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자 위한 추모 예배는 하지 마라?'
'불신자 위한 추모 예배는 하지 마라?'
  • 이승규
  • 승인 2009.06.04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동환 목사, "괜한 시비"…"한국 정치에 공헌한 것 감사한 마음"

   
 
  ▲ 문동환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예배는 그가 한국 정치에 공헌한 것을 감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라고 했다. 문 목사가 드류대학교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서 헌화를 하는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난 지 한참이 됐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에서는 한동대학교 총학생회장이 개인 자격인지, 총학생회 자격인지 불명확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이곳 미국이라고 조용한 건 아니다. LA 온누리교회 유진소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미성숙한 행동이라는 내용의 글을 교회 홈페이지에 올려 기사화가 되기도 했다. 뉴욕에서는 노 전 대통령 추모 예배를 주도한 드류대학교 신학대학원생들이 교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들은 5월 27일 드류대학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예배'를 했는데, 이를 보도한 <아멘넷>에는 댓글만 80여 개가 달렸고, 지금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추모사를 한 김이석 목사는 '공공의 적'이 됐다.

댓글은 학생들을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예수를 믿지 않고 죽은 사람을 위해 추모 예배를 하는 것이 옳으냐'하는 내용이 많다. 어떤 사람은 아예 이들에게 '지옥에 갈 목사'라고 악담을 퍼부었고, 어떤 이는 '드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한다는 사람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추모 예배라고 하지 말고 추도식이라고 했으면' 하고 타협점(?)을 내놓기도 했다.

드류대학교 한 신학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추모 예배는 거의 모든 교회에서 하고 있으며, 예수 안 믿는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서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도 많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예배도 그런 예배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진행됐다.

드류대학교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맨해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한 문동환 목사는 "괜한 것으로 시비를 건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축복하는 예배도 아니고, 천국에 보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며 "그가 한국 정치에 공헌한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그를 자살로 몰고 간 불의한 것들을 지적하는 의식이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문 목사는 예수 믿지 않고 죽은 사람에 대해 "하나님은 인류의 역사를 위해 예수 믿는 사람만 들어 쓰시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나님은 예수를 믿지 않아도 얼마든지 사람을 쓸 수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문 목사는 열왕기상 19장을 인용했다. 이 장에서 하나님은 엘리야를 향해 하자엘에게 기름을 부어 시리아의 왕으로 세우고, 예후에게 기름 부으라고 한다. 이방인임에도 왕으로 세우겠다는 얘기다. 하나님은 역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이 아님에도 기름을 부어 왕으로 쓰셨다는 게 문 목사의 얘기다. 문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동서 화합, 남북통일, 약자 보호 등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한국에 세우기 위해 하나님이 들어 쓰신 사람이라고 했다.

문 목사는 추모 예배보다 기도를 해야 하는 시기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기도를 하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성경은 정의가 바탕이 되는 평화를 말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력으로 억압해 얻는 평화는 일시적이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고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