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온 편지] '토지 소유권 인정하지 않는 몽골
[몽골에서 온 편지] '토지 소유권 인정하지 않는 몽골
  • 이현호
  • 승인 2009.02.1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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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소유권, 토지는 허가권…유목민에게 땅은 나눔

매일 미국과 한국에서 들려오는 경제 위기 소식 때문에 이곳 몽골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몽골은 자본주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이지만, 이곳도 세계 경제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조만간 IMF의 원조를 받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돌고 있습니다. 몽골은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서 경제 위기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힘든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 건축이 중단되어 앙상하게 뼈대만 남아 있는 건물은 이곳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이현호)  
 
모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보니 환율이 폭등하면 오히려 미국이나 한국보다 물가가 많게는 2배까지 올라갑니다.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몽골로 들어오면서  이곳에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폭등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막 입학한 몽골로서는 이번 위기가 큰 시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 위기와 함께 5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는 이곳 몽골에 보이지 않는 큰 변화를 줄 것 같습니다. 작년 8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폭동을 경험한 몽골로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경제 위기 못지않은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이 나라의 경제적, 정치적 시험은 외국 NGO나 종교 단체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역경은 결국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한국에서조차 외국인 근로자, 이민자에게 불이익이 오듯 이곳도 갈수록 법을 강화해 외국인이 하는 종교 활동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간간히 어느 단체, 어느 선교사가 추방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저를 파송한 C&MA도 2년마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합니다. 만에 하나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에 맞지 않아 재허가가 거부되면 그날로 모든 프로젝트는 중단하고 철수를 해야 합니다. 우리 C&MA도 작년 12월에 다시 허가를 받아야 했는데 결정이 나기까지 모두 긴장을 해야 했답니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하는 전도 활동은 제약이 없습니다. 따라서 선교 활동에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몽골은 세계에서 가장 개발 되지 않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전체 인구도 3백만 미만이고 자본주의를 도입한 지 20년도 되지 않은 나라라 아직도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토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아직도 법적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게 되면 건물 소유권은 인정되지만, 토지는 나라로부터 소유권이 아닌 허가서만 가지게 됩니다.

   
 
  ▲ 땅을 국가로부터 받으면 이렇게 말뚝을 박아 영역 표시를 합니다. 하지만 시골에는 이런 것도 없습니다. (사진 제공 이현호)  
 
하지만 적은 인구와 넓은 영토로 인해 누구든 건물이 없이도 먼저 나라로부터 토지 허가서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땅을 받으면 말뚝을 박아 경계를 표시합니다. 하지만 시골은 이런 소유도 없으며 경계 표시도 없습니다. 항상 계절마다 목초지를 옮겨 다니는 유목민으로서는 땅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입니다. 머문다는 것은, 소유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죽음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온 세계를 지배하고도 돌로 지은 왕궁이 아닌 양피로 지은 '게르'라는 천막에 일평생을 산 징기스칸은 아직도 몽골인의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마 구약시대 하나님께서 도시 문화를 건설한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를 택하지 않고 양치기 유목민인 이스라엘 족속을 택한 이유가 이것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토지란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하였기에 어느 누구도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토지는 희년이 되면 원래 땅을 갖고 있던 지파에게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본인이 돌로 지은 성전에 갇히기 싫어하신 것처럼 우리도 순례자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돌로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두 번이나 파괴되어 흔적이 없어졌지만 그를 믿는 신자들은 지금도 열방을 향해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08년 7월 몽골로 선교를 떠난 이현호 선교사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 선교사의 허락을 받아 그와 가족의 얘기를 계속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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