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했을 때
무시당했을 때
  • 김은정
  • 승인 2009.03.1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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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36

   
 
  ▲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경우 우아하고 고상하게 따지세요.  
 
사람이 어떻게 항상 좋은 말만 듣고 좋은 말만 하며 삽니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실에서는 싫은 말을 듣기도 하고 내가 본의 아니게 싫은 말을 하기도 하고 그렇죠. 제 영어 강습의 의도는 항상 여러분이 우리말처럼 할 말 못해 끙끙 앓는 가슴에 대한 분풀이이므로 내가 가슴에 꽂히는 일을 영어로 당했거나 꽂히기 전에 맞받아치는 말들을 가르쳐 드리죠.

예의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바보처럼 당하기만 했다는 나중의 자책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살짝 가시 돋친 말이라고 할까요. 이런 말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 오시는 것을 보면, 영어로 적절히 대꾸 못해 쌓이는 게 많으신가 봐요. 내가 영어 못해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경우 있어요, 정말 있어요. 저도 그전에 많이 당해 봐서 알아요.

실제로 저한테 있었던 일인데요. 그 당시 저희는 피츠버그에 사는 가난한 연구원 부부였어요. 식료품 가게에서 세일인 줄 알고 고른 물건이 계산 할 때 보니까 세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cashier한테 그 물건은 안사겠다고 "I'm sorry, but I'm not getting this"라고 했더니, 고등학생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사람이 저를 비웃으면서 옆에 cashier한테 "Hey, 이 여자 돈 없어서 이거 못산 데!" 그러면서 둘이 키득대는 거예요, 글쎄.

제가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품위를 잃지 않고 제가 그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어디 가면 매니저를 찾을 수 있나요?) 그랬죠. 그랬더니 그 여자 묻기를 "Why?" 저는 아주 예의 바르게 " I'd just like to see your boss(네 상관을 좀 볼일이 있어요)" 대부분의 경우 매니저를 찾으면 나한테 못되게 굴던 사람들이 쫄게 되어 있어요. '매니저를 만나면 영어로 뭐라 그러나'는 나중에 생각하시고 일단 대놓고 그 가게의 '대장' 나오라 그러세요. 다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는 게 아니고 고상하게.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나 'I'd like to see your boss'나 그 말이 그 말이니까 둘 중에 골라잡으시면 되고요.

그 cashier에게 "You are being rude to me(너 참 무례하게 구는구나)"라고 조용히 한마디 해줬죠. 길게 말할 거 뭐 있나요. '너 참 못됐구나'라는 뜻이면 됐지요. 한발 더 나아가서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는 뜻으로 이렇게 말해줬지요. "It's not your job to pass judgment on customers(손님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네가 할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이 문장이 '이게 나를 뭐로 보고…'의 뉘앙스가 있는 말이지요.

한국 살다가 미국 사람들 무슨 일하는 거 보면, 한국에 비해 너무 느려서 어떤 때는 숨넘어가요. 너무 한가하게 일을 느려 터지게 해서 정말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따끔하게 한마디, "You are here to serve me and you are not doing your job.(손님한테 봉사하는 게 네 일인데 너는 네 일을 안 하고 있다)"

저를 무시한 그 cashier한테 제가 조용히 그러나 눈을 부라리며 마지막에 한 말도 이 말이에요. 성질 같아서는 나를 그렇게 모욕한 사람한테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시원했겠지만, 그래봤자 영어가 딸리는 남의 나라에서 망신만 당하는 건 나니까 꾹 참고, 그러나 그렇게 당하고만 가기에는 너무 억울하니까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우아하게 따지는 거죠. 

나한테 못되고 부당하게 대한 사람의 상관을 만나게 됐을 때, 여러 소리 할 영어 실력이 안 되면 그냥 간단히 "I was treated badly(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Ask your employee what she did.(자세한 건 네 종업원한테 물어 봐라)" 그리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그 자리를 떠나세요. 나중에 영어를 더 잘하게 되면 내가 직접 자세히 얘기해주마, 벼르시면서. 그리고 맘을 한 번 다시 먹으세요. 이래서 영어를 꼭 배워야 되는 거야. 하루에 한 문장씩이라도 꼭!

근데 여러분, 어딜 가서 사나 나쁜 사람, 못된 사람은 꼭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피부 색깔이 달라서 저 사람이 나한테 못되게 구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 사람이 원래 덜 된 인간이라 내가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아무튼 영어 때문에 속 아픈 일이 없도록, 누가 나를 밟으면 한마디 해 줍시다. 
 
미안하지만 이 물건은 사지 않겠어요.
I'm sorry, but I'm not getting this.

어디 가면 매니저를 찾을 수 있나요?
Where can I find your manager?

네 상관을 좀 볼일이 있어요.
I'd just like to see your boss.

너 참 나한테 무례하게 구는구나.
You are being rude to me.

손님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네 일이 아니다.
It's not your job to pass judgment on customers.

손님한테 봉사하는 게 네 일인데 너는 네 일을 안 하고 있다.
You are here to serve me and you are not doing your job.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
I was treated badly.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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