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회' 모델 만들어가는 파사데나장로교회
'다문화 교회' 모델 만들어가는 파사데나장로교회
  • 박지호
  • 승인 2009.10.02 16: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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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경 목사, '게토화된 한인 교회에 대한 실망이 다문화 목회로 이끌어'

'다문화 사회로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라는 남가주 파사데나장로교회(성현경 목사) 비전 선언문 속에서 다문화 목회(Multi cultural Ministry)라는 파사데나장로교회의 정체성과 성현경 목사의 목회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다인종·다문화 사회인 미국 속에서 한인 교회의 역할과 소명을 고민하는 것이 일견 당연해보이지만, 한국의 대형 교회 모델을 여과 없이 이식하기에 바빴던 한인 교회들에겐 여전히 소화하기 쉽지 않은 화두다.

   
 
  ▲ 파사데나장로교회의 비전 선언문이 세 개의 회중 언어로 쓰여 있다.  
 
왜 다문화 목회인가?

언젠가 '내일의 한인 교회를 위해, 오늘의 교회 현실에 불만을 품으라'는 선배 목회자의 충고를 듣고 성 목사의 마음에 떠오른 불만은 한인 교회의 게토화된 모습이었다. 고립된 한인 교회에 대한 좌절과 실망을 목회로 승화시켜보자는 욕심이 자신을 다문화 목회로 이끌었다고 성 목사는 말했다.

130년 된 미국장로교회(PCUSA)인 파사데나장로교회는 한때, 교인 수가 5,000명을 웃돌았고, 총회장을 4명이나 배출했을 정도로 교단 내에서의 위치도 상당했다. 그러나 젊은 층이 교회를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한 미국 교회의 흐름을 파사데나장로교회도 비켜가지 못했다. 게다가 백인 밀집 지역이었던 교회 주변 지역이 다인종 지역으로 바뀌면서 백인 중산층 교인들의 이동이 가속화됐다. 이후 교세가 급속히 줄어 지금은 200명 정도 출석하고 있다. 그마저도 80% 이상이 노년층이다. 파사데나장로교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소수민족 교회에 대한 순수한 연민이 파사데나장로교회를 다문화·다민족 교회로 유도한 것이다.

성 목사가 파사데나장로교회에서 한인 회중 목회를 시작한 건 8년 전인 2001년 10월부터다. 당시 성 목사 가정을 포함해 두 가정이 시작했지만, 꾸준히 교인이 늘어 지금은 지역 중견 교회로 성장했다. 성 목사의 개인적인 비전과, 안팎의 변화에 발맞춰 탈바꿈하고자 하는 파사데나장로교회의 의지가 오늘의 다문화 교회라는 열매를 낳게 만든 동력이었다. 

현재 파사데나장로교회에는 영어, 한어, 스페인어를 쓰는 3개(인종 : 백인, 아시안, 라티노)의 회중이 한 교회 지붕 아래 공존한다. 각각의 회중이 독립적으로 예배드리고 사역한다는 점에서 3개의 교회지만, 파트너십으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당회 아래 있다는 점에선 단독 교회로 봐야 한다.

인사와 재정에 관련된 교회의 큰 방향은 당회가 잡아가되, 목회적인 세부 사항은 각각의 리더 그룹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당회원 20명 중 3명이 한인이다. 1년에 두 차례 3개 회중이 함께 모여 합동 예배를 드리고, 여러 차례 공동식사를 하면서 연합체로서 인식을 다진다. 교육과 선교는 서로 협력하고 프로그램을 공유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매 주일마다 영어권 회중과 한어권 회중이 함께 모여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서로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

   
 
  ▲ 지난 성령강림주일에 파사데나장로교회 3개 회중이 함께 모여 연합 예배를 드리는 모습. (출처 : 파사데나장로교회 홈페이지)  
 
