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으면 모든 계명을 다 지켜야 하나요?
예수 믿으면 모든 계명을 다 지켜야 하나요?
  • 김기현
  • 승인 2009.10.24 0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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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그리고 네 멋대로 하라"

우리 교회 예배당 꽃꽂이를 해주시는 집사님이 계십니다. 이분은 다른 교회 집사님이신데, 꽃꽂이로 하나님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과 가족을 위한 기도가 있어서 작은 교회를 찾다가 하나님 은혜로 저희 교회에 주말이면 오셔서 봉사해주고 계십니다. 아들의 신앙 문제에 관해 상담을 하려고 전화를 했더군요. 그 청년은 공부도 퍽이나 잘하고, 외모도 준수해서 촉망받던 아들이었는데, 우울증으로 얼마 동안 고생하느라 이제 재수하고 있습니다.

집사님의 말씀으로는, 아들이 교회를 거절하는 이유는 교회 다니면, 성경대로 다 지켜야 하는데, 자신은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집사님의 전언에 의하면, 이 청년은 뭐랄까요, 완벽주의랄까요, 결벽증이랄까요. 아무튼 그런 성격이라서 예수를 믿으면 정말 제대로 잘 믿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딴은 그렇기도 합니다. 믿음이란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가는 것인데, 목숨 걸고 믿는 것인데, 청년의 성격은 바울이나 베드로를 닮아서 잘 믿을 것도 같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말씀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가르치는 삶에 온전히 자신을 드렸던 에스라처럼 되는 것을 평생의 비전으로 삼고 있는 제게 그 말씀 중 한 말씀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야 하지 않는다는 이 불신자 청년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로마서 2장 24절 말씀입니다. "성경에 기록한 바 '너희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이 이방 사람들 가운데서 모독을 받는다' 한 것과 같습니다." 믿는 사람들은 성경 말씀을 제대로 그것도 전부를 다 지키지 못하는 것에 이런 정도의 결기를 갖고 있는가 싶습니다.

예레미야 시대의 레갑 족속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을 받은 이스라엘이 조상들의 신앙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데, 조상이 전승한 바, 포도주를 먹지 말라는 유언을 몇백 년이 지난 그때가지도 철석같이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산상수훈의 가르침, 곧 비폭력 평화주의는 개인의 내면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공적인 사회 영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이교도 마하트마 간디는 그 말씀을 철저히 믿고 실천했습니다. 참으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또 한 가지, 기독교가 구속(救贖)의 종교인데, 구속(拘束)의 종교가 되었구나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구약의 핵심 사건인 출애굽은 온갖 사회적 질곡과 억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한 사건이고, 예수님 역시 진리로 자유롭게 하는 새 길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안식일, 성전 등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문자적으로 철저히 실천하는 바리새인들과 제사장들로부터 혹독한 시련을 당했습니다. 그것들이 본래 은혜로 주어진 선물인데,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인간을 얽매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18)는 구절은 구원의 길에 너무 많은 규정과 규칙으로 속박하는 바리새인들의 짐으로부터 쉼을 주고, 쉬운 구원의 길을 알려주신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무거운 짐이 아니라 종교적 짐을 말합니다.

사실, 저와 같은 1세대 신앙인들에게 기독교는 그 자체가 감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가족이 함께 예배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들에게도 그럴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것이 2세대 이상의 신자들에게는 하나의 문화요, 습관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는 귀찮게 여겨질 것입니다. 아무튼 자유의 진리인 기독교가 어느덧 사람들에게 고리타분한 구식 종교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불신앙을 자기 합리화하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심각하게 여겨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대답할 말은 있어야 하겠습니다. 자성이 지나치면 자학이 되니까요. 먼저 모든 계명을 다 지켜야 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폐기가 아니라 완전케 합니다. 일점일획이라도 다 지켜야 합니다. 그런 자가 하늘에서 크다고 인정을 받습니다. 구약은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을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폐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예수는 율법의 완성자로 오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청년의 말이 옳습니다. 다 지켜야 합니다. 자기 임의로 빼먹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율법을 모두 지킬 수 없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지켜야 할 계명이 백 가지라고 합시다. 그중에 한 가지라도 어긴다면, 그는 율법을 위반한 자입니다. 죄수는 수십 가지 혹은 적어도 서너 가지 죄를 범한 자가 아닙니다. 한 가지 죄면 충분합니다. 하나님의 계명도 같습니다. 하나를 어겨도 그는 죄인입니다. 모든 계명을 남김없이 지키기란 인간의 굴레를 쓰고 있는 한, 불가능한 이상입니다. "누구든지 율법 전체를 지키다가도 한 조목에서 실수하면, 전체를 범한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약 2:10)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는 말은 경험적으로 타당합니다. 뉘라서 죄 없다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고,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율법을 지키는 길을 예수님과 바울, 야고보는 일러줍니다. 한 마디로 사랑입니다. 문자에 얽매여 사람을 속박하는 바리새인들에게 예수님은 두 번씩이나 호세아 6장 6절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랑이지, 제사가 아니다. 불살라 바치는 제사보다는 너희가 나 하나님을 알기를 더 바란다."(마 9:13; 12:7) 마태복음 전체 맥락 속에서 예수님이 완성하려는 율법의 요점은 자비이며, 율법을 성취하는 과정 역시 자비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께 용서받은 자로서 다른 사람을 용서하며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우리는 주기도문을 암송하고 묵상합니다. 날마다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자로서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언제든지 용서합니다.

바울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며, 남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율법을 다 지키는 것이라고 합니다.(13:8) 이 말씀은 사랑을 원수 같은 이웃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원수된 우리를 자녀로 삼으신 것처럼 우리도 그 사랑을 세상에 반사해서 사랑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며, 그로써 모든 율법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야고보도 다르지 않습니다.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2:13) 긍휼, 곧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율법의 정수이기에 타인의 잘못을 헤아리거나 비판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사랑은 모든 심판을 능가합니다. 그 사랑만이 우리를 자유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자유를 주는 율법을 따라 앞으로 심판을 받을 각오로, 말도 그렇게 하고 행동도 그렇게 하십시오."(2:12) 율법이 우리를 자유케 하는 까닭은 율법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모든 계명을 다 지킨 것입니다. 사랑 없는 계명 준수는 자신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는 법입니다.(고전 13:3)

성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바로 너 자신이라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말하는 것이 바로 자신인 양 착각하는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아는 것이 자신이 아닙니다.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바로 자신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사랑은 항상 무언가를 지향합니다.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자신입니다. 예수를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계명을 지킨 것입니다.

예수 믿으면 성경의 지시를 다 지켜야 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예수로 인해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사랑하면 모든 율법을 이룹니다. 모든 계명은 단 하나, 사랑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 곧 경천애인(敬天愛人)이 복음과 율법의 요약입니다. 그러니 사랑하십시오. 다시 한 번 어거스틴의 말로 짧은 이 글을 맺겠습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 멋대로 하라."

김기현 / 부산수정로침례교회 담임목사

* 김기현 목사의 홈페이지(김기현 목사의 신학 광장)에 실린 글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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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ra 2009-10-25 12:23:06
그래서 "사랑하라. 그리고 네 멋대로 하라."고 하기보다 "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네 멋대로 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