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영어 강사 '아들이 엄마'가 예수 믿기까지
인기 영어 강사 '아들이 엄마'가 예수 믿기까지
  • 김은정
  • 승인 2009.08.26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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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짜 기독인이 까발리는 유쾌한 신앙 일기

'예수' 믿기 전

그때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살면 살수록 더욱 힘이 들었다. 더 노력할수록 더 어려운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그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오는 장애물들을 보지도 않고 냅다 치는 식이었다. 내지르는 내 손이 더 아팠고 화가 나서 눈을 부라려보니 그때마다 세상이 더 커보였다. 세상은 내가 대적해서 이겨야 할 대상이었지 나와 놀아주거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널널한 대상이 아니었다.

나라를 바꿔 보면 사는 게 좀 쉬워질까 싶어서 덜렁 혼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에 왔다. 내가 싸워서 이기지 않아도 되는 희한한 한 남자를 우연히 만나서 결혼을 하고 꼭 쥐던 주먹을 풀게 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커보였지만 우리만의 안락한 또 다른 세상을 만들고 나는 처음으로 안전함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첫 아이가 태어났는데 난데없이 크고 무서운 세상 생각이 났다. 이렇게 귀한 것을 평생 가져 본 적이 없는데, 내게는 이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지킬 능력이 없었다. 누가 ‘하나님’께 맡기면 다 지켜 준다고 해서 교회에 난생 처음으로 갔다. 처음으로 교회에 갔는데 백일이 지나서 갑자기 아기를 잃은 엄마를 만났다. 하나님을 믿어도 아이를 잃는 것을 보고, 소용이 없구나 싶어서 발길을 끊었다.

'예수' 믿게 되었을 때

아이랑 하도 심심해서 한국사람 모인 데를 찾았다. 교회밖에 없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술도 안마시고 고스톱도 안치고 무슨 재미로 노나 했더니, 그 옛날 학교 다니던 시절의 '007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다. 한심하게 보였는데 해보니까 재미있어서 ‘삼육구’도 하러 자꾸 교회에 갔다. 

당시 나는 두 살된 애를 보면서 무척 힘들어 했는데, 애도 봐준다기에 어쩔 수 없이 성경 공부에 들어갔다. 말빨 센 나는 늘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질문을 해대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했는데 놀랍게도 내가 한 질문들마다에 답이 있었다.

'이게 유대인의 종교지 우리나라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럼 예수에 대해 전해 듣지도 못한 우리의 고려 시대적 조상들은 들어 보지도 못한 예수 때문에 전부 지옥에 있어야 한다구요?' 내가 그런 식으로 질문 할 때마다, ‘형제·자매’라고 서로를 부르던 사람들은 눈물로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나로서는 참 황당한 일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거저 예수님이 주신 구원을 받으라는데 분명히 거저가 아니고 나중에 무언가 내로라하는 게 있을 것 같았다. '나더러 오지의 선교사로 가라하면 어떡하지?' '거봐,  아니고 거봐 십일조 내야 한다잖아.' 그래도 안 내고 교회에서 주는 혜택들만 골라서 잘 이용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자꾸 교회에서 나한테 무언가를 퍼부어주었다.

처음엔 공짜로 받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는데 자꾸 받으니까 줄 힘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세뇌 교육이야 생각하면서도 자꾸 교회에 가고 싶고 예수님에 대한 얘기를 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 우리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밤새 눈물로 기도를 해주고 나도 그들과 기도 중에 영적인 체험을 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하고 두려움과 떨림 중에 예수님을 영접하는 세례를 받았다. 믿지 않던 남편도 동시에 예수님을 경험한 것도 우리에겐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예수' 믿은 후

여전히 나는 열심히 살았다. 더 이상 내가 세상을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되었다. 믿으니까 모든 것이 다 될 것 같았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잠깐’ 불쌍하고 측은해보였다. 열심히 교회를 섬겨서 이 은혜를 갚아야지, 빚지는 게 싫은 게 내 성격이었다. 열심히 교회 부엌일을 했는데 교회 오래 다닌 사람들일수록 '밥 당번'에 건성이어서 내가 늘 싫은 소리를 했다. 밥을 열심히 해야 예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기도 모임의 자리에서 우리 서로에게 고칠 것들을 지적해주자고 한사람이 나였다. 열심히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인데도 왜 그렇게 못하는 게 많은지 하루빨리 지적해주어서 고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당시 생각이었다. 그중 지혜로운 자매가 서로 고칠 것보다는 잘하는 것들 하나씩을 이야기해주자는 제안을 했다. 모두들 서로가 잘하는 것들을 지적해주니 처음에 나의 제안 때문에 썰렁했던 자리가 사랑의 자리가 되었고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해서 서로의 부족한 모습들을 보충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세상 식으로가 아니라 믿는 사람 식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 희열을 느꼈다. 열심히만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었다. 이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수님을 믿으면서 사는 재미, 나도 이제는 좀 아는데, 그것을 어떻게 나누며 살까 하고 고민하는 요즘이다.

   
 
   
 
일명 '라면 강사'로 알려진 김은정 씨는 <미주뉴스앤조이>와 <코넷> 등에 끓이기 쉽고 맛있는 라면처럼, 배우기도 쉽고 알차게 써먹을 수 있는 생활영어를 연재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예수님을 믿는 재미'를 나눠볼 요량이다. <미주뉴스앤조이>는 김은정 씨가 신앙생활하면서 맛본 은혜와 갈등을 솔직히 '까발리는' 신앙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현재 달라스중앙연합감리교회에 출석하는 김은정 씨는 U.T. Arlington에서 ESL 강사로 있으며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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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쉘맘 2009-08-28 01:47:51
책들을 통해 그리고 Missy USA에서 만나던 분을 이곳에서 만나게되어 반갑군요. 글을 통해 알게되었지만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이처럼 느껴지네요. 주안에서 알게되어 더욱 기쁩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