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하는 말
예쁘게 하는 말
  • 김은정
  • 승인 2009.04.02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의 미국식 영어 37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고 밉게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남을 높여주면서 칭찬하는 말은 예쁘고,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은 당연히 듣기 안 좋죠? 우리말이나 미국 말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예쁘게 밉게 말하는 것도 다 습관인 것 같아요. 영어를 잘 배우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미운 말을 하지 마시고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예쁘게 말해서 ‘한국 사람들은 참 나이스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국위선양 합시다.

일단 미국 문화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쳐도 'Hi' 합니다. 우리도 해줍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상대방은 'Hi' 하는데 나는 입 꼭 다물고 '왜 나한테 말 거는 거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얄밉잖아요. 'Hi' 하는 게 습관이 되어야 미국 생활을 잘 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핸드백이 예쁘면 한마디 해주세요. 칭찬하는 말은 언제나 예쁘니까요.  
 
사람을 칭찬하는 말은 언제나 예쁘지 않습니까? 자주 오는 손님이라든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이라든지, 아무튼 어쩌다 한 번 용기 내서 해보는 영어 한마디가 칭찬이면 좋지요. 상대가 여자면, 옷이라든지 액세서리라든지 신발, 헤어스타일 뭐 칭찬해줄 게 많지요. 이를테면 그 사람이 들고 있는 핸드백이 예뻐서 한마디 해주고 싶다, 할 것 같으면, 'I love your purse!' 하세요.

핸드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영어로 'handbag'이 아니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핸드백은 'purse'에요. 지갑은 'wallet'이라고 하고요. 'I love your handbag!' 하면 상대방은 뭔 말인가 한참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말을 한 여러분은 '내 발음이 오죽 후졌으면 그런 간단한 말을 해도 못 알아듣나' 자책하게 되실 걸요. 

뭐가 됐던지 간에 아는 사람을 전반적으로 칭찬해 줄 때, 'You look great today!'(오늘 얼굴이 좋아 보여요) 하면 다 좋아하죠. 특히 얼굴 표정이 밝아 보이고 좋은 일이 있어 보이면 'Is something good happening for you?'(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빈말이면 어때요. 듣는 본인도 빈말인 줄 알지만 기분은 좋아지죠.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어린애들도 칭찬은 다 좋아하지 않습니까.

반대로 상대방이 나를 칭찬해 주었어요. 그럴 때 우리가 그냥 배시시 웃고 있으면 '당연히 나는 칭찬 받을 만하지'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 걸요. 뭐가 됐든 칭찬을 받으면 'Thank you' 하시고 오히려 상대방을 되레 칭찬하는 말을 덧붙여 주시면 좋잖아요. 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갔는데 우리 애 칭찬을 막 해주셔요. 그러면 우리나라 정서상 뭐라고 대꾸하나요? '에이, 선생님이 잘 봐주셔서 그래요' 하고 겸손하게 받으시잖아요.

미국에서도 똑같아요. 'You are sweet'(잘 봐주셔서 그래요) 아니면, 'You are being nice'(마음이 좋으셔서 그래요) 그 말이 그 말이죠. 사실 칭찬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말 해주는 사람의 마음이 좋으니까 좋은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나도 이렇게 되레 칭찬으로 답하는 게 미국에서 흔한 예의입니다.

여기서 잠깐 'sweet'이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 해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 찾으실 필요도 없이 모두 '단, 달착지근한'이라는 뜻으로 아시는 단어지만, 미국 영어에서 쓰일 때는 사람이 '다정한' '착한', 뭐 그런 사람의 인성을 나타내는 말로 더 많이 쓰여요.

제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가 미국 교회에서 어느 할머니의 무거운 성경책을 들어 드렸을 때인데 '노인 공경'이 철저한 한국식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저를 보고 'You are sweet' 하시더라고요. 그때 눈치 챘죠. 내가 알고 있는 단어 'sweet'이 그냥 '달콤한'이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그 다음부터 누가 저에게 친절하게 잘 해주면 'You are sweet'을 연발했고 그 얘기를 해주면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여러분이 사전 상의 의미로 잘 아시는 'cute'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에요. 사전에 보면 '귀여운'이라고 나와 있지만 요새 쓰이는 미국 영어에서는 '신발이 너무 이쁘다아' 할 때도 'Your shoes are so cute!' 한다니까요. 저는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니 신발이 귀여운 게 어디 있어? 애들 신발도 아니고, '섹시'하다고 하면 모를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미국 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미국 사람들은 남자가 멋있는 것도 'Isn't he cute?'(저 남자 괜찮지 않니?)라고 하고 옷이 예쁜 것도 다 'cute'라고 하더라고요. 영어 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살아 있는 미국 영어가 'cute'라는 것 아닙니까? 물론 이 똑같은 말도 아기한테 하면 '이 애기 너무 귀엽지?'도 됩니다.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에 따라 말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죠.

'섹시'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이 말을 미국 사람한테는 조심해서 쓰셔야 해요. 원래부터 아는 사람이고 친하다 싶은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에게 괜히 'You are sexy' 하면 오해를 받습니다. 남자나 여자가 대놓고 상대방에게 '나 너한테 마음 있어' 하지 않는 담에야 '섹시'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가 봉변당할 수 있지요. 조심하세요. 그러니까 언어 따로 문화 따로는 없다는 것입니다. 배경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그 나라 말을 잘 할 수 없어요.

핸드백 너무 이쁘다아!
I love your purse!

오늘 얼굴이 좋아 보여요.
You look great today!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Is something good happening for you?

잘 봐주셔서 그래요.
You are sweet.

마음이 좋으셔서 그래요.
You are being nice.

신발이 너무 이쁘다아!
Your shoes are so cute!

저 남자 괜찮지 않니?
Isn't he cute?!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