재림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세대주의적인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 그리스도께 복종해야 하고, 그분의 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불의와 폭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재림은 예수를 따르는 자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리스도인들이 양쪽 모두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그들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도록 돕는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