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4가지 이미지, 2가지 특징'
'교회의 4가지 이미지, 2가지 특징'
  • 윌버트 쉥크
  • 승인 2009.10.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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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선교를 넘어 예수의 선교로(2)…'성서적 교회론'

교회의 본질과 목적을 기술하는 것이 단순한 것 같지만 난해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특정한 시기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상황에 따라 이해와 해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역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연구는 '성서적 기초'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서에 따르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상 속으로 보냄을 받았으며, 세상 속에서 예수가 시작한 증거를 지속하는 것이 보냄 받은 목적이다. 교회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의 우선적인 도구 혹은 수단이다(요 17:18). 하나님의 영광을 열방에 선포하고, 만백성이 자신들의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초대하며, 하나님나라의 새로운 실재를 하나님나라 백성의 삶의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 성서는 교회가 세상과 관계함에 있어서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교회가 출현한 것은 오순절이긴 하지만, 그 뿌리는 구약 성서에 하나님의 백성을 부르시는 장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창세기 12장 1-3절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언약 맺으실 때, 기본적인 패턴이 세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가 지시할 땅으로 가라 … 네게 복을 주어 …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 하시니라."

아브라함 언약은 최초의 대위임(original Great Commission)이라고 불려왔다. 이러한 언약-위임은 아브라함 및 하나님나라 백성의 존재의 근간이 된다. 세상을 구속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은 특정한 사람들을 불러내어 그들을 통해 열방이 하나님을 알고 예배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전체를 위한 부분(pars pro toto)'이라는 원리와 통한다.

1940년대 이래로 어떤 성서학자들은 예수가 부활한 후에 제자들에게 위탁한 대위임은 본질적으로 교회론적인 언명이라고 주장해왔다. 다시 말하면, 예수가 제자들에게 대위임을 하는 것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선교를 지속하는 우선적인 수단으로서의 교회(전체를 위한 하나)를 세우는 가운데, 아브라함 언약을 새롭게 했다는 것이다(요 17:18, 20:19-23).

그러나 아직 교회가 시작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오순절 성령의 강림이 있은 후에야 교회가 존재하게 되었다. 오순절과 그리스도의 재림 사이의 기간은 성령의 시대이며, 이 기간에 교회는 사람들이 복음을 믿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통치 아래 살도록 초청하라는 명령을 담지하고 성령을 통해 온 세상에 퍼지게 되는 것이다.

성서는 교회의 생명과 의미를 이야기(narrative)와 이미지를 통해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해석한다. 성경은 오순절에 베드로가 설교할 때(사도행전 2장) 전개됐던 사건을 하나님이 족장들과 선지자들을 통해서 여러 세기 동안 해왔던 일들과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신약성서의 저자들은 교회를 묘사할 때,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신부 등과 같은 이미지들을 사용한다. 폴 미니어(Paul S. Minear)의 고전 <신약 성서에 나타난 교회의 이미지(Images of the Church in the New Testament)>는 우리가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그는 신약성서 저자들이 교회의 목적과 기능을 묘사하고 정의할 때 사용한 96가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성서는 교회가 무엇이며, 무엇을 하여야만 하는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조직적이거나, 교리적인 공식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언어와 은유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다 최근에 존 드라이버(John Driver)는 이러한 성서의 그림 언어들이 지닌 선교학적 중요성에 대해 연구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크게 네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순례(길, 거류민들, 가난한 자들), (2) 새 질서(하나님의 왕국, 새 피조물, 새 인류), (3) 집단성(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가족, 목자와 양떼), (4) 변혁(소금과 빛, 도시, 영적인 집, 증거하는 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성경에 나타난 이러한 이미지들은 교회를 선교적 증거를 위한 언약 공동체로,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전 세계에 있는 민족들 가운데 일으키는 변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첫째,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교회는 모든 민족을 위한 그 특별한 소명 때문에 '따로 구별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 목적을 모든 민족에게 증거 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회의 책임 영역은 온 세상이다.

둘째로, 교회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교회이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형태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실 교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끝없이 자신을 번역하며 적응해 갈 수 있다. 교회는 각각의 특정한 문화-언어적 집단에 적합한 형태를 취함으로써 모든 언어와 문화 속에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글 · 윌버트 쉥크(풀러신학교 교수) / 번역 · 허현 목사(LA 이음교회)

윌버트 쉥크(Wilbert R. Shenk)는 미국 풀러신학교의 석좌교수로 선교 역사와 현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예수를 중심으로 기독교 윤리를 재구성한 존 하워드 요더의 영향을 받은 쉥크 교수는 바울이 선교의 원형(prototype)이라는 통념을 깨고, 예수가 선교의 원형이 되어야 함을 줄곧 강조해왔다. 당시 정치·사회·문화 속에서 '보냄 받은'(being sent) 선교사로 살았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교회도 자신이 보냄 받은 상황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강조점이다. 저서로는 <선교의 새로운 영역>(Changing Frontiers of Mission), <Write the Vision>, <The Transfiguration of Mission> 등이 있다. 메노나이트 선교부 책임자, '미국 선교 사학' 회장을 역임했던 그는 선교 이론과 행정, 실천을 겸비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번역자 주)

* 이 글은 <New Wineskins for New Wine : Toward a Post-Christendom Ecclesiology, 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29, no. 2> (April 2005)에 실린 글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번역한 것입니다. 앞으로 8차례에 걸쳐 나눠 실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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