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경우 우아하고 고상하게 따지세요. | ||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바보처럼 당하기만 했다는 나중의 자책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살짝 가시 돋친 말이라고 할까요. 이런 말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 오시는 것을 보면, 영어로 적절히 대꾸 못해 쌓이는 게 많으신가 봐요. 내가 영어 못해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경우 있어요, 정말 있어요. 저도 그전에 많이 당해 봐서 알아요.
실제로 저한테 있었던 일인데요. 그 당시 저희는 피츠버그에 사는 가난한 연구원 부부였어요. 식료품 가게에서 세일인 줄 알고 고른 물건이 계산 할 때 보니까 세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cashier한테 그 물건은 안사겠다고 "I'm sorry, but I'm not getting this"라고 했더니, 고등학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사람이 저를 비웃으면서 옆에 cashier한테 "Hey, 이 여자 돈 없어서 이거 못산 데!" 그러면서 둘이 키득대는 거예요, 글쎄.
제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품위를 잃지 않고 제가 그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어디 가면 매니저를 찾을 수 있나요?) 그랬죠. 그랬더니 그 여자 묻기를 "Why?" 저는 아주 예의 바르게 " I'd just like to see your boss(네 상관을 좀 볼일이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매니저를 찾으면 나한테 못되게 굴던 사람들이 쫄게 되어 있어요. '매니저를 만나면 영어로 뭐라 그러나'는 나중에 생각하시고 일단 대놓고 그 가게의 '대장' 나오라 그러세요. 다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게 아니고 고상하게.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나 'I'd like to see your boss'나 그 말이 그 말이니까 둘 중에 골라잡으시면 되고요.
그 cashier에게 "You are being rude to me(너 참 무례하게 구는구나)"라고 조용히 한마디 해줬죠. 길게 말할 거 뭐 있나요. '너 참 못됐구나'라는 뜻이면 됐지요. 한발 더 나아가서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는 뜻으로 이렇게 말해줬지요. "It's not your job to pass judgment on customers(손님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네가 할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 문장이 '이게 나를 뭐로 보고…'의 뉘앙스가 있는 말이지요.
한국 살다가 미국 사람들 무슨 일하는 거 보면, 한국에 비해 너무 느려서 어떤 때는 숨넘어가요. 너무 한가하게 일을 느려 터지게 해서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따끔하게 한마디, "You are here to serve me and you are not doing your job.(손님한테 봉사하는 게 네 일인데 너는 네 일을 안 하고 있다)"
저를 무시한 그 cashier한테 제가 조용히 그러나 눈을 부라리며 마지막에 한 말도 이 말이에요. 성질 같아서는 나를 그렇게 모욕한 사람한테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시원했겠지만, 그래봤자 영어가 딸리는 남의 나라에서 망신만 당하는 건 나니까 꾹 참고, 그러나 그렇게 당하고만 가기에는 너무 억울하니까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우아하게 따지는 거죠.
나한테 못되고 부당하게 대한 사람의 상관을 만나게 됐을 때, 여러 소리 할 영어 실력이 안 되면 그냥 간단히 "I was treated badly(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Ask your employee what she did.(자세한 건 네 종업원한테 물어 봐라)" 그리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그 자리를 떠나세요. 나중에 영어를 더 잘하게 되면 내가 직접 자세히 얘기해주마, 벼르시면서. 그리고 맘을 한 번 다시 먹으세요. 이래서 영어를 꼭 배워야 되는 거야. 하루에 한 문장씩이라도 꼭!
근데 여러분, 어딜 가서 사나 나쁜 사람, 못된 사람은 꼭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피부 색깔이 달라서 저 사람이 나한테 못되게 구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 사람이 원래 덜 된 인간이라 내가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아무튼 영어 때문에 속 아픈 일이 없도록, 누가 나를 밟으면 한마디 해 줍시다.
미안하지만 이 물건은 사지 않겠어요.
I'm sorry, but I'm not getting this.
어디 가면 매니저를 찾을 수 있나요?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
네 상관을 좀 볼일이 있어요.
I'd just like to see your boss.
너 참 나한테 무례하게 구는구나.
You are being rude to me.
손님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네 일이 아니다.
It's not your job to pass judgment on customers.
손님한테 봉사하는 게 네 일인데 너는 네 일을 안 하고 있다.
You are here to serve me and you are not doing your job.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
I was treated badly.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