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따고도 못 자르는 머리
박사 따고도 못 자르는 머리
  • 김은정
  • 승인 2009.07.23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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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42

   
 
  ▲ 미용실에서 쓰는 영어 외워두세요. 이런 영어가 살아 있는 영어입니다.  
 
한국에서 일류 대학, 대학원을 나오고 미국에서 5, 6년 동안 박사 공부를 해서 박사를 땄어도, 미국 이발소나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안 해본 말이라서 머리를 어떻게 해달라고 말할지 설명하기가 난감해지거든요. 저는 어느 영어 책에서도 못 배웠어요.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이런 말이 필요한 게 아니겠어요? 살면서 머리 한 번 안 자르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일단 미국에서 머리를 하러 가려면 예약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안했어도 돈만 내면 얼마든지 반겨주는 곳이 또 미용실이죠. 예약 없이 그냥 들어가는 것을 Walk-in이라고 하는데 미용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물어보세요. 'Do you take walk-ins?(예약 안 해도 괜찮아요?)'

머리 자르러 가서 제일 흔하게 하는 얘기가 뭔가요? 먼저 'I'd like a hair cut.(머리 자르러 왔는데요)'라는 말부터 시작해야죠. 그러고 나서는 층을 쳐 달라, 앞머리를 내려 달라, 머리를 귀 뒤로 넘겨 달라, 원하는 대로 설명을 해줘야 낭패를 안 봅니다. 머리를 자르는 대신 '파마하러 왔는데요'는 'I'd like a perm' 얼마나 쉬워요. 그치요?

먼저 머리에 '층을 쳐' 봅시다. 도대체 여기에 맞는 영어 단어는 뭘까요? 층? Stairs? 계단? 절대 아니죠. 이럴 때 쓰는 말이 layer입니다. 'Can you make layers in the back?(뒷머리는 층을 좀 쳐주세요)'

그 다음에 앞머리로 가 봅시다. 'Leave my bangs longer to cover my forehead.(앞머리는 이마를 가리게 더 길게 내려주세요)' 앞머리는 영어로 bangs 라고 합니다. 그 외에는 이 문장에 낯선 단어 없죠?

옆머리는 어떻게 할까요? 보통 남자 분들이 이발소나 미용실에 가면 머리의 길이 외에는 따로 하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남자들이 특히 원하는 스타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죠? 머리를 자른다고 하면 미용사가 묻는 말이 'How short do you want your hair?(길이를 어떻게 해드릴까요)'입니다. 못 알아들을까 두려워 미용실 못 가지 마시고 이렇게 묻는 말을 미리 알아 두고 대비해 가시면 영어가 더 잘 됩니다.

그렇게 물어 오면 얼마나 짧은 길이를 원하는지를 옆머리 길이로 설명 하면 됩니다. 선택은 두 가지, 'above the ears(귀 위로 짧게)' 아니면 'below the ears(귀를 덮을만할 정도로 길게)' 둘 중에 한가지로 말하시면 됩니다. 불안하시면 'a little bit(조금만)'이라는 말을 붙이셔서 너무 짧거나 길게 자를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 하시는 게 좋지요.

제가 여기 가르쳐 드리는 말들은 아주 기본이니까 일단 그렇게 기본 스타일을 정하신 뒤, 더 복잡한 스타일을 원하시면 헤어스타일 잡지를 가리키면서 'I'd like this(이렇게 해주세요)'하세요. 영어 한 마디도 못하고 미용실 들어가자마자 배시시 웃으면서 손가락만 가리키기는 너무 민망하잖아요? 그래도 영어 한 마디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킵시다. 'I'd like this'는 '이게 좋으네요'라는 뜻으로 미용실 뿐 아니라 어딜 가나 쓸 수 있는 말이에요. 식당가서 메뉴판을 가리킬 때도, 어디 가서 물건을 고를 때도 검지 하나에다 이 문장 한 마디 알면 대충 다 통하죠 뭐.

이렇게 내가 살면서 실제로 써 먹을 수 있는 말들이 바로 살아 있는 영어입니다. CNN 쳐다보면서 '나는 언제쯤이나 저런 영어를 할 수 있을까?' 기대도 하지 마세요. 미국 사람들 중에 CNN 앵커나 기자들처럼 말하는 사람들 없습니다. 여러분은 늘 세계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만 논하면서 사세요? 아니죠? 밥 먹고, 일하러 가고, 재미난 텔레비전 얘기하고, 머리 자르러 가고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보통으로 하는 얘기 그걸 영어로 배우세요.

예약 안했어도 받아 주나요?
Do you take walk-ins?

머리 자르러 왔는데요.
I'd like a hair cut.

파마하러 왔는데요.
I'd like a perm.

뒷머리는 좀 층을 내서 쳐 주세요.
Can you make layers in the back?

앞머리는 이마를 가리게 더 길게 내려 주세요.
Leave my bangs longer to cover my forehead.

길이를 얼마나 짧게 해드릴까요?
How short do you want your hair?

귀 위로 좀 올라갈 정도로 짧게요, (아니면) 귀를 살짝 덮을 정도로요.
A little bit above the ears (or) a little bit below the ears.

김은정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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