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렸었다"라 말할 수 있는 것만도 은총이다
"내가 틀렸었다"라 말할 수 있는 것만도 은총이다
  • 김학현
  • 승인 2009.09.1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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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짐 베커의 [내가 틀렸었다]

사람이 높아지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까. 사람이 낮아지면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까. 목사가 명예를 얻으면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목사가 추락하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그렇다. 짐 베커는 그걸 송두리째 보여준 사람이다. 낮아질 대로 낮아지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틀렸었다." 추락한 그 밑바닥에서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던 거다.

아니 분명히 하나님은 그 이전에도 말씀하셨다. 다만 그가 너무 바빠 못 들었던 거다. 너무 위에 있어 못 들었던 거다. 하나님의 음성은 그가 감옥에 투옥되어서야 비로소 들렸다.

짐 베커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 TV네트워크 PTL(Praise The Lord) 방송의 회장이며, 10,247,933.884평방미터(310만 평) 규모의 헤리티지 USA의 대표로 70~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목회자였다.

하나님의 음성…낮은 곳에서 듣다

   
 
  ▲ 짐 베커 지음 / 김재일 옮김 / 504면 / 값 12,000원 / 2009년 9월 1일 발행 / 지혜의일곱기둥 펴냄.  
 
그가 1989년 헤리티지 USA 건설 과정 중 공금 유용 혐의로 45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일기(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내가 틀렸었다>이다. 역자 김재일 목사는 연평도가 짐 베커에게 있어 감옥 같은 곳이라고 썼다. 나는 주유소가 짐 베커의 감옥 같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현장이었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그냥 읽혀지지가 않았다. "여러분, 상처가 있는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쫓겨난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교회는, 우리는 그 사람들을 치유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486쪽) 짐 베커의 아들 제이미가 간증에서 토로하듯, 내가 그랬었기에 너무 실감이 나 내 이야기를 읽는 듯했다.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가슴 속 깊은 것을 출판하는 하나의 이유는, 내가 전에 가지고 있던 인생에 대한 철학은, 그것으로부터 나의 태도와 행동이 흘러 나왔던,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18쪽)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책을 쓴 이유를.

용기가 대단하다. 그는 잘못되었다고 쓰는 것뿐 아니라, 그의 간음, 동성에 의한 성추행, 이혼 등 목사가 그리 들추기 힘든 부분까지 오픈한다. 그 용기 또한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고, 용서라는 대명제를 이루는 과정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근데 그는 그렇게 잘나가던 때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성공 신학의 아이콘으로 미국 사회를 흔들어댈 때는 그렇게도 그를 흔들어대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서 혹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을 기독교 TV나 대형 교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요셉의 감옥과 짐 베커의 감옥은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성공 지향의 시대에, 성공 지향의 목회자와 성공 지향의 메시지와 성공 지향적인 교회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그저 걸림돌이며 그저 실패한 피조물의 자기 상실,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것은 아닐까? 근대 그 감옥이 주님의 세미한 음성이 제일 잘 들리는 곳이다.

하나님의 일과 하나님을 혼동했다

역자가 "나는 내가 짐 베커와 이란성 쌍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삶의 자리와 추구하는 가치관과 설파하는 메시지는 정반대였을지 몰라도, 짐 베커의 '내가 틀렸었다'라는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되기 시작했다"(499쪽)고 쓰고 있는 내용이 왜 자꾸 내 마음 자락에 밟히는지.

나도, 그리고 좀 더 아량을 베풀어준다면 당신도, 그렇게 성공 신학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아직 변화기 전의 많은 짐 베커들이 교회를 활보하며 수많은 성공 지향적 언어들을 뱉어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그러기에 <내가 틀렸었다>가 굉음을 내며 내 귀와 가슴을 후벼 판다. 책을 놓은 지 며칠이 되는 지금까지.

"내가 다른 사람들을 완전히 용서하고 나 자신을 위한 용서를 받아들이기까지 감옥에서 거의 5년 세월이 걸렸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려놓게 하신 것을 여기서 다 털어놓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에, 심지어 그분께서 나를 버리셨다고 생각하였을 때조차 하나님께서 거기에 계셨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20, 21쪽)

짐 베커의 절규가 이 각인된 성공주의가 복음이라고 믿는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에게도 나에게처럼 먹혀들까. 그게 좀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이 시대를 사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짐 베커의 고백을 들었으면 한다.

'200개의 TV 방송, 800개 이상의 케이블을 통해 보는 인스피레이셔널 TV 네트워크의 회장, TV 제작 센터, 자체 위성 시스템, 24시간 프로그램의 감독, 'PTL클럽'·'짐과 타미쇼'·'짐 베커' 등 쇼프로그램의 호스트, 수천 명이 참석하는 헤리티지 빌리지교회와 선교회 담임목사…….' (261쪽)

직임이 좀 달라서 그렇지 이런 유를 능가하는 목사들이 우리 곁에는 많다. 그리고 그런 직함들이 그들이 하는 '하나님의 일'을 말해준다. 그런데 짐 베커는 후에 '하나님의 일과 하나님을 혼동했다'고 쓰고 있다. 내 곁에서 아직도 하나님의 일을 함으로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걸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아는 것이 그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그를 구원한다.' 뭐,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은 듯하다. 그러나 자신을 아는 것조차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목사가 자신을 하나님의 말씀 앞에 비춰보기는 그리 녹록치 않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 주님의 일로 바쁘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혀서나 혹 가능할까. 근데 짐 베커는 그 감옥이란 곳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그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 누구도 그런 환경쯤은 있지 않을까? 나에게는 주유소가 그랬다.

이미 과거가 되었지만, 주유소를 드나드는 이들이 다 하나님의 사자(使者)였고, 흘러넘치는 휘발유가 성령의 기름 부음이었다. 화장실 청소하는 시간이 내 속의 누더기를 깁는 시간이었고, 내 속 교만의 오물들을 청소하는 시간이었다. 어쩜 짐 베커도 감옥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그런 시간을 갖는담.

가끔가다 눈물을 훔치며 본 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 흔하지 않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내가 틀렸었다>였다. 내가 눈물 흘렸다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젠 완전히 주님의 섭리를 깨닫고, 일보다는 하나님을 향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분명 짐 베커에게도 그렇듯, 내게도 이런 날이 온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손에 이 책을 들려주고 싶다. 특히 '하나님의 일'에 몰두하며, 교회 건축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잠 설치는 목사들에게. 그리고 "내가 틀렸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짐 베커에게 배웠으면 한다.

김학현 / 연서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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