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10년 만에 부활주일 새벽에 한자리에 모이다
분열 10년 만에 부활주일 새벽에 한자리에 모이다
  • 홍성종
  • 승인 2007.04.08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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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부활절연합새벽예배로 함께 모인 플로리다 탈라하시 지역 교인들

▲ 플로리다 탈라하시 지역에 흩어진 3개 교회가 모여 드린 최초의 부활절연합새벽예배. 각 교회의 성가대가 한데 모여 한 목소리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찬양했다. ©홍성종
1620년 미국 땅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며 척박한 땅에서의 새로운 신앙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한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는 1903년에 가난한 고국을 등지고 떠나온 한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첫발을 내딛는 때부터 시작된다. 당시 이들은 농장주와 감리교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교회공동체를 이루어 이역만리에 겪는 고초와 환난을 신앙을 통해 극복해 나갔다.

이처럼 이민 역사는 교회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민 세대에 있어 교회는 삶의 중심이자 생애의 동반자로 항상 자리 잡아왔다. 이러한 이민 역사의 신앙 유산은 오늘에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를 향한 열정과 기대가 있었던 만큼 분열이라는 상처도 깊다. “중국 사람들이 모인 곳엔 중국 식당이 들어서고, 한국 사람들이 모인 곳엔 교회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신앙을 향한 이민 세대의 지나친 열심은 때로는 분열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분열로 인한 상처는 ‘화합과 일치’의 덕목을 항상 강조하는 신앙생활에 풀어야 할 커다란 짐으로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엄마(이수정, 탈라하시장로교회)를 따라 차미래(4살)도 부활절연합새벽예배에 참석했다. ©홍성종
4월 8일 새벽 6시 플로리다 탈라하시 지역에 흩어진 3개 교회가 모여 드린 최초의 부활절연합새벽예배는 분열의 상처를 딛고 ‘화합과 일치’를 향해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행사였다. 이날 예배에서는 탈라하시장로교회(PCUSA)를 비롯해 탈라하시한인연합감리교회(UMC), 탈라하시한인침례교회(SBC) 등 3개 교회의 80여 명의 교인들이 탈라하시 동쪽에 자리한 탐브라운공원(Tom Brown Park)에 모여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정남성 목사(탈라하시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는 이날 “예루살렘으로 돌아 갑시다(눅 24:28-35)”라는 제하의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3개 교회가 처음으로 모인 이 자리에 목회자로서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말하며, “부활의 몸으로 나타나시어 절망과 좌절에 빠진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를 만나신 예수님의 은혜를 힘입어 하나님의 거룩함과 말씀, 사랑과 회복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를 제안하고 물밑으로 추진한 이승모 장로(탈라하시한인침례교회, 61)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많이들 참석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많이들 모여 감사하다”며 “화합과 일치를 상징적으로 보인 오늘의 이 예배 정신이 후손들에게 물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탈라하시 지역은 한인 이민자 150여 명과 유학생 약 300여 명 모여 생활하는 남부의 작은 도시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유학생 중심의 교회를 고집하며 목회자의 방침을 거부하면 떠나가도 좋다는 식의 인간관계가 미숙한 한 목회자로 인해 갈라서는 비극을 경험했다. 10여 년 전에 분열의 상처를 경험했던 김지은 씨(가명, 63)는 “교회를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말하며 “그동안 많은 연단을 받았고, 훨씬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이곳 플로리다 탈라하시를 방문한 한국의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인 방인성 목사(성터교회 담임)는 지역 교인들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찢기는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모르고 쉽게 분열을 이야기하고 갈라서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워하며 교회의 일치와 온전한 교회로의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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