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사들이 말하지 않는 록펠러의 비밀
부흥사들이 말하지 않는 록펠러의 비밀
  • 박지호
  • 승인 2009.09.01 12: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십일조 생활의 모델인가, 악독한 독점 자본가의 표상인가

'철저한 주일 성수', '틀림없는 십일조 헌납', '담임목사를 위한 절대적 충성.' 

'돈 축복'을 부르짖는 부흥사에게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물질 축복을 위해서 그중 제일은 십일조다. 부흥사들은 십일조를 물질 축복을 길어 올리기 위한 마중물 정도로 설명한다. '아무개가 그렇게 어려울 때 십일조를 했더니 엄청난 부자가 됐다'는 레퍼토리는 단골이다. 그 아무개의 원조를 꼽으라면 단연 석유왕 존 록펠러가 아닐까.

   
 
  ▲ 존 록펠러. (출처 : WIKIDEPIA)  
 
록펠러가 누군가. 세계 최고 부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의 순자산은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보다 3배나 많은 약 172조 원이었다. 록펠러가 죽기 직전 그가 가진 재산은 미국 전체 부의 1.53%에 달했다. 회사 내에 십일조를 계산하는 전담 직원만 수십 명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록펠러는 그 엄청난 부를 100세에 조금 못 미치는 97세까지 누리며 장수했다.

한국 교회의 수많은 부흥사와 목회자들은 록펠러가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비결을 십일조에서 찾는다. 록펠러의 어머니가 어려서부터 십일조를 가르쳤고, 그 약속을 평생 지켰기 때문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와 같은 책들이 그런 해석을 부추긴다.

"석유왕 록펠러는 세계 최고 부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지금의 가치로 환산할 경우 현재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보다 무려 세 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 록펠러의 비밀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버는 돈의 십분의 일을 반드시 하나님께 드렸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말했다. '나는 남들에게 돈을 나누어지기 시작한 뒤로 오히려 재산이 점점 불어나는 하나님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중에서)

   
 
  ▲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따위의 책들이 록펠러가 십일조를 평생 지켰기 때문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었다는식의 해석을 부추긴다.  
 
일부 목회자들은 록펠러의 십일조 습관을 축복을 위한 감춰진 비밀인양 교인들에게 설파하고, 교인들은 그런 가르침을 날로 받아들이며 실천을 다짐한다. LA 지역 모 한인 교회 청년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목사님께서도 가끔씩 록펠러를 언급하시는데요. 록펠러는 한때 세계 석유 시장의 97%를 차지했던 사업가입니다. 십일조를 철저하게 구별해서 드린 사람이라고. 그렇기에 하나님께서 엄청난 재물을 록펠러에게 허락하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록펠러처럼 되시고 싶으신 분들은 실천해보는 것도 좋을 듯."

다른 교인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나도 이렇게 노력하고 또 나중에 자식을 낳아서 이걸 기억하며 교육 해야겠어요", "록펠러 얘기 들을 때마다 도전 된다니깐"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록펠러의 숨겨진 별명, '잔혹한 독점 자본가'

하지만 부흥사들이 언급하지 않는 록펠러의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록펠러에게는 '잔혹한 독점 자본가'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한때 미국인이 가장 증오하는 기업의 사주이자, 잔혹한 독점 자본가의 대명사였다. 그는 불법으로 석유 사업을 독과점 해 무수한 기업들을 희생시키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착취하여 부를 축적했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는 록펠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록펠러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1870년대 스탠더드석유회사를 창설해 입법부를 매수하고, 철도업자들과의 비밀 거래로 운임 할인을 받고, 뇌물과 사보타지 공세를 펴 경쟁사들을 무력화시킨 끝에 정유업 물동량의 90~98%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 거대 기업 독점은 결과적으로 가격의 인위적 상승, 경쟁의 차단, 그리고 임금의 형편없는 저하를 초래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스탠더드석유회사는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기업이 되었다."

