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어를 못하는 우리가 들으면 미국 사람들이 뭐라고 '솰라솰라' 하면서 알아듣지도 못하게 떠들어대는 것 같잖아요. 그 '솰라솰라'가 사실은 알고 보면 별 거 아니랍니다. 중학교 문법과 단어만으로 우리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니까요.

일단 짧은 영어가 되면 거기다 덧붙이고 또 살을 붙여서 숨 쉬어 가면서 말하고 또 하면 길게 '솰라솰라'가 됩니다. 근데 그 짧은 영어가 우선 안 된다고 말하시려고 그랬죠? 그 짧은 영어는 진짜 중학교 1학년 수준이면 됩니다. 보여 드리죠. 어떻게 중학교 1학년이 '솰라솰라' 영어를 할 수 있는지.

	▲ stop이라는 동사 하나로 앞뒤로 말을 붙이면 길게 솰라솰라 말 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누구나 아는 동사 stop(멈추다)을 예로 들어 봅시다. Stop은 혼자서도 잘 노는 1형식 동사입니다. 'I stopped'는 '나는 멈췄다'죠. 그걸로 문법이 완벽한 동사에요.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는데, 다만 여기다 전치사를 덧붙이면 조금 뜻이 더 풍부해져서 'I just stopped by' 하면 그냥 멈추다의 뜻보다는 '지나가다 들렀다'로 요긴한 표현이 됩니다.

근데 또 여기다 사연을 붙여 왜 들렀는지를 얘기하고 싶으면 'to 부정사'를 쓰는 거예요. 'I just stopped by to say hello'(안부 전하려고 그냥 들렀다)라고 말하세요.

중3 연합고사 보려고 기를 쓰고 공부했던 to 부정사 기억나세요? 저는 중학교 땐 그걸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외웠지만, 이게 알고 보면 아주 유용한 문법이랍니다. to 부정사를 쓰는 이유는, 영어 문장에는 기본적으로 주어마다 동사가 하나만 있어야 되는데 또 동사를 갖다 붙여 쓰고 싶을 때 동사 앞에 to를 붙여 주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Stop 동사가 하나 있는데 'say hello'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으니까 to say hello라고 하는 거죠. 말하는데 문법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이해가 되면 to 붙이기가 쉬워지겠죠?

거기다 더 자세히 설명을 붙이고 싶으면 'on my way home'(집에 가는 길에)라는 말을 붙여서 'I just stopped by to say hello on my way home'(안부나 전하려고 집에 가는 길에 그냥 들렀다) 이 정도면 길게 '솰라솰라' 하는 영어 안 되겠어요? 미국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하게 '후루룩' 해버리는 말들이 알고 보면 이렇게 간단한 영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숨에 이 말을 다 못하니까 중간 중간 숨 쉬어 가면서 천천히 할 말 다 하시면 돼요. 잘 들어 보시면, 미국 사람들 말 그렇게 안 빨라요.

재밌죠? 또 하나 예를 들어서 말을 길게 해 봅시다. 여러분이 너무도 잘 아시는 동사 want있잖아요. 이렇게 to 부정사를 붙여서 잘 쓰는 대표적인 동사가 want랍니다. 'Do you want to go?'(갈래?) 너무 쉬운 중1 문장이죠? 여기서부터 '솰라솰라' 해 봅시다.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이 문장을 보세요. 두 개의 동사가 보이시죠? 동사 want가 있는데 또 하나의 동사 go를 붙이니까 to를 붙이는구나 하고 이해하시면 가장 간단해요. 근데 미국 사람들은 want to를 wanna(워너)로 발음 하니까 'Do you wanna go(숨 쉬고) grab a bite?'로 말하시면 제일 좋죠. 'grab a bite'는 알고 보면 재밌는 아주 많이 쓰이는 표현인데요. grab 하면 '쥐다'라는 뜻이고, bite 하면 '한 입'이라는 말이니까 'grab a bite'로 붙여 쓰면 '간단하게 먹다, 요기하다' 뭐 그런 뜻이 되죠.

여기다 또 '가는 길에'라는 말을 붙이면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on the way?'(가는 길에 뭐 하나 먹을까?)라는 말이 되죠. 중간에 숨 쉬는 것 잊지 마세요. 아무데서나 쉬는 게 아니고 'Do you wann go(숨 쉬고) grab a bite(숨 쉬고) on the way?' 의미의 단위마다 끊는 게 보이시죠?

근데 어딜 가다 먹는지를 구체적으로 얘기 하고 싶으면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on the way to the mall?'(백화점 가는 길에 뭐 하나 먹을까?) 'to the mall'에 붙은 to는 앞에 to 부정사랑 틀려서 장소를 나타내는 전치사 to랍니다.

문장에 자꾸 살이 붙는 게 보이세요? 이렇게 자꾸 살을 붙여 가다 보면 영어로 길게 '솰라솰라' 할 날이 멀지 않은 것입니다. 근데 아무거나 더덕더덕 붙이는 게 아니고 되는 말을 갖다 붙여야 되는 거죠. 고급 영어 별거 있습니까. 이렇게 말 되게 자꾸 갖다 붙이는 거죠.

그냥 들렀다.
I just stopped by.

안부나 전하려고 그냥 들렀다.
I just stopped by to say hello.

집에 가는 길에 안부나 전하려고 그냥 들렀다.
I just stopped by to say hello on my way home.

갈래?
Do you want to go?

가서 뭐 하나 먹을까?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가는 길에 뭐 하나 먹을까?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on the way?

백화점 가는 길에 뭐 하나 먹을까?
Do you want to go grab a bite on the way to the mall?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