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고민하는 신앙인이 희망이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신앙인이 희망이다'
  • 박지호
  • 승인 2009.07.21 15: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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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연구실천아카데미 창립포럼③ 패널 토론

한국 기독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은 많지만 그 '원인'을 찾는 건 쉽지 않다. LA 기독교연구실천아카데미(기연실)는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지난 7월 14일 '내일의 기독교를 위한 상상력'이란 제목으로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창립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위기에 처한 현실 기독교를 진단하고 보다 나은 교회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1부에는 김기현 목사(부산수정로침례교회)와 양희송 실장(청어람아카데미)의 주제 발표가 있었고, 2부에는 김동문 목사(중동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심경미 목사(바른교회아카데미), 박총 전도사(캐나다 성산교회), 김범석 목사(열매나눔재단)가 참석해 패널 토론으로 이어졌다. 저녁 7시에 시작한 포럼이 10시까지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시종 강의에 집중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남아서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질문은 많고, 시간은 짧았다. 1부에 진행된 주제 강의를 통해 자극 받은 '내일의 기독교에 대한 상상력'은 2부에 열린 패널 토론에서 다양한 질문으로 표출됐다. 참석자들의 즉석 질문에도 패널들은 차분하고 재치 있게 답변해 흥미를 더했다. 이번 패널 토론은 '교회 갱신과 사회 변혁을 위한 대안적 기독 운동'의 다양한 실천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1부에서 주제 강의를 한 김기현 목사(부산수정로교회)와 양희송 실장(청어람아카데미)을 비롯해, 김동문 목사(중동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심경미 목사(바른교회아카데미), 박총 전도사(<복음과상황> 편집위원), 김범석 목사(열매나눔재단)가 패널로 참석했고, 기독교연구실천아카데미 운영위원인 김기대 목사(평화의교회)가 진행했다. 다음은 패널 토론 때 나온 내용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이날 패널 토론의 사회를 본 김기대 목사는 1부 주제 강의를 바탕으로 청중이 제출한 질문을 취합 정리해서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매끄럽게 이끌었다.  
 
주제 강의를 맡은 김기현 목사에게 질문했다. 이원론이 아니라 혼합주의가 문제라며 세상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회 속에서 기독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는 물음이었다. 

김 목사는 세상에 참여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느냐의 문제라며, 참여하되 예수님의 이름을 빌미로 세상적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통일 문제로 발표한 논문에 대한 예를 소개했다.

"통일 문제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교회가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교회부터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시식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된 한국 사회의 모습이 어떨까,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논할 때 교회가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를 봐라. 인종과 인종, 남자와 여자, 계급과 계급, 계층과 계층, 지역과 지역 이런 다양한 차이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복음 안에서 공존하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교회가 사회 참여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 고민하라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대안 공동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양희송 실장은 그간 한국 교회가 '제자훈련', '세계선교', '기독교세계관'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매진해왔지만, 이랜드 사태, 아프간 사태, 장로 대통령 만들기라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며 한국 교회가 열심히 추구해온 일이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다른 나라 개신교에는 교회가 성공적으로 이룬 업적 때문에 생긴 문제가 없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양 실장은 서구 교회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서구 교회는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서구 교회의 과거와 현재를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어마어마한 기독교 제국을 이루었지만, 쇠락을 거듭했다. 그 대단했던 영국이 어떤 경로를 밟아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식의 물음을 던질 때 배울 것이 굉장히 많다. 서구 교회를 성공 모델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고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 노숙자 인권과 정책을 위해 활동하며, 보건 복지부지정 용산 쪽방 상담센터 소장, 보건 복지부 취약 계층 정책위원 및 서울 자활 협회 부지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사회복지 법인 '열매나눔재단' 사무총장으로 탈북자 자립 지원 센터, 소액 창업 대출 사업 및 빈곤과 지역 개발 및 사회적 기업 등을 경영하고 있다.  
 
양 실장이 강조한 패러다임의 전환, 즉 '교계(church society) 패러다임'을 '기독교 사회(Christian society)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실천 방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양 실장은 목회자와 일반 성도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특히 일반 성도들 가운데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룹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며, 아카데미 운동도 하나의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 선교 목사로 오랫동안 사회복지 사업에 매진했고, 현재는 열매나눔재단을 만들어 탈북자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 김범석 목사에게는 지역 교회의 변화를 위해 극복해야 될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범석 목사는 천주교회와 한국 교회의 차이를 설명하며, 한국 교회에 만연한 경쟁적 사역 행태를 꼬집었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비전을 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회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경쟁하다보니 "그리스도는 없고 교회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IMF 이후에 한국 교회에 '밥퍼 운동'이 유행을 하면서 모두가 밥을 퍼주기 시작하고, 모든 교회가 '밥퍼 사역'를 했다. 당시 지역 교회들이 '너도 푸냐, 나도 푼다'는 식으로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주교는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더라. 한쪽에서 밥을 퍼주면 다른 성당은 푸드 뱅크를 만들고, 그게 정착되면 다른 성당은 자원봉사 그룹을 만들어서 서로의 사역을 보완해나가더라."

   
 
  ▲ 박총 전도사는 현재 기독교학문연구소(ICS)에서 공부하면서 성산교회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큐티진>을 비롯한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일상을 담은 <밀월일기>(복있는사람)를 펴냈다.  
 

기독교학문연구소(ICS)에서 공부하면서 캐나다에서 한인 교회를 섬기고 있는 박총 전도사에게는 '자기 이익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교회나 세상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청년들을 어떻게 하나님나라의 운동원으로 이끌 수 있겠냐'는 물음이 던져졌다. 