석유 가격 횡포로 소비자와 중소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이 나서 스탠더드석유회사를 34개의 소기업으로 강제 분할하기에 이른다. 불법 독과점으로 경쟁사를 무너뜨린 록펠러는 자기 회사의 노동 운동을 철저히 탄압하기도 했다.

"1913년 미국 콜로라도 주 탄광에서 광원 9,000여 명이 형편없는 작업 환경을 견디다 못해 파업을 일으켰다. 회사가 고용한 무장 구사대와 광원들이 충돌했고, 이듬해 민병대가 광원들이 머물던 천막촌을 기습해 불을 지르고 기관총을 쏘아댔다. 여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50여 명이 죽었다.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참혹한 '러드로의 학살'이다. 이 탄광의 소유주가 존 데이비슨 록펠러였다." (<조선일보> 만물상 중에서)

불법 독과점, 노조 탄압, 문어발식 확장, 주가 조작 등 갖은 악행을 저지른 록펠러는 말년에 재산의 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위대한 자선가'라는 타이틀을 추가했다. 록펠러연구소나 록펠러재단 등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페니실린이나 녹색혁명 프로젝트 등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건졌고, 제3세계 식량난이 상당 부분 해결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공헌을 했다.

아직도 빠지지 않는 록펠러의 기름때

하지만 록펠러의 원죄는 석유 업계에 그림자처럼 남아 전 세계 경제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록펠러가 세운 스탠더드석유회사가 강제 분할됐지만, 이때 갈라져 나온 회사들이 오늘날까지 석유 메이저 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엑손모빌을 필두로 한 대형 석유 회사들은 '보이지 않는 카르텔'로서 석유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천문학적 이윤을 취하고 있다. 서민들은 석유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영문도 모른 채 단 몇 센트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 독점 자본가였던 록펠러를 희화화한 카툰. (출처 : WIKIDEPIA)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갖가지 환경 문제 역시 석유 산업이 주된 원인이지만, 이윤에 눈먼 석유 회사들은 환경 문제나 대체 에너지 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작년, 엑손모빌 주주총회서는 록펠러의 행적에 책임감을 느끼는 그의 후손들이 엑손모빌의 에너지 개발 및 기후 변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록펠러가 미국의 골칫거리인 의료 보험 제도가 형성되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이란 초강대국이 20세기 동안 6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 의료 보험 제도를 만들지 못했던 데는 록펠러를 비롯한 대자본이 "의료업의 자본주의화, 사설 의료보험을 중심으로 한 의료비용 재편에 막대한 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록펠러 재단의 돈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학 기술 발전을 유도하고 의료 서비스업계를 다른 상업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재편하는 데 기여했다. 소위 '록펠러 의료인'이라 불리는 의사 및 의과학자 집단이 형성되었으며 의료업계의 대기업 체제 모방과 같은 현상이었다.… 결국 미국의사협회(AMA) 자체의 자본주의 이익집단화가 함께 진행되었고, 국민보험 반대를 위해 연구 및 홍보에 앞장섰던 보험경제학회와 이념적으로 동질화되기 쉬웠을 것임이 자명한 이치다." (광운대 박진빈 교수의 <뉴딜정책과 국민의료보험 부재의 기원> 중에서)

이런 록펠러의 삶의 행적 탓에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그가 얼마나 선행을 하든 재산을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을 갚을 수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 교회가 록펠러처럼 '십일조의 비밀을 시험하여 하나님의 축복을 시험해보라'(말라기 3장 10절)는 말만할 줄 알았지, 록펠러가 벌어들인 '돈이 창기와 개 같은 자의 소득일 수 있다'(신명기 23장 18절)는 것을 따끔하게 가르치지 못했고, 록펠러가 말년에 어떻게 재산을 나눴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탁갑 2014-01-23 23:50:57
십일조가 부자되는 비결이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떤 선행을 하든, 십의구를 드리든 철저한 주일 성수를 하든 그 목적이 '잘되는 나'에 있다면 그행위 자체가 악행입니다. 당신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