'갈등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다문화 목회의 관건 

이제 다문화 교회로서의 틀을 어느 정도 잡아나가고 있지만, 그간 적잖은 진통을 거쳐야 했다. 성 목사는 다문화권 교회로 통합되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하며 현재는 두 번째 단계인 갈등기를 막 벗어나 세 번째 단계인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인 회중의 숫자가 늘고 재정도 많아지면 미국인 회중이 불안감을 느끼고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싹트면서 갈등기로 접어든다. 한인 회중이 50명 정도가 됐을 때는 미국인 회중이 '수고한다', '잘한다'고 격려해줬다. 그러다 이제 숫자가 거의 비슷해지니까 '저들이 우리를 내보내고 교회를 삼키려 한다'는 오해와 두려움을 갖게 되면서 그전에 보이던 친절함이 사라졌다. 지금은 주류 그룹이 위협을 느끼는 갈등기를 막 벗어나, 이해하고 열매 맺는 세 번째 단계인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한인 회중과 미국인 회중 사이에 갈등이 표출된 것은 2년 전 교육관과 주차장 매각 문제 때문이다. 젊은이들과 애들이 없는 미국인 회중들은 교육관과 주차장을 팔자고 했고, 젊은이들 위주로 매주 10명 정도 새신자가 찾아오고 있는 한인 회중들은 교육 시설을 없애는 것은 교회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교회가 전쟁터가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양쪽 회중들 사이에 생기게 됐다. 처음의 약속을 기억하면서 다시 로드맵을 그려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다문화 목회 전문가이자 성공회 신부인 에릭 라우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라우 신부로부터 전수 받은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라우 신부는 서로를 향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원칙 7가지(RESPECT)'를 제안했다.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말하고 느끼는 바에 책임지고(RESPONSIBILITY), 감정이입하며 경청하고(EMPATHETIC),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염두하고(SENSITIVE), 말하기 전에 듣고 느낀 바를 곰곰이 생각하고(PONDER),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자신의 추측과 생각을 검토하고(EXAMINE), 공동체 내에서 이야기한 것을 밖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CONFIDENTIALITY),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애매모호한 것은 믿고 넘어가자(TRUST)는 것이다.

   
 
  ▲ 파사데나장로교회는 매주일마다 각 회중이 함께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언뜻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해 보이는 원칙이지만 파사데나장로교회가 갈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성 목사는 "계속 읽고 실천하고 약속하고 반복하는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넌 틀렸어'라고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난 이렇게 생각해'(I-MESSAGE)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상황을 고려해 가려 말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는 돌려서 얘기하는 한인 회중들의 의사소통 방식도 미국인 회중들이 이해하게 되면서 의사소통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도 줄었다. '자꾸 트집을 잡는 걸 보니 우릴 쫓아 내려는군' 하고 추측하기 전에 사실 관계를 따져보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다문화 목회에 관한 컨설팅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각 회중이 함께 모여 매주 성경공부를 하는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부담 없이 성경공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상호 초대(mutual invitation)'라는 방법론을 도입했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툴이 됐다.

성경 본문을 읽고 묵상하고 나누되, 가르치려하지 않고 각자의 성찰을 나눈다. 특정인이 일방적으로 이끌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초대(Invitation)'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한다. 초대받은 사람은 대답하거나, 다른 사람을 초대하거나, 패스하거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을 할 수 있다. 혹시 영어(한어)를 못하는 사람이면 통역해줄 사람을 지정해 통역을 부탁할 수 있다. 초대 받은 사람이 대답을 하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할 수 있다. 만일 대답할 준비가 안 되었거나 말하길 원치 않으면 '패스'라고 말할 수 있어 불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파사데나장로교회의 한성수 장로는 "삶과 실천으로 신앙을 고백하는 미국인 교인들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는다. 또 미국인 회중들은 우리의 힘겨운 이민 생활을 들으면서 한인 회중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 같다"며 성경공부의 유익함을 설명했다.

   
 
  ▲ 파사데나장로교회의 한인 회중을 이끌고 있는 성현경 목사.  
 
예배 후 함께 식사하기 시작한 미국인 회중

다문화 목회를 하면서 한인 회중과 미국인 회중이 긍정적인 영향도 주고받고 있다. 한인 회중에 젊은 교인들이 계속 늘어나자, 미국인 회중들이 "도대체 한인 회중들은 왜 성장하는가'라는 성찰적인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인 회중이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예배 후 함께 식사하기'와 '모든 모임을 성경공부로 시작하기'다. 주일날 예배 외에 공식 모임이 전무했던 미국인 회중들에게는 큰 변화다.

순발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규정과 절차에 따라 교회를 운영해나가는 점이 약한 한인 회중들은 더디 가더라도 원칙을 지키려는 미국인 회중들의 성실함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 또 기존 한인 교회가 소화할 수 없는 다문화 가정(한국인과 타문화권 사람과 결혼한 경우) 교인들도 파사데나장로교회를 많이 찾고 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단일 지역 교회에 하나의 당회만 허락하는 장로교 헌법에 따라 하나의 당회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 당회에서 각 회중의 대소사를 일일이 결정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각 회중 안에 또 다른 운영 조직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권 교회가 되면서 미국인 회중들이 줄고 있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고,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함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성 목사의 말이다.

"다문화 목회는 해답이 있는 것보다 해답이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마치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느끼는 두려움과 막막함을 자주 느끼지만, 불확실함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믿고 맡기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성 목사는 그런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사회 속에서 한인 교회에 주어진 숙제를 풀어야 한인 교회의 내일을 말할 수 있다"며 한인 교회의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다문화권 사역'을 제안했다.

   
 
  ▲ '미국장로교 남가주 한인 목사회'에서 다문화 목회의 과정과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서 강의하고 있는 성현경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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