이에 박 전도사는 '이원론이 아니라 혼합주의가 문제'라는 김기현 목사의 진단에 "이원론이 혼합주의의 원인이 된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박 전도사는 청년들이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것에는 동의했지만, 교회가 청년들을 고민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기독 신앙은 긴장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복음과 상황과의 긴장, 교회와 세상과의 긴장, 은총과 자연과의 긴장, 내세와 현세와의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문제 속에서 딱 떨어지는 답을 얻을 수 없으니까 피곤하고, 답답하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강대상에서 정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성도들의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구도하는 자세로 계속 하나님의 뜻을 물어보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성도들이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나름 신앙이 좋다는 사람들이 '상황'과 '세상'과 '현세'는 외면한 채, '은총'과 '복음'과 '내세'를 매몰되는 이원론에 빠지게 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이원론에 빠지면 결국 혼합주의로 흐르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이, 구도자적 삶이라는 것을, 불확실성의 고통을 끌어안고 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고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청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 김동문 목사는 중동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겨레21>, <미디어오늘>, <뉴스앤조이> 등에 정기 기고를 하고 있고, 저서로는 <사담 후세인>, <이슬람 신화깨기 무슬림 바로보기>, <가고픈 성서의 땅 2 - 요르단> 등이 있다.  
 

중동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거두고 무슬림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온 김동문 목사에게는 '최근 미주 한인 교회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모 선교 단체를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문제는 열정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지식의 유무라며, 한국 교회에 만연한 '무지'하고 '무모'한 선교 행태를 비판했다.

"모 선교 단체의 문제는 진정성의 부족이 아니라 올바른 지식을 갖추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진정성이 행동의 결과를 책임 질 수 없는 법이다. 동일한 순수성과 열심이 한인 교회에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별력과 올바른 지식이 부족하기에 순수한 열정을 강조하는 특정 단체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모 선교 단체의 현장 사역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가서 승리한 얘기는 나오는데 거덜 난 얘기는 안 나온다."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간사로 일하며 성서 속의 여성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여신학생 및 목회자를 위한 리더십 워크샵'을 진행하며 한국 교회 속에서의 여성 사역자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심경미 목사에겐 "현재 여성사역자들에게 사역의 고충은 무엇인지, 여성 목회자의 리더십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에 물었다.

   
 
  ▲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M.Div.를 마쳤다. 현재 바른교회아카데미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장신대에 출강하고 있다.  
 
심 목사는 "여성들이 리더가 되면 될수록 점점 외로워진다"며 교회 내에서 여성 리더십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심 목사는 "여성과 남성 리더십들이 공유될 때 교회가 훨씬 더 풍성해질 것이라며, 여성 리더십에 대한 교회의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내가 속한 교단에만 여성 목사가 1,000여 명에 이르지만, 사역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남자 신학생들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트타임 외에는 주어지는 역할이 드물다. 오죽하면 주변에서 안수 받지 말라고 말렸겠나. 갈 자리가 없다고. 교회에서 여성 신도는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파트타임 전도사로만 있어도 어느 정도 역할이 주어지는데, 풀타임 사역자로 나서면 설 자리가 없더라."

"오늘날 한국 교회는 하나님께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해야 하고, 여성 리더십들이 새로운 통찰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교회에 유익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성 목회자들을 세워봤더니 '시원찮더라'며 성급히 일반화할 것이 아니라, 좋은 여성 리더십의 모델이 많이 세워지도록 배려하고 함께 갈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LA 기독교연구실천아카데미란?

   
LA 기독교연구실천아카데미는 오늘날 기독교의 현실을 고민하고, 더 나은 교회의 미래를 열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임이다. 역사와 사회에 대한 총체적 접근, 교회와 기독교를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 그리고 현실을 넘어서는 대안적 방식을 통해 신앙의 의미를 찾아가는 기독교 운동이다.

LA 교계에 있던 공부 모임들이 <미주뉴스앤조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각자 갖고 있는 콘텐츠와 진행하고 있던 공부 모임을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공부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첫걸음을 뗐다.

작년 11월부터 운영위원들을 중심으로 함께 모이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10여 차례의 준비 모임과 2회의 공개강좌를 가졌다. 올해 1월에는 백종국 교수(경상대학교)를 초대해 '미국 금융 위기와 한국의 자본주의 그리고 하나님나라'라는 주제로 공개강좌를 열었고, 5월에는 천체물리학자인 우종학 박사를 통해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공개강좌를 갖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대 철학과 기독교', '동성애', '기독교 평화주의', '미국 원주민 선교' 등의 주제로 연구 세미나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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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車 2009-07-23 12:38:55
잘 정리된 기사 감사합니다. 이원론과 혼합주의 모두 문제가 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혼합주의의 문제를 지금은 훨씬 더 강조해야 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나 이민교회나 동일하게 세상문화에 많이 동화되어 세상과 별다른 차이를 보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돈이나 권력, 성공의 가치에 매몰되는 것만 보아도 혼합주의의 문제는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교회가 세상에 선지자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이 교회에 선지자 노릇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교회가 세상을 개혁해야 한다는 개혁주의의 이원론을 통한 진단과 처방으로는 병을 더 악화시킬 뿐이며,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 교회안에 팽배한 세속과의 혼합으로부터 스스로를 성결케하여 잠근동산(enclosed garden)이 되는